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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집회 의미없다" 의원 한숨에도…장동혁은 왜 극우의 손을 못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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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집회 의미없다" 의원 한숨에도…장동혁은 왜 극우의 손을 못 놓을까

[분석] 지지층 확장 어려운 상황서 '확실한 편' 된 극우…대구·서울 집회 강행에 당내 피로도 높아져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 체제 한 달이 넘도록 '극우 정당' 프레임에 갇힌 모습이다. 전한길 씨 등 극우 유튜버 지지를 기반으로 8.22 전당대회에서 장 대표가 당선된 시점에 국민의힘 노선의 강경화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다. 하지만 원내 107석을 갖고도 장 대표가 계속해서 장외로 시선을 돌리는 탓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어게인' 깃발을 든 아스팔트 세력과 좀처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 원내 결집력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자, 의원들 사이에선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대구, 28일 서울에서 2주 연속 장외집회를 열었다. 지난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시 황교안 대표 체제 시절, 잦은 장외집회로 태극기 부대와 밀착 행보를 보이며 총선에서 역풍을 맞은 국민의힘은 한동안 장외집회를 자제해 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대여 투쟁 수단으로 다시 장외집회를 꺼내든 배경에는 장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 비상계엄 여파로 지지층 쏠림이 심해진 강성 인사들이 장 대표에게 보조를 맞췄다.

극우 깃발 펄럭이는 광장…의원들 사이에선 "분위기 안 좋다"

지난 8월 26일 당선된 장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107석 국민의힘이 믿어야 할 것은 우리와 함께 싸울 의지가 있는 자유우파 시민과의 연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 연대와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장애, 방해가 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며 단일대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구성원에 대한 '결단'도 엄포했다.

당 일각의 만류에도 장 대표는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이재명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무대를 넓혀 대구와 서울의 광장으로 향했다. '전한길 뉴스' 등 극우 유튜브 채널은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생중계하며 흐름을 보탰다. 극우 유튜브는 장 대표가 대표직 당선의 공을 돌릴 만큼 주요한 소통 창구로 여겨진다.

태극기와 성조기, '윤석열 어게인'과 '부정선거론' 주장을 적시한 깃발을 든 극우 지지자들은 장외집회 단상 위에 올라 강성 발언을 내뱉는 장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에게 특히 환호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 호칭을 생략한 채 "이재명"을 겨냥한 거친 발언을 쏟아냈고, "이재명 당선 무효"를 주장하는 김 최고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집회 발언 수위는 위태로웠지만, 장 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그럴수록 의원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김재섭·박정하 의원 등 일부는 공개적으로 집회 불참을 밝히며 선을 그었다.

당장 집회 현장에 지역 당원들을 총동원하고, 지도부에 인증사진까지 제출해야 하는 의원들은 속을 끓였다. 국정감사 준비 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장외집회 재개는 이들에게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당의 '당원 동원' 지시를 외면할 수 없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고충도 상당했다고 한다.

영남권 한 재선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과거의 장외집회는 국민의 분노가 차올랐을 때 이를 결집시키는 것이 특징인데, 현재 두 번의 집회를 통해 본 것처럼 집회 목적 자체가 지지자들의 감정 폭발 중심으로 됐다"며 "이를 계속 반복한다는 건 큰 의미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회라는 공간은 충분히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원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도부에 당부했다.

한 초선 의원도 "장외집회는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당을 위한 행보보다는 당 대표 본인을 위한 행보로 이해된다"며 "자신의 지지세를 확고히 하고 싶은 거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추가 장외집회 가능성에 대해 "아마 쉽지 않을 거다. 지금 장외집회에 대해 의원들도, 당협위원장들도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외집회 효용성은 강성 당원 결집, 장 대표의 내부 주도권 장악 외에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있고, 장외집회 이후에 반전은 없었다.

정권 초반 전개하는 장외집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독재자'에 빗대고, "이재명 정권 끝장내자", "야합 특검 중단하라" 등 극단적인 정치 구호만 나오니 국민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두루 나온다. 다만 지도부 소속 한 인사는 "우리가 광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극우가 오느니 마느니 할 수는 없다. 그분들을 막을 수는 없다"며 "다 우리 국민"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민의힘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부, 추가 집회 일단 자제…단절 못 한 '극우 연대'는 변수

현 정부를 겨눈 장외집회에서 별다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국민의힘은 일단 추가 장외집회는 고려하지 않고, 대신 화력을 원내로 모으려는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제 국정감사도 있으니 올해 (장외집회는) 이 정도로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극우 세력을 주요 지지층으로 보고, 이들과 손을 놓지 않는 장 대표의 움직임은 변수다.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고립되지 않기 위해 "극우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에서는 극우 집단이 여전히 강력한 대여 투쟁 자원으로 여겨진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지금 여권과 대척점을 질 수 있는 사람들은 극단 세력이다. 광장에 모일 수 있는 이들은 중도 보수, 온건 보수는 아니"라며 "탄핵 이후 물적 기반이 약화된 국민의힘이 너무 궁지에 몰리다 보니까, 지지 기반으로 극우를 계속 선택적으로 붙잡고 있는 거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아무리 우쪽으로 가더라도 보수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본인들이 다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친윤' 세력은 어떻게든 총선에서 또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 같다"며 "그래서 자꾸 밖으로 나가고, 극우를 동원하려고 하고, 그들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이 극단 세력과 거리를 둬야 지지율을 반등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이들의 영향력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지율 박스를 뚫지 못하는 답은 뻔하게 나와 있고, 국민의힘도 알 것이다. 계엄과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가한 국민의힘 당원들이 정부·여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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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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