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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폭우에 떠내려간 맨홀뚜껑…하루 종일 ‘우리 일 아냐’ 핑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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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폭우에 떠내려간 맨홀뚜껑…하루 종일 ‘우리 일 아냐’ 핑퐁게임

▲7일 전주시 덕진구 한 도로 하수구 멘홀에서 빗물이 역류하며 뚜껑이 열리고 주변에 토사가 쌓여 있다. ⓒ제보자 제공

전북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전주시 덕진구 한 도로에서는 하수구 맨홀뚜껑이 빗물에 떠내려갔지만 하루 종일 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이 수차례 신고했음에도 행정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 구멍은 현재까지 그대로 뚫린 채 방치됐다.

덕진구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7일 새벽 자택 인근 도로의 맨홀뚜껑이 열린 것을 목격했다. 구멍 안으로는 흙탕물이 거세게 역류했고 보행자나 차량이 지나가다 빠질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직접 맨홀뚜껑을 덮어보려 한 A씨는 빗물이 하수구에서 거꾸로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며 구멍 주변이 심하게 요동쳐 불가능했다.

A씨는 즉시 오전 7시께 소방 긴급번호 119로 전화를 걸었으나 돌아온 답은 “도로 시설물 파손은 소관이 아니니 110에 문의하라”는 안내였다.

110 정부민원콜센터에 문의했지만 이번에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전주시 덕진구청으로 다시 연락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덕진구청 당직실에 연결된 A씨는 “현장팀이 바빠 최대한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몇 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전했다.

A씨가 오후에 다시 구청에 전화했을 때도 “접수돼 있으니 기다리라”는 답뿐이었다.

해가 저물 무렵 오후 6시께 다시 구청에 연락했을 때는 “민원 처리 대장에 기록은 있다. 10분 안에 연락드리겠다”는 약속이 돌아왔지만 그 뒤 연락은 없었고 결국 맨홀은 8일이 돼서도 여전히 방치돼 있었고 현재는 주민이 위험을 알리기 위해 임시로 주변에 표시를 해놓은 상태다.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주민 스스로 안전 조치를 취한 것이다.

A씨는 “모두 바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작은 위험은 하루 종일 뒷전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재난 시 주말·야간에도 대응 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폭우로 도로는 흙탕물에 잠겨 구멍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밤사이 주민이나 차량이 빠질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주민의 거듭된 신고조차 무시된 셈이다.

한편 전북에는 6일부터 8일까지 정체 전선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군산에서는 7일 새벽 시간당 152.2mm의 비가 내려 기상 관측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군산 누적 강수량은 295mm, 익산 256mm, 전주 195mm, 김제 209mm를 기록했다.

이 폭우로 군산과 익산 상가 100여 곳과 전주·김제 주택 수십 채가 침수됐으며 전북 전역에서 주민 99명(72가구)이 대피했다. 전라선 익산-전주 구간은 선로가 침수돼 4시간 넘게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군산과 정읍의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통행이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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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전북취재본부 김하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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