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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에 다시 묻는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불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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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에 다시 묻는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불가능한 것인가?

[민교협의 새로운 시선]

18년 만에 제헌절이 다시 국민의 휴일이 되었다. 공휴일의 복원은 단순히 하루의 휴식을 되찾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이며, 민주공화국의 출발을 기념하는 날이다. 헌법이 선언한 국민주권, 권력분립, 기본권 보장이라는 원칙을 되새기고, 국가 권력이 헌법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올해 제헌절은 예년보다 더욱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12·3 내란이라는 헌정 중단 사태를 경험한 대한민국은 지금도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 청산과 지체되는 개혁

12·3 내란은 단순한 형사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오랜 세월 피와 땀으로 지켜 온 헌정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든 사건이었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헌법을 존중하고 권력을 절제하는 문화, 권력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내란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일탈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지점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따라서 내란 청산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물론 내란에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비호한 사람들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재판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이러한 사태가 가능했는지, 권력기관은 왜 이를 견제하지 못했는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문제가 민주주의를 위협했는지를 함께 성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민주주의는 단순히 쿠데타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권력 집중을 막는 제도 개혁이 뒤따를 때 비로소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헌절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헌법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규율하는 살아 있는 규범이다. 제헌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헌법이 오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날이다. 만약 내란의 원인이 되었던 권력 집중과 권력기관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제헌절의 의미는 절반밖에 실현되지 못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여러 차례 '속도감 있는 개혁'을 약속했다. 내란 사태 이후 국민이 정부에 기대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개혁이었다. 권력기관을 정상화하고, 사회 곳곳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며,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의 속도와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국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으며, 조세 정의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의료체계 역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한 질책을 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지시가 실제 정책의 변화와 국민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보완수사권, 권한 집중의 또 다른 이름

그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분야는 검찰개혁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문제는 어느 한 정권의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가 논의해 온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 과제이며, 권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어렵다. 정치적 사건에서의 선택적 수사와 기소, 권력형 비리에 대한 소극적 대응, 정치검찰 논란이 반복되어 온 것도 이러한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는 수사와 기소의 기능을 분리하거나, 최소한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어느 한 기관이 수사의 시작부터 종결, 기소 여부까지 모두 결정하는 구조는 권한의 집중을 초래하기 쉽다. 권력이 집중되면 반드시 권한 남용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권한 남용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보다 제도의 견제를 신뢰하는 체제이다.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은 이러한 원칙과 직결된다. 일부에서는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사건 암장 가능성을 이유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사건의 완결성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일정한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언뜻 보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논리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혼동하고 있다. 특정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는 그 기관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기관 간 견제 장치를 강화하며, 실효적인 이의제기와 재수사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 부실 수사가 발생했다고 해서 다시 검찰에 수사권을 집중시키는 것은 권한 남용의 가능성을 또 다른 권한 집중으로 해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는 권한을 한곳으로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권한을 나누고 서로 감시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검찰개혁, 원칙을 지켜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할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정 부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필요성과 수사의 효율성을 이유로 들지만, 이러한 접근은 검찰개혁의 기본 원칙을 흔들 위험이 있다. 보완수사권은 명칭이나 범위가 어떠하든 검찰이 수사의 방향과 범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통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직접수사권의 우회적 부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검찰개혁은 검찰을 약화시키기 위한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며, 공소를 유지하고 법정에서 범죄를 입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검찰의 존재가 아니라 권한의 범위이다. 검찰은 공소기관으로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수사는 독립된 수사기관이 담당하며, 양 기관이 상호 견제하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이는 검찰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12·3 내란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민주주의는 한 번 확립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유지되는 체제가 아니다. 헌법을 무시하는 권력이 등장할 수도 있고, 권력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제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시민의 의식과 함께 권력을 분산시키고 서로 견제하도록 만드는 제도이다. 권력기관 개혁은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제헌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날이다. 헌법은 종이에 적힌 문장이 아니라 국민이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살아 있는 약속이다. 내란의 완전한 청산 없이 헌정질서의 온전한 회복은 있을 수 없으며, 권력기관 개혁을 포함한 사회대개혁 없이 민주주의의 미래 또한 담보할 수 없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개혁을 정치적 유불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헌법 앞에 약속했던 원칙을 끝까지 실천하는 것이다. 제78주년 제헌절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하나다. 대한민국은 과연 12·3 내란 이전보다 더 안전한 민주주의를 갖게 되었는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제헌절을 온전히 기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8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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