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탑승해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고 구호를 전달하려던 500명 규모 국제구호선단이 이스라엘군에 또다시 저지됐다. 가자시티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마지막 기회"라며 주민들에 대피를 촉구하며 남을 경우 "테러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안 답변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가 이스라엘 철군 일정 등의 명확화를 요구하며 중재국에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종전안을 환영한 아랍국들도 추가 협상이 필요성을 밝힌 상황이다.
1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외무부는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을 저지해 배 여러 척을 이스라엘 항구에 정박시키고 승선한 활동가들을 항구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툰베리를 포함해 활동가들이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한 달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출발해 의약품과 식량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한 약 40척의 민간 선박으로 구성된 '글로벌 수무드 선단(GSF)'엔 활동가, 의원, 변호사를 포함한 다국적 인사 약 500명이 탑승해 있었다. 선단은 현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고 인도적 통로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데 더해 2007년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는 것을 목표로 조직됐다.
선단은 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가자지구 시간 기준 1일 오후 8시30분께 이스라엘 점령군이 국제수역에서 글로벌 수무드 선단 소속 배 여러 척을 가로막고 배에 탑승했다"며 "이는 비무장 인도주의 활동가들에 대한 불법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선단은 "내 의사에 반해 이스라엘군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활동가들의 구조 요청 영상 또한 공개했다.
그러면서 2일 오전 3시20분 기준 배 13척이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총 13척이 저지됐지만 남은 30척의 배가 여전히 46해리(약 85km) 떨어진 곳에서 가자지구를 향해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기존 배들은 가자지구에서 약 70해리(129km) 떨어진 곳에서 저지됐다.
이스라엘 쪽은 지난 6월 저지한 가자지구로 향하던 툰베리 등이 탑승한 구호선박을 "셀카 요트"로 깎아내린 뒤 이번 구호선단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수무드 선단"이라고 조롱했다.
선단 호위에 나섰던 이탈리아는 선단이 가자지구에 접근하자 지난달 30일 호위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선단이 키프로스에 구호품을 내려 이스라엘과의 충돌을 피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선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항해했다.
<로이터>를 보면 1일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등 각국에서 선단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이스라엘군 "가자시티 떠날 마지막 기회…남은 이들 테러범 간주"
가자지구 북부 중심지 가자시티 지상 공격을 진행 중인 이스라엘은 이 지역 주민에게 "마지막 기회"라며 대피를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명에서 가자시티를 벗어나 남쪽으로 대피할 "마지막 기회"라며 주민들에 떠날 것을 촉구하고 "가자시티에 남는 이들은 테러범 혹은 테러 지지자"라며 피난하지 않은 주민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약 3분의 1 지점을 가로질러 북부를 다른 지역과 분리하는 네차림 회랑 점령을 마쳐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분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개시된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지상 공세 뒤 약 40만 명이 대피했지만 여전히 수십 만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AP> 통신은 많은 주민이 피난길에 오르기에 너무 약해져 가자시티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군사 공세 강화로 1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가자시티에서 활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지상 작전 뒤 이 지역 인도적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1일 성명을 통해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은 가자시티에 머물든 이곳을 떠나든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트럼프 종전안 논의 추가 기일 요구"…중재국들도 추가 협상 필요성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합의한 종전안에 대한 답변 기일을 하마스에 며칠 밖에 주지 않은 가운데 1일 <AP>는 하마스 관계자에 따르면 하마스가 카타르와 이집트에 우려를 전달했고 제안을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마스와 트럼프 정부 사이 비공식 협상가로 활동 중인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비샤라 바바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일정, 영구 종전 보장, 무장 해제의 정의 등에 관해 "명확화, 약속,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자이자 사업가인 바바는 지난 5월 미국인 인질 석방 과정에서 하마스와 미국의 직접 협상에 참여했다.
트럼프 종전안을 환영한 아랍국들도 추가 협상 필요성을 주장 중이다. 카타르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빈 자심 알사니는 1일 공개된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안이 "전쟁 중단, (가자 주민) 이주 방지, 이스라엘군 완전 철군" 및 "가자지구 관리의 직접 주체가 팔레스타인인"임을 명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스라엘군 철수 과정, 팔레스타인 행정부 구성 등 명확화 및 추가 협상이 필요한 몇몇 세부 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AP>에 따르면 1일 이집트 외무장관 바드르 압델라티 또한 종전안의 특정 요소들은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종전안엔 휴전 성립 72시간 안에 인질 전원 석방, 하마스 무장 해제 및 가자지구 통치 배제, 이스라엘군 점진 철수, 종전 뒤 기술관료 중심 팔레스타인 위원회의 가자지구 임시 통치 등 내용이 담겼다. 가자 주민 강제이주 금지를 분명히 했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합병도 배제됐다.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모호한 언급 수준에 그쳤다.
하마스가 반대해 온 무장 해제가 조건에 포함됐고 이스라엘군 철수 일정과 조건도 모호하게 처리돼 하마스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을 전면 지원하겠다며 으름장을 놔 종전안이 사실상 최후통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상황이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변호사이자 분석가인 다이애나 부투가 "협상안을 읽어 보면 팔레스타인인들에 어떠한 보장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보장은 이스라엘에만 제공된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종전안의 최후통첩성 성격 탓에 하마스 쪽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가자지구 정치분석가 무스타파 이브라힘은 "인도적 상황은 재앙적이고 종전안이 거부될 경우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라는 청신호를 준 것을 우린 알고 있다"며 "나쁜 협상"이라도 하마스가 동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팔레스타인 역사학자 예지드 사이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하마스의 "정치 운동" 성격을 강조하며 무장 해제되더라도 "정치 세력으로서 근절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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