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제26회 전국내방가사경창대회에서 92세의 송동순 할머니가 인생의 마지막 무대를 남겼다. 예선을 통과한 스무 명 중 최고령 참가자로 무대에 오른 그는 단정한 한복 차림으로 ‘나의 소망가’를 낭송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떨림보다 생기로 가득한 목소리, 그리고 그 순간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한 인간의 삶이 하나의 예술로 완성되는 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뒤 송 할머니는 특별상을 수상하며 가족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행사 사진 속 그의 표정에는 기쁨과 평온함이 아직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긴 추석 연휴가 지나고 상금 전달을 준비하던 13일, 한국내방가사보존회 사무국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송동순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며 “그날의 무대가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였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을 내방가사와 함께 해온 할머니의 마지막 무대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며, 남겨진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힘차고 단정했던 그의 노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결하는 한 편의 내방가사(內房歌詞)처럼 가슴에 남았다. 안동 내방가사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이를 이어갈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송동순 할머니의 마지막 무대는 끝났지만, 그의 생의 노래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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