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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 사령탑' 아닌 '삽을 든 송전 사령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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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 사령탑' 아닌 '삽을 든 송전 사령부' 우려

전력망특별법 첫 시행과 동시에 초고압 송전선 '속도전'...지방·주민 의견 배제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내세우며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으나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에너지개발과 송전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후 사령탑'이 아니라 '삽을 든 송전망 사령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더구나 생물다양성과 자원순환, 자연보호와 같은 영역은 뒷전이고 에너지개발과 송전 인프라 구축의 속도만 추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광역지자체,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총 99개 송전선로 및 변전소 구축 사업을 지정했다. 이에 새정부 에너지 최우선 국정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첫 행보부터 '속도전'을 펼친 데서 비롯된다. 지난달 26일,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 시행과 함께 열린 제1회 전력망위원회는 총 99개의 송전선과 변전소를 국가기간전력망으로 지정했다.

이 회의는 장관과 일부 전문가, 지자체 단체장만 참석한 채 비공개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사업 기간을 18개월 단축하겠다고 밝혔고, 지자체 합동평가 지표에 '전력망 구축 협력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관계자들은 이른바 '속도전 법제화'라고 지적한다.

국가의 대형 전력망 사업을 지방정부의 협력 지표로 관리하겠다는 것 역시, 자치분권의 후퇴이자 중앙의 통제 강화로 해석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공동대표는 SNS에 이와 관련한 글을 올려 "지자체 합동평가 지표에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협력 지표 신설 추진한 것은 지자체에 대한 부당한 압력 수단이 되겠다"면서 "자치분권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 철학과 맞나?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위계 구축, 개발독재 시대 지자체 통제 수단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각 지방환경청이 수행하던 환경영향평가를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일관성 있게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바꾸는 것은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전북과 전남 곳곳에서 초고압 송전선 건설이 추진 중이면서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지만, 지역별 환경 차이와 생태 보전 대책은 중앙의 판단에 일괄 묶여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의 '속도전'은 부실평가의 지름길"이라며 "환경이 에너지의 종속 변수가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전력망 중심의 국토 재편'이 본격화될 경우 농촌 경관 훼손과 주민 생계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일부 광역단체장이 환영입장을 밝히면서 "도민 아닌 수도권의 대변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도지사가 경기도지사인지, 삼성의 대리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날선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중앙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거나, 당장 눈앞의 개발 논리에 매몰돼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처사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초고압 송전탑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한 전북자치도의 경우 어떤 입장을 낼지 공개 질의를 통해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전력망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이는 기술검토를 넘어 지역사회와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균형있고 안정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정부가 송전탑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는 구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정현 대표는 "'기후위기 대응'을 내세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 실상은 기후위기 대응의 사령탑이 아니라 삽을 든 사령관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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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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