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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가뭄·물 부족 재난 겪은 강릉, 회복은?

농민·소상공인·관광지 피해 심각 "지금 지원책 태부족"

지난 8~9월 가뭄과 물 부족 문제를 겪어 온 강릉시는 근래 잇단 강수로 취수원의 물은 회복했으나, 농업, 상업, 관광업 등으로의 2차 피해 확산은 막지 못했다. 아파트 등의 제한급수가 풀리고 수영장도 재개되는 등 물 사용은 정상화됐지만, 회복이 안 되는 작물 피해와 침체한 지역 상권에 농민과 상인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일 기준, 강릉시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69.0%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51.8%로 저수율이 절반을 넘은 이래 꾸준히 증가했다. 저수율은 17~21일 동안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5일간 200mm(밀리미터)가 넘는 누적강수량이 강릉 전 지역에 내리면서, 저수율도 16.7%에서 51.8%로, 극적으로 회복됐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 생활용수의 약 87%를 공급하는 취수원이다.

극한 가뭄에 따른 규제도 하나둘씩 풀렸다. 지난달 18일 저수율이 20%를 넘자, 19일부터 제한급수가 해제됐다. 이달 6일 아파트, 대형 호텔 등 저수조가 100톤(t) 이상인 건물에 급수가 제한된 지 13일 만이다. 이들 건물에선 제한급수 기간 매일 두 차례, 오전 6~9시와 오후 6~9시 시간대에만 물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22일 저녁 6시를 기해 재난 사태 해제를 선포했다. 지난달 30일 강릉시에 재난 사태를 선포한 지 23일 만이다. 지난 8월 말부터 문을 닫았던 대형 호텔 수영장 등도 운영이 재개됐다. 강원도 최대 규모 호텔인 세인트존스호텔은 22일부터, 538개 객실을 보유한 스카이베이호텔경포도 23일부터 운영 재개 소식을 공지했다.

공공 인프라도 회복됐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운영이 중단됐던 강릉시 공공수영장 3곳은 지난 1일부터 문을 다시 열었다. 공공화장실 47개소, 공공체육시설 27개소, 청소년카페 3개소 등 공공시설 77개소도 23일, 재난 사태 해제 직후부터 운영이 재개돼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취소됐던 지역 축제도 다시 추진 중이다. 강릉시는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강릉 누들축제와 커피축제를 시내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6일 열릴 예정이었던 달리기 대회 '경포트레일런' 일정도 오는 11월 중 열기로 정해졌다.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차들의 운반 급수도 재난선포 해제와 함께 중단됐다. 지난 8월 31일과 9월 7일 소방청은 1차·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전국 1만L(리터)급 이상 대형물탱크차 80여 대를 강릉에 투입해 왔다. 가뭄이 한창인 지난달 중순엔 강릉에서 운영되는 급수차만 600여 대에 달했다. 이들은 강릉 인근 연곡천 등에서 물을 퍼와 하루 1만 톤가량을 오봉저수지에 공급했다.

▲지난 9월 10일부터 10월 2일까지 오봉저수지 일별 저수율 그래프. ⓒ농업가뭄관리시스템

농민들 "강릉시, 피해 농민 기준 너무 좁게 인정"

수질 문제로 주민 불안을 일으켰던 인근 도암댐 도수 관로(물을 흘려 보내는 수로)안의 물은 애초 계획과 달리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수 관로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20일부터 수로를 열어 하루 1만 톤 가량의 물이 방류된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는 강릉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려 오봉저수지가 저수율을 회복하던 때다. 수로를 개방한 지 이틀 만에 정부의 재난 사태 해제가 선포됐다.

주민들의 물 사용은 정상화됐지만, 문제는 가뭄으로 인한 2차 피해 복구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2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농민들, 운영이 장기간 중단돼 피해를 본 관광업소 등에 대한 도와 시 차원의 직접적인 피해 지원 정책은 없다"며 "관광객이 정말 많이 줄어 지역 상권이 여전히 침체해 있다"고 우려했다.

홍 운영위원장은 "시가 관광 활성화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지난 2023년 강릉 산불 때도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강릉시 내 경기가 위축됐을 때, 시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성화 노력을 한 기억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행 강릉본부와 강원본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5년 9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영동지역 비제조업의 체감경기(CBSI)는 82.8로 지난 8월 92.8에 비해 10.0p 급락했다. 전국 비제조업 CBSI 90.5 점과 비교해도 7.7p 낮다. 9월 강원지역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89.3으로, 지난 8월 대비 2.7p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체감경기가 악화했다는 지표다.

김봉래 전국농민회총연맹 강릉시농민회장은 "농토는, 작물은 가뭄이 들어 한 번 망가지면 그 해는 끝"이라며 "비가 다시 온다 해도 농사는 회복이 안 된단 뜻이다. 강릉의 작물 피해는 정말 심각하다"고 답답해했다.

강릉시는 가뭄 피해 농가를 총 282곳으로 확정해, 추후 농약 대금이나 대파 비용 등의 보상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강릉시가 심사를 너무 까다롭게 한다.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데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농가들이 많다"며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시의 피해 가구 조사는 과소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민이 힘이 있나, 뭐가 있나. '피해 지원해달라' 요구밖에 할 수 없으니, 시나 시의회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며 "가뭄 피해를 본 농가에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고, 내년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생산비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8월 하순 최악의 가뭄 시기와 23일 오전 물이 가득한 모습이다. 11.5%까지 떨어졌던 오봉저수지는 최근 내린 비로 많은 물이 유입되면서 저수율 62.1%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2일 지난달 30일 가뭄으로 강릉시에 선포했던 가뭄 재난사태를 24일 만인 오후 6시부로 해제했다. ⓒ연합뉴스

지하수 관정에 속도… "10여년 방관한 시정, 반성해야"

강릉시는 현재 관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정은 지하수를 얻기 위해 지하를 뚫어 만든 우물과 같은 시설로, 취수원을 다양화하는 중기적 대안 중 하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달 16일 강릉 가뭄에 대응하는 '민관군 협의체'가 강릉 오봉저수지 상류에서 지하수 탐사와 굴착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릉시는 이밖에 홍제정수장 인근의 남대천에 하루 3만 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제2취수장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홍제·연곡정수장 증설 등을 통해 하루 12만 톤 이상의 생활용수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지하수 저류댐 신설,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 등을 통해 현재 80%가 넘는 오봉저수지 생활용수 공급 비중을 3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홍 운영위원장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 10년가량 반복됐음에도, 그때마다 비가 와 (강릉시가) 대책 없이 문제를 방관해 왔던 게 사태를 키운 가장 큰 문제라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난 5월부터 농민들은 이미 가뭄 피해를 보고 있었는데도 가시화되지 못했다. 생활용수뿐 아니라 농업용수를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고 지적했다.

홍 운영위원장은 또 "대책 마련 중, 지하수 저류댐 경우 3~4년이 소요되는 중장기적 대안이니 중단기적인 관정 마련을 집중적으로, 신속히 해야 한다"며 "시는 이 예산 반영을 뒤로 미루지 말고, 이를 최우선 순위로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시작을 1주일여 앞둔 25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농민들이 고랭지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안반데기는 올해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작황이 매우 나빠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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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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