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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셰셰 정신'이 옳았다…조선일보 사설을 '국힘'에 권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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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셰셰 정신'이 옳았다…조선일보 사설을 '국힘'에 권유하며

[박세열 칼럼] 혐중 정서에 매몰된 보수 정치의 각성이 필요한 때

<조선일보>가 최근 중국을 다룬 연속 사설을 지면에 실었다. 총 7개 사설을 쏟아냈다. 신문이 '연속 사설'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기획 논평을 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1번부터 6번까지의 사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한국 산업 다 잡은 중국 굴기 주역은 기업 아닌 공산당(9월 22일자), 가공한 차이나 스피드, 속도는 한때 우리의 정체성이었다(9월 23일자), 봉제에서 로봇까지, 모든 산업 다 하는 중국, 우린 뭐하나(9월 24일자), 몇년 앞서가 길목 지키는 중, 우리 미래가 막히고 있다(9월 26일자), '중국 밖의 중국'이 더 커져, 우리 설 땅 좁아진다는 뜻(9월 29일자), 이공계 매년 580만명 배출 中, 1년 출생 23만명 韓은 의대로(9월 30일자) 등이다.

"공산당", "우린 뭘 하나", "우리 설 땅 좁아진다"는 수사는 '소멸의 공포'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기획은 조선일보식 '공중증(恐中症)'의 표출로 읽힌다. '시장 보수' 논객인 정규재가 이를 두고 "중국 경계론의 전형적인 황색 과장이며 경제발전에 대한 몰이해"라며 "K시리즈로 시작되는 국뽕물들이 대체로 그렇다 하겠지만 중국을 거대하고도 불가피한 하나의 고형적 법칙처럼 인식하는 것도 실로 허망하다"고 논평한 데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 나아가 정규재는 "한국이 지금의 부국 혹은 유사 선진국으로까지 올라선 것은 그 상당부분이 중국 덕분이었다"며 "조선일보의 사설은 바로 그 본질적 줄거리를 생략한 채 혐중의 위기감을 극화하는데 분주하다. 그런 논리들이 명동거리와 대림동의 유사 폭력적인 극우 시위대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까지 비판한다.

하지만 마지막 7번 사설에서 '급변침'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중국 산업의 쓰나미에 올라타야 한다"(10월 2일자)였다.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조선일보는 "쓰나미 위에서 파도를 타는 법은 무엇일까.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미국조차 불가능한 일이다"라며 "우리는 방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심장부로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중국과 함께 세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격적이다.

'독재국가' 중국에 비판적이고 '친미 일변도'의 논조를 보이던 조선일보에서 이런 결론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은 공산당의 지휘 아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면서 '기술 발전' 그 자체를 위해 내달리는데, 그런 중국과 싸우기 위해 우리도 민주주의를 일부 희생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식의 결론으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앞서는 보수 내부의 위기감과 인식 변화를 보는 것 같다.

지금의 중국을 만든 건 아이러니라는 진부한 수식어를 붙일 필요조차 없이 미국이다. 21세기의 시작을 알린 세계사적 중요한 장면 두개를 꼽으라면 2001년 9월 11일의 9.11테러, 그리고 2001년 12월 11일 중국의 WTO 가입이다. 이 두가지 사건에서 세계 질서는 2001년 12월 11일 재편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혹독한 '시장 개혁'을 겪으며 개방과 구조조정에 나섰고, 구소련 붕괴 후 '1극체제'를 자신하던 미국은 중국의 세계 시장 편입으로 인한 자본주의 확장을 즐기며 부를 쌓아갔다. 그리고 세계는 중국과 함께 부를 쌓아갔다.

미국이 착각한 게 하나 있다면 '중국의 경제 발전이 중국을 민주주의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시진핑 체제'를 만들었다. 1978년 덩샤오핑 이래 개혁과 개방을 이끌고 평균 10%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이란 '성과'를 보여왔던 중국은 공산당 집단 지도체제를 시진핑 집권 이후 '1인 독재' 체제로 전환했다. 사실 시진핑 체제는 중국의 '불안증'의 산물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시진핑 집권 이후 6.2%로 떨어졌다. 임금 상승, 인구 감소, 부동산 리스크, 경기 둔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중진국 함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중국식 '추격형 성장의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시진핑은 지금 2차 '문화혁명'으로 거대 시스템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SNS 시대에 '국가주의'와 '쇼비니즘', 그리고 문화 통제를 통해 '자유주의'를 막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기술을 이용해 거대한 '디지털 독재' 모델을 전 사회에서 구현해내고 있는 중이다.

근본적인 의문은 중국이 '시진핑 체제'를 스스로 만들어 미국 및 서방과 대치하기 지작했는지, 아니면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시진핑 체제'로 몰아갔는지 여부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1990년 소련의 붕괴 후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균열이 간 시점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위기시엔 '적'이 필요하다. 미국과 서방은 흔들리는 경제 위기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외부의 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설정했고, 중국은 이에 대해 화답하듯 '시진핑 체제'를 구축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다.

트럼프라는 상징적 인물이 제국 미국이 앓고 있는 불안증(Anxiety disorder)의 표출이라면,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중국의 위협'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오히려 중국의 내부 불안증을 해소해주면서, 미국과 서방 세계가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세계 경제는 중국 없이 돌아갈 수가 없다. 포린어페어스 편집장 등을 지낸 국제 정치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는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에서 "미국은 중국이 경쟁자이자 고객이며 적대자이자 협력자라는 복잡한 관계를 반영하는 대중국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국가들은) 국제 무대에 펼쳐진 메뉴판에서 미국 요리 일부와 중국 요리 일부를 각각 골라 단품으로 주문하고 싶어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정식 코스 요리만 고르라고 고집한다면, 즉 중국을 거부해야만 미국과 가까워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면 각국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를 억제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경제 제재가 실패한 것은 세계 경제가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을만큼 광활한 공간이며 많은 국가가 미국이 무엇을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어떤 나라와도 기꺼이 교역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한다."

지금 국제질서는 80년대 '미소 양극' 체제를 벗어나 90년대 '미국 일극' 체제를 거친 후 '다극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쇠퇴하는 미국과 중진국 함정에 빠진 중국, 과거 향수에 빠진 러시아가 각자 처한 불안증을 표출하며 전지구적 불안과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자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좁은 길' 외엔 없다. 그러니 우리는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중국의 심장'으로 뛰어들어 '중국과 함께' 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양자택일'은 만들어진 공포이자 환상이다.

국민의힘 등 보수도 세계가 '자유세계'와 '반자유세계'로 나뉘어 있으며, 우리 내부에 '자유주의 세력'과 '반국가 세력'이 암존하고 있다는 '윤석열식의 망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재명의 '셰셰 정신'을 비웃을 때가 아니다. 아니, 이재명의 '셰셰 정신'이 필요하다. 명동과 대림동에서 펼쳐지는 혐중 시위에 단호히 선을 긋고, '21세기 똘이장군' 같은 이준석 식 '영포티 감성'의 반중 혐오 정치를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보수 내부에도 성찰이 필요하고, 국제 전략이 필요하다. 조선일보의 사설을 보수 정치인들이 정독하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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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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