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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만 해" 20대 여성 꼬드겨 '성방' 강요…그만두려니 "위약금 수천만 원 물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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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만 해" 20대 여성 꼬드겨 '성방' 강요…그만두려니 "위약금 수천만 원 물어내"

[성인방송이라는 성착취] 下 계약사기 횡행하는데 구제요청 어려워…"성인방송 실태조사 시급"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A(20) 씨는 일터에서 우연히 대화하게 된 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시청자와 소통하는 인터넷 방송을 하면 고정급여에 추가 수익의 일부를 나눠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 방송에 뛰어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받았으니 수위 높은 리액션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엔터사에 노출을 강요받았다. 곧장 방송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위약금 2000만 원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온 B(20대) 씨는 급히 주거·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에서 방송하게 해주겠다는 엔터사와 계약을 맺었다. 어느 정도의 노출도 감당할 마음으로 들어간 스튜디오에는 상상도 못한 개수의 성인용품이 늘어져 있었고, B 씨는 시청자로부터 후원을 받을 때마다 그것으로 유사성행위를 해야 했다. 그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병원을 수차례 오가면서도 쉽사리 계약 해지를 요구하지 못했다. 계약 당시 엔터사가 건장한 체격의 남성 5명을 데려와 위압감을 주더니 서명을 마친 계약서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 섭외와 정부 후원 시상식 수상 등 매해 성장세를 보이는 성인방송 업계의 이면엔 플랫폼과 엔터 업체에 착취당하는 여성들이 있다. 비교적 사회 경험이 적은 20대 여성들이 "통상적인 방식의 인터넷 방송을 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엔터 업체의 거짓 설명에 속아 성인방송 플랫폼에서 노출과 유사성행위를 강요당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거액의 위약금과 신상 유포 등의 위협, '성인방송BJ 출신 여성'이 겪는 강한 낙인으로 인해 외부에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착취 피해 성인방송BJ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성인방송의 생태계와 피해 현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성인방송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A티비'ⓒ성인방송 플랫폼 갈무리

2000년대 소규모에 머물던 성인방송, 웹하드 카르텔 등에 업고 폭발적 성장

돈을 지불한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여성 인터넷 방송인(BJ)이 노출 등 성적 행위를 하는 '성인방송(벗방)'의 기원은 통신기술 발전으로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선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2001년 한국방송학보를 통해 발표한 논문 '인터랙티브 방송 프로그램에 나타난 문화 권력'을 보면, 당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던 성인방송 플랫폼 '스타2000'의 여성 BJ들은 유료 시청자들의 요구 아래 노출 등의 성적 행위를 수행하고 있었다.

BJ : 여러분 안녕하세요. 2부의 IJ(인터넷 자키) XX입니다.

시청자1 : 카메라 깊숙이 넣어줘요. 다리 벌려줘요.

BJ : 오늘의 주제는 연애 초기, 중기, 말기입니다. 넘어졌을 때 초기에는 급하게 119를 부르는데 중기에는 어떻게 할까요? '쪽팔려서 도망간다'가 정답입니다.

시청자2 : XX님 언제 벗어요. 화나려고 한다.

(…)

시청자3 : 오늘은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있을까요?

BJ : 그건 안 돼요…

시청자4 : 한쪽 가슴만이라도 보여줘요. 또렷해지지는 않나요.

BJ : 아휴 그런 건 안 돼요. 방송사고를 원하시면 다른 사이트로 가세요. 알겠죠? 방송 심의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청자5 : 다리 벌리고 팬티를 벗고 기마 자세

BJ : 그래도 해야겠죠? 하겠습니다….

비교적 소규모로 운영돼 온 성인방송은 2010년대 중후반 불법촬영물 유포 및 재생산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던 '웹하드 카르텔'이 인터넷 방송 업계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업체 '위디스크'는 2019년부터 성인방송 송출로 수익 구조를 변경했으며, 2018년 가장 많은 불법촬영물을 유통한 것으로 조사된 '기프트엠' 등 웹하드 업체 다수가 비슷한 시기 성인방송 송출을 시작했다.

기프트엠 사내이사 출신 박모 씨는 2019년 신생 성인방송 플랫폼 운영사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사회적 지탄으로 여성의 성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수익모델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여성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합법적 시장'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진출해 성 산업을 지속하려 한 것이다.

이들이 가담한 성인방송은 시청자의 후원에 따라 BJ가 리액션을 보이는 인터넷 방송의 운영방식을 차용해 후원액이 클수록 여성BJ가 높은 수위의 성적 행위를 전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시청자들은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후원하면서 여성BJ에게 성적 행위(노출, 춤, 유사성행위 등)와 개인정보(얼굴 공개 및 1대 1 대화)를 요구하며, 플랫폼은 방송에서 발생한 수익의 4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성기와 음모가 노출되지 않는 한 해당 행위들은 현행법상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아 국가기관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성인방송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A티비는 이같은 수익모델로 지난해 매출 813억5000만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558억)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해당 업체는 성인 코미디로 유명한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섭외하거나 거대 남초(남성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와 제휴를 맺는 등 대중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2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 대상' 라이브방송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 자유롭고 합법적인 계약 아래 여성과 업체 모두 이익을 얻는 듯한 구조지만, 실상은 사회 경험과 법률 지식이 적은 20대 여성들의 성을 장기적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 <프레시안>이 만난 성인방송BJ 출신 여성들과 탈출 지원 활동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여성들을 성인방송으로 연결하고 계약부터 방송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수수료를 취하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성착취를 주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최초 레즈비언 연애 프로그램 <너의 연애>에 출연했다가 성인방송 이력으로 논란에 휩싸인 리원(35, 본명 김리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보다 "신생 플랫폼에서 소통방송을 하면 고정급여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엔터 업체 공고를 믿고 처음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의 주요 상품은 성인방송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엔터 측은 더 많은 수익을 벌 수 있다며 리원에게 노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리원은 모니터를 통해 성적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워 생애 처음 자해를 시도하면서도 쉽사리 방송을 그만두지 못했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내야 하는 수천만원의 위약금은 물론 계약 당시 엔터 업체가 생활비를 빌려주는 대신 가져간 부모님의 연락처를 통해 자신의 성인방송 내역이 알려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지난해 성인방송 플랫폼 관계자에 의해 신상이 유포되고 주위 지인들까지 성적 모욕을 당하는 일까지 겪은 뒤에야 7000여만 원의 위약금을 내고 성인방송을 완전히 그만뒀다.

ⓒfreepik

계약사기 횡행하는데 구제요청 어려워…"성인방송 실태조사 시급"

리원이 겪은 피해는 성인방송 계열의 엔터 업체들이 자주 활용하는 수법이다. <프레시안>이 만난 2명의 성인방송BJ 출신 여성 또한 △소통방송 또는 가벼운 수준의 노출을 전제로 엔터 업체와 계약했으나 실제로는 높은 수위의 성적 행동을 강요당하는 사례 △엔터 업체가 계약서 두 부를 모두 가져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보거나 외부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사례 △수천만 원 상당의 위약금을 요구받아 계약을 해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례 등으로 계약 해지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부당계약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소송을 걸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워한다. 엔터 측이 계약서에 "계약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는 즉시 손해배상 소송을 걸겠다"는 조항을 기재해 BJ에게 겁을 주는 경우가 많으며, 분쟁 과정에서 자신의 성인방송 경력이 외부에 알려지거나 영상이 외부에 유출되는 등의 2차 피해가 발생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성인방송을 그만둘 수 있어야 하며, 계약사기를 비롯해 성인방송BJ들이 겪는 성착취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여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프레시안>에 "성인방송은 성매매와 같이 물리적인 행위를 겪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성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청자의 요구 및 엔터 업체의 계약 관계 아래서 실제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성인방송BJ에 대한 낙인을 거두고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만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벗방시장 연구: 시장장치 개념을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한 황유나 연구자는 <프레시안>에 "현재 정부는 성인방송에 대한 개입을 플랫폼 업체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음란물이나 불법영물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며 "엔터 업체와의 성인방송BJ 간 부당계약에 대해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을 비롯해 성인방송이 어떻게 운영되고 BJ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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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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