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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친·부인 '나체 피규어' 전시하는 사이트, 한국 남성 하루 10만 명씩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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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친·부인 '나체 피규어' 전시하는 사이트, 한국 남성 하루 10만 명씩 모인다

[여전한 디지털성폭력 ②] 신종 AI 성착취물 유포가 "유행·트렌드"…딥페이크 처벌법 시행에도 이용자 60%가량 증가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이 성착취 사이트 놀X에서 더 많은 성착취물을 보기 위해 회원 초대 코드를 구하는 게시물ⓒ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여자친구와 배우자 등 여성 지인들의 나체 피규어를 만들어 전시하는 성착취 사이트에 매일 10만 명 넘는 남성들이 모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딥페이크 처벌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9월 하루 6만 명을 기록하던 이 사이트의 이용자 수는 처벌법 시행 이후 줄기는커녕 1년 새 60%가량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용자들은 '나체 피규어' 성착취물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듯한 인식을 보이며 일종의 놀이처럼 소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성폭력처벌법을 보완함과 동시에 동의 없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성착취 사이트 놀X에서 '유행'하는 '나체 피규어'. 여성 지인이 올린 셀카를 활용해 나체로 서 있게 하는 피규어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특정 프롬프트를 활용해 유사성행위 및 성행위를 하는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이를 피규어로 박제하는 게시물도 게시물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놀X 갈무리

20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남성 대상 성착취 사이트 '놀X' 이용자들은 전·현 여자친구와 배우자 등 여성 지인의 얼굴을 나체와 합성(딥페이크)한 실사 피규어를 제작해 사이트에 전시하고 있다.

여성 지인이 올린 셀카를 활용해 나체로 서 있게 하는 피규어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특정 프롬프트를 활용해 유사성행위 및 성행위를 하는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이를 피규어로 박제하는 게시물도 게시물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최근 AI 기술 발전에 따라 구글 나노바나나 등 실사 피규어 이미지를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술을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등과 조합해 '나체 피규어'라는 신종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남성 대상 성인사이트 '놀X' 이용자들은 전·현 여자친구와 배우자 등 여성 지인의 얼굴을 나체와 합성(딥페이크)한 실사 피규어를 제작해 사이트에 전시하고 있다. ⓒ놀X 홈페이지 갈무리
▲성착취 사이트 놀X 이용자들이 '나체 피규어' 등 ai 기술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을 모의하고 있다.ⓒ놀X 갈무리

이 사이트는 본래 애인과 배우자 등 여성 지인을 불법 촬영하고 '인증샷'을 찍는 성착취 영상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는 성착취 커뮤니티다. 배우자와 성행위를 시킬 남성을 구하는 등 과거 '소라넷'에서 벌어진 성착취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도 한 이곳의 월 이용자 수는 지난해 4~5월 기준 52만여명. 현존하는 성착취 커뮤니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사이트에서 '나체 피규어' 성착취물은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부터 급격히 증가해 적게는 하루 2~3개에서 많게는 하루 수십개씩 게시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요즘 트렌드 만들어봤다", "저도 유행하는 전 여친 피규어 만들기 해봤다"며 잇따라 나체 피규어를 제작·전시했으며, 착취당한 여성의 신상을 기재해 다른 이용자들이 품평·조롱하게 했다.

사이트 이용자들은 나체 피규어를 통한 여성 지인 딥페이크 및 신상 공개는 불법이 아니라는 듯한 인식을 보인다. 전 여자친구의 나체 피규어를 제작·전시한 한 이용자는 "얼공(얼굴 공개)을 하고 싶어도 쫄려서 못했는데 이런 좋은 기술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나체 피규어를 제작한 이용자 또한 "피규어 버전은 얼공이 가능해서 좋다"며 착취 대상 여성의 신상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시행된 딥페이크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이 사이트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처벌법 시행 직전 일 이용자 6~7만 명을 기록하던 이 사이트는 20일 기준 일 이용자 10만 명을 넘겼다. 이용자가 줄기는커녕 1년 사이 60%가량 증가한 셈이다. 디시인사이드, 보배드림 등 남성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놀X를 이용했다거나 회원가입을 위해 필요한 '초대코드'를 돈 주고 구매하겠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이 사이트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처벌법 시행 직전 일 이용자 6~7만 명을 기록하던 이 사이트는 20일 기준 일 이용자 10만 명을 넘겼다. 이용자가 줄기는커녕 1년 사이 60%가량 증가한 셈이다. 디시인사이드, 보배드림 등 남성중심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놀X를 이용했다거나 회원 가입을 위해 필요한 '초대코드'를 돈 주고 구매하겠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놀X 갈무리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이 성착취 사이트 놀X에서 더 많은 성착취물을 보기 위해 회원 초대 코드를 구하는 게시물ⓒ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이 사이트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성착취 모의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프레시안>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72개 시민사회단체 및 대학 단체와 200여 명의 개인 참여자들로 구성된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또한 지난해 10월 4일 제6차 강남역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말하기 대회를 열고 이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성착취를 규탄했다. (관련기사☞ : [단독] 텔레그램방 130배…딥페이크 처벌법 비웃는 '제N의 소라넷')

수사 당국과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가 손을 놓는 동안 AI 기술을 악용한 성착취물 양산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제작한 나체 피규어들을 매일같이 '인증'하고 있으며, AI 프로그램 제작사가 마련한 성착취물 제작 방지 장치를 우회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공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높은 등급의 이용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AI Art 연구소'를 개설하고 성착취물 제작 모색을 거듭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나체 피규어 등 가공을 거쳐 제작·유포한 성착취물이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프레시안>에 "현행 딥페이크처벌법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 등을 편집·합성·가공한 것을 말하는 데 피규어의 경우 사람이 아닌 사물이라고 판단해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이 나올 수 있다"라며 "딥페이크처벌법의 적용 범위를 '실제 인물로 인식될 수 있는 가상 얼굴'까지 규정해야 해당 성착취물을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남성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법이 개정돼도 처벌을 피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성폭력이 반복될 것"이라며 "관련 법 정비와 더불어 여성을 동의 없이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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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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