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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인 구금, 동맹국 무시하는 처사 용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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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국인 구금, 동맹국 무시하는 처사 용납 어려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쪽에도 휘둘리지 않기 위한 한국의 전략은

최근 우리 국민이 미국에서 구류된 사건은, 국외적으로는 주요 외신의 관심을 끌었고, 국내에서는 현 정부의 외교적 대응력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한미동맹의 본질과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 요구까지 제기되는 등 파장이 컸다.

자유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세계 질서의 중심을 자임해 온 미국이, 오랜 동맹국인 한국의 국민에게 이처럼 과도하고 예외적인 방식으로 법을 집행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엄밀한 법적 기준에서 보면 노동 비자가 아닌 다른 비자로 입국한 후 근로 행위를 한 점은 미국 이민법에 저촉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고, 보통은 추방이나 행정 처분 정도로 정리되는 관행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러한 선례를 넘어선 비상식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약 70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미국에 전달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이러한 외교적 '성의'가 순식간에 무시당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구금된 한국 국민이 양손이 뒤로 결박되고, 발목에 쇠사슬까지 채워진 채 마치 중범죄자처럼 끌려가는 모습이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이 장면을 보며, 코로나19 당시 중국 당국이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감염자 또는 접촉자들을 강제로 격리하고 통제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중국의 조치 또한 인권 논란이 있었지만, 쇠사슬을 사용하거나 전시하듯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유발하는 방식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의 대응은 훨씬 더 충격적이고 모욕적인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사람의 구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한미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미국이 한국 국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미국이 동맹국 전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런 사태는 미국의 대외 이미지, 특히 '자유·인권·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한다고 믿었던 동맹국 국민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미국이 인권을 수호하는 국가로서, 도덕적 우위를 가진 세계 질서의 주도국이라는 인식은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정세는 지금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중미 간의 전략적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봉건 황제처럼 무역 상대국에 일방적인 관세를 부과하고, 국제 규범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정책을 펼쳤다.

과거 중국의 제왕적 외교와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은 '인의(仁義)'나 '예의(禮)'라는 전통적 가치를 외교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데 비해, 트럼프는 단순히 사업가적 사고와 즉흥적 전략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심지어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조차 혼란과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얼마 전 북중러 3국이 함께한 '반파시스트 열병식'을 성대하게 개최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는 반미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신냉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는, 단순히 미국 보수 진영의 이민 통제 정책만이 아니라, 중국의 정보공작에 대한 과민반응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의 개방성을 악용해, 상대국 내부에서 체계적인 정보 수집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만약 이들이 적발될 경우, 중국 정부는 오히려 상대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문제 삼아 압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공세적 외교 방식은, 결국 미국이 전방위적인 불신과 경계의 눈초리로 모든 국가를 대응하게 만든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러한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이, 정당한 절차와 동맹국에 대한 예우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다면, 이는 자국 안보를 위한 조치를 넘어, 국제적 신뢰와 리더십의 기반마저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미관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 각국 사이의 신뢰, 특히 민주주의 가치의 공유라는 보편적 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 되었다.

한국은 이제 단지 외교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국제질서의 재편 국면에서 능동적 판단과 주체적인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중미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가 어느 쪽에도 휘둘리지 않고, 자국민의 권익과 국가의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현명하고 단호한 입장 정립이 절실하다.

▲ 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 산하의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애틀랜타 사무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계정에 게재한 단속 모습. ⓒATF 애틀랜타 사무소 X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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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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