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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이주민에 전달한 인권 설명서를 '검열 압수'한 화성외국인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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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이주민에 전달한 인권 설명서를 '검열 압수'한 화성외국인보호소

출입국관리법 및 권리 해설서 반입 통제... "법무부 자의적 검열 조치" 반발

이주민 인권 단체가 화성외국인보호소 수용자에게 전달한 출입국관리법·인권 해설 책자가 법무부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의해 중간에서 압수됐다. 인권 단체가 "자의적인 검열 조치이자, 구금외국인의 권리에 직결되는 정보를 차단한 위법행위"라고 반발하며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이를 다시 배포하기 시작했다.

12일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에 따르면, 단체가 지난달 27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맡긴 '다국어 이주 구금 매뉴얼' 20여 권이 지난 10일까지도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통상 보호소에 접수된 물품은 늦어도 1주일 내엔 당사자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보호소는 책자를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수거해 자체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 구금 매뉴얼은 16개 이주민 인권운동 단체들이 모인 '이주구금네트워크'가 제작해 지난달부터 배포 중인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해설 자료집이다. 이주민 수용자 무기한 구금 금지와 수용자의 권리 보호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법 개정 전까지는 무기한 구금이 가능해 수년간 보호소에 갇혀 있던 수용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2023년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3월 법이 개정됐고, 6월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최장 9개월까지 구금이 가능하며, 예외적으로 최장 20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또한 구금이 2개월을 넘길 경우, 법무부 직원이 아닌 별도 기구 ‘외국인보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구금을 연장할 수 있다.

이주구금네트워크는 이를 구금된 이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책자를 만들었다. 법무부, 외국인보호소 등 관계 기관이 수용자에게 개정안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법이 개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수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어, 네팔어, 벵골어, 아랍어, 영어, 중국어, 태국어, 프랑스어 등 8개 국어로 번역해 한 책자로 묶었다. 마중은 이를 현재 면회 중인 이주민 20여 명에게 전달하려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맡겼는데, 화성보호소가 중간에서 책자를 수거한 것.

▲지난 9월 10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마중 활동가가 책자 반입 불허에 항의하자, 보호소 측은 수거했던 이주 구금 매뉴열을 꺼내왔다. 사진은 관련 사진. ⓒ프레시안(손가영)

화성보호소는 책자를 압수 중인 사실을 마중 측에 알리지 않았다. 지난 10일 수용자를 면회한 마중 활동가가 책자가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보호소에 문의하자, 그제야 '보호소가 보관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보호소 측은 이 과정에서 '상급 기관의 지시'를 언급하며 책자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마중 측에 답했다. 상급 기관은 법무부 이민조사과를 뜻한다.

화성보호소는 이주구금네트워크가 화성보호소에 전달한 또 다른 책자 10여 권도 수용자에게 배포하지 않았다. 이주구금네트워크 소속 이상현 변호사는 지난 1일 화성보호소 사범과를 방문해, 수용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보호소 내 책자 비치를 요구했다. 당시 보호소 측은 이 변호사에게 '법무부 이민조사과와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인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보호규칙(법무부 훈령)' 10조 1항에 따르면, 보호소는 '수용자 안전이나 보호시설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선량한 사회풍속에 반하는 물품'에 한해 수용자의 물품 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 이주 구금 매뉴얼은 법 개정안과 수용자의 권리를 해설한 책으로, 반입 불허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중은 지난 11일 오후 화성보호소와 법무부에 각각 공문을 발송해 책자 반입을 불허한 근거를 밝히고, 책자를 즉각 반입할 것과 이를 모든 수용자에게 배포하라고 요구했다. 마중은 "매뉴얼 반입 금지 조치는 보호소와 법무부의 자의적인 검열이자 구금외국인의 법적 권익에 직결되는 필수적인 정보 제공을 차단하는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은 11~12일 화성외국인보호소와 법무부 측에 책자 배포를 불허한 경위를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지난 11일 구금 이주민들에게 책자를 배포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구금네트워크가 8개 국어로 제작한 '이주 구금 매뉴얼' 내용 일부. ⓒ이주구금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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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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