정부가 내년도 예산(총지출)을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증가 폭은 54조7000억 원(8.1%)으로 역시 역대 최대 폭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투자를 통한 대전환 등을 꾀하면서 확장 재정에 나섰다.
28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예산안'과 '2025~2029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AI 대전환 시대에 선도국가 도약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며 "초혁신 선도경제로 대혁신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화했다고 이번 예산안의 의의를 밝혔다.
정부가 적극 재정을 편성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이를 통해 늘어난 세수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이번에 잡은 총지출 728조 원은 본예산 기준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돌파한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본예산에서 총지출 규모는 673조3000억 원이었고 추경을 통해 최종 703조3000억 원이 됐다.
정부는 내년 총수입을 전년 대비 22조6000억 원(3.5%) 증가한 674조2000억 원으로 잡았다. 국세수입이 7조800억 원 증가한 390조2000억 원, 세외수입은 14조8000억 원 증가한 283조9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은 53조8000억 원 적자재정(총수입-총지출)으로 편성됐다.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9년까지 -4.0%를 웃돌게 됐다. 내년도 국가채무(GDP 대비)비율은 전년 대비 3.5%포인트 증가한 51.6%까지 오르게 됐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채무 수준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앞으로 고령화 등으로 인해 재정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을 고려하면 국가채무비율의 꾸준한 증가는 정부로서도 위험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됐다.

정부가 재정 규모를 키워 중점적으로 투자하기로 한 분야로 먼저 두드러지는 건 AI를 비롯한 신산업이다.
정부는 지금을 AI 산업 경쟁력을 재고할 마지막 시기로 보고 AI 대전환 총 투자 규모를 종전 3조3000억 원에서 10조1000억 원으로 크게 늘렸다. AI 분야 전문가들은 과거 한국의 AI 경쟁력이 미국과 중국 다음 여러 나라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편으로 평가했으나 최근 한국의 경쟁력 수준은 6위권으로 쳐진 것으로 보고 있다.
AI 개발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 정부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정부 3.5만 장+민간 1.5만 장)을 확보하는 것을 비롯해 AI 인재 육성, 클라우드 구축, AGI(일반인공지능) 연구기업 출자 등 관련 기반 조성에 7조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2조7000억 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액수다.
윤석열 정부 당시 삭감 논란이 일었던 R&D 부문 투자에 종전 29조6000억 원보다 19.3% 늘어난 35조3000억 원을 책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폭이다.
AI 반도체, 바이오, 콘텐츠, 방산, 에너지, 제조 등 6개 첨단분야의 핵심 기술에 관련 자금이 집행될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 압박 등으로 인한 통상 현안 대응에는 4조30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대미 관세 관련 뒷받침 재원으로 2조1000억 원이 잡혔고 수출기업 지원에 2조2000억 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에너지 전환 관련 예산이 종전 2조8000억 원에서 4조2000억 원으로, 탄소중립 관련 예산은 3조1000억 원에서 3조7000억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른바 'K-컬처'로 명명된 문화산업 지원 예산은 종전 4조2000억 원에서 5조7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콘텐츠 수출 지원에 1조8000억 원이, 한류 연계 관광 및 푸드, 뷰티 등 관련 상품에는 3조20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비수도권 지원을 위해 지방 성장거점 투자 규모가 19조 원에서 29조20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관련 예산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2000억 원) 등도 포함돼 있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 대응 예산은 62조6000억 원에서 70조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아동수당 지급연령을 종전 만 7세에서 8세로 상향하는 등 육아와 돌봄 등 관련 분야 예산이 35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고 고령화 대응 예산은 27조5000억 원으로 잡혔다.
저소득층 지원 예산은 29조2000억 원에서 32조1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4인 가구 생계급여 월 수급액이 207만8000원으로 책정돼 사상 최초로 200만 원을 초과했다. 농식품바우처(1인 가구 기준 월 4만 원) 대상에 청년 가구를 포함하고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에는 다자녀가구도 포함됐다. 월소득 80만 원 미만의 지역가입자(73만6000명)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정부가 대신 납부해 저소득층의 노후를 지원하기로 했다.
민생회복 지원 예산은 종전 17조6000억 원에서 26조2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월 5~6만 원 선으로 대중교통을 월 20만 원 수준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정액 패스제가 도입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는 공공주택 19만4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산재예방 관련 투자, 재난 관련 예산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성장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이번 예산안의 의의를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에서는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관련 예산을 심사해 감액 및 증액 등의 조정을 하고 올 12월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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