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신종 네트워크 범죄 수법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무의미하고 국경의 경계가 무의미합니다. 새로운 범죄 수법에는 새로운 대응 수단이 필요합니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된 20대 한국인 대학생 유해가 지난 21일 국내로 송환됐다. 숨진 채 발견된 뒤 74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학생 피살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지만, 이런 국제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부 추정치로도 1000여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캄보디아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그 숫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피살된 대학생을 화장한 캄보디아 현지 불교 사원에 따르면, 이 사원 내 냉동 시신 안치실에 한국인 시신 3구가 더 보관돼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다보니 일부 정치권에서는 "캄보디아에 전쟁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 "ODA를 끊어야 한다" 같은 강경 발언이 쏟아질 지경이다.
그러나 김종호 서강대 동남아학과 부교수는 21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캄보디아 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 중국 푸젠성(복건성)에서 시작된 스캠 사기 범죄가 2010년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로 퍼지고, 2019년 코로나 사태를 전후로 한국, 일본, 대만까지 확산된 초국경적 범죄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와 달리 위계적인 질서를 가진 범죄조직도 아니고, 네크워크로 작동되며, 언어만 갈아끼우면 어느 나라에서나 작동할 수 있는 '모듈화'된 작동 방식도 달라진 모습이다.
또 범죄 수익을 암호화폐를 통해 '세탁'해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런던 등 국제 금융 허브 지역에 합법화된 사업이나 투자를 통해 자금을 불려가다보니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범죄 자금 확보도 가능해졌다.
"특정 민족, 특정 국가, 특정 종교, 특정 종족을 일반화하고 악마화해서 그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해자로 지목해야될 대상은 범죄 행위를 한 사람과 이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입니다. 이 구조를 봐야 합니다."
범죄가 국경을 초월해 저질러지기 때문에 대응도 한 국가 차원에서는 어렵다. 특히 암호화폐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인터뷰 전문이다.
캄보디아 사태의 뿌리, 푸젠갱(福建帮, Fujian Gang)
프레시안 : 푸젠갱은 어떤 조직인가?
김종호 : 푸젠갱은 어떤 조직이냐, 위계질서나 규모는 어떻게 되느냐, 이런 걸 많이 물어보시는데 사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범죄 조직은 두목이 있고 그 밑으로 위계질서가 있는 집단을 얘기하는데 푸젠갱은 중심이 없다. 탈 중심적이고 흩어져 있다. 푸젠 출신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지, 이들이 하나의 집단적 멤버십을 가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을 통제하고 단속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이 문제가 되고, 미국과 영국 정부가 이 사람에 대한 자금 동결을 했다. 이 사람이 잠적해 찾고 있는데, 천즈 회장이 중요한 점이긴 하지만, 이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조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큰 점이 작은 점으로 흩어져서 또 다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의 고리를 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제가 푸젠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이 지역 출신들이 모여서 만든 범죄 수익화 모델이 매우 중요하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갖는 의미가 있다. 지금 동남아시아에 글로벌 억만장자, 상위 부자 그룹들의 절반 정도는 푸젠 출신이다. 삼합회라 불리는 중국 범죄조직의 양대 축도 푸젠과 광둥이다. 2023년에 싱가포르에서 단속된 3조 원을 돈세탁했다는 사람들을 봤더니 10명 다 푸젠 출신이다. 천즈 회장과 그가 거느리고 있는 부하들 가운데 상당수가 푸젠 출신이다.
또 몇 년 전에 필리핀 밤반시의 시장으로 앨리스 궈(Alice Guo)라는 굉장히 젊은 여성이 당선됐다. 이 사람의 과거를 아무도 모르고 중국의 스파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돼서 조사를 해보니 그 주변 조직원들도 푸젠 출신이었다. 이처럼 푸젠 출신들이 동남아시아를 착취하는 양상이 나타나서 이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대 동남아로 들어간 푸젠갱, 한국은 코로나 전후 타깃 되기 시작
프레시안 : 시작은 중국 푸젠성이었는데, 지금 캄보디아만이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가 이들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배경과 계기가 궁금하다.
김종호 : 스캠 범죄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푸젠 방언은 세계 3대 방언 중 하나인데, 이 지역과 대만의 방언이 동일해 약 20년 전 대만의 스캠 사기 조직이 유입되면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시진핑 정권이 들어와 이 범죄에 대한 단속을 굉장히 세게 했다.
그래서 이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로 거점을 옮겨 도피하는데, 중국인이 많은 국가로 가게 된 것이다. 또 2013년 시진핑 정권이 '일대일로'를 천명하면서 동남아 곳곳에 특별 경제구역을 건설하는데, 우리와 달리 중국은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중국 노동자들을 데려와서 도시, 항만 등을 건설한다. 복건 출신 사기 집단들은 이 중국 노동자들을 노리고 동남아의 특별경제구역으로 많이 이동했다. 그래서 미얀마 북부,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 등이 주요 타깃이 됐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이 주변에 있는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사기에 걸리기 시작했고, 코로나 전후로 한국, 대만, 일본 사람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필리핀, 라오스, 미얀마 등 넘어서 싱가포르까지 정경유착 의혹
프레시안 : 생각보다 훨씬 역사가 깊다. 앞서 필리핀 밤반 시장 사례를 언급한 것처럼 복건갱이 동남아 국가들에서 현지 권력과 결탁돼 세력을 확장하게 되는데 이게 얼마나 심각한가?
김종호 : 중국계 범죄조직들이 현지에 진출을 할 때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투자회사, 코인회사 등 합법적인 기업의 외피를 쓰고 나간다. 수백억, 수천억 자산을 가진 기업으로 진출해서 공장을 짓는다, 호텔을 짓는다, 이러면서 접근하면 브로커들이 꼬이고, 정치권력도 꼬이고, 유착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
이런 유착 관계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경제 공동체화 되는 모습까지 보인다. 라오스에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특별 경제구역이 있는데, 여기 스캠 사기 단지로 불리는 골든 로맨스 지역에 킹스 로맨스 그룹이 있다. 이 법인 지본의 20%를 라오스 정부가 갖고 있다. 미얀마의 스캠 사기 단지로 알려진 슈에 코코 지역의 경우, 범죄 수익의 30-50% 정도가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 쪽으로 흘러 들어간다. 범죄 수익이 늘어날수록 현지의 정권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때부터는 합법과 불법이 경계가 사라지고 단속이 무의미해진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주의해야 될 점은 이런 범죄 집단들이 정착하고 사업을 하는 지역들은 거버넌스가 약하고 정치나 관료 조직들의 부패가 심하고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범죄 자금 규모가 조 단위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이게 선진국에서도 투자 자금이 되어 버린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케이스가 싱가포르다. 앞에 설명드렸던 것처럼 2023년 3조 원의 돈세탁이 드러났다. 싱가포르처럼 작은 데다 투명하고 제도가 잘돼 있다는 나라에서 이런 큰 규모의 돈이 세탁됐는데,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 있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올해 초에 범죄 조직원들 2명이 참여한 파티에 싱가포르 장관급 인사 4명이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은 게 드러났다. 장관들은 거기에 푸젠갱들이 있는지 모르고 갔다고 하지만 의심을 살만 하다.
'범죄의 모듈화', 그만큼 확장성이 크다
프레시안 : 이 초국경 범죄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특징 중 하나로 '범죄의 모듈화'를 꼽으셨는데, 기존 범죄 조직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 것인가?
김종호 : 이들의 온라인 범죄는 강력한 언어 노동이다. 가장 악명 높은 수법은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으로, 사기꾼이 온라인에서 피해자와 신뢰 관계(주로 로맨스)를 형성한 뒤, 가짜 투자 플랫폼으로 유인하여 자산을 모두 가로채는 방식이다. 범죄 조직원 개개인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선후배, 친척, 가족 등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대상으로 속여서 데리고 오면 내가 그만큼 인센티브를 받는다. 푸젠갱들이 푸젠 지역과 그 방언을 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던 2000년대 초반이나 2010년대에 걸쳐서는 중국인들이 가장 큰 피해자들이었다. 중국인들이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피해자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처럼 개개인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라는 아날로그적인 요소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범죄 모델에 언어만 갈아끼우면 어디든 확장이 가능하다. 이걸 모듈화라고 설명을 한 것이다.
또 한국인들이 걸려든지 6, 7년이 넘었기 때문에 '내가 중국인들 밑에서 일해야 될까, 이걸 배워서 독립을 해서 범죄 조직을 만들 수도 있잖아' 이런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확장성이 크다.
암호화폐 통한 돈세탁, 글로벌 금융허브 통해 합법적 경제시스템으로 유입
프레시안 : 기존 범죄와 다른 차이점 중 하나가 수익을 암호화폐화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싱가포르처럼 국제 금융이 발달한 국가에서도 작동할 수 있고, 돈세탁도 용이해 합법적인 경제 시스템 안으로 유입된다.
김종호 : 저는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는 이런 글로벌 범죄조직이라 하더라도 조 단위의 자금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과거 범죄 조직들의 핵심 문제점은 범죄 자금을 쌓는 건 쉬운데 이걸 양지화 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보통은 돈세탁을 하다 꼬리가 잡힌다. 예를 들어 제가 범죄로 100억을 벌어 그 중에 20억으로 한강변 아파트를 산다. 그러면 바로 금융당국에서 알게 된다. 혹은 이걸 달러로 환전하겠다고 사채 브로커들한테 넘기면 한 50억은 떼주고 50억만 돌려받는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암호화폐를 만나는 순간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범죄로 1조를 벌면 1조가 한 푼의 누수도 없이 모두 코인이 되고, 단속의 위험도 없이 바로 양지화가 된다. 이렇게 1차로 세탁된 돈을 갖고 글로벌 금융허브라고 하는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두바이, 런던 등지에 부동산을 사고 수백개의 법인 기업을 설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경유착을 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미국이 이번에 천즈와 프린스 그룹에 대한 자산을 동결하면서 암호화폐 제재를 실시한 건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본다. 이 범죄 집단이 가장 선호하는 코인이 바로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더다. 다른 블록체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 달러에 연동된 테더를 가장 신뢰했고, 그러다보니 미국 정부는 이걸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이를 동결했다.
한국이 주요 타깃이 된 이유
프레시안 : 이번 캄보디아 사태를 통해서 한국이 이런 초국경 범죄 네트워크의 표적이자 인력 공급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고액 연봉을 미끼로 한 리크루팅 광고에 대학생 등 젊은 층도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왜 한국이 타깃이 됐나?
김종호 : 한국인만 타깃이 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이 꽤 많이 걸려들었다. 중국인들, 주변 동남아 국가들, 이렇게 가다가 대만, 한국, 일본이 그나마 돈이 많으니까 타깃이 될만한 소재가 된 거다. 처음엔 한국어를 하는 조선족들이 연결고리가 돼서 한국인들을 속이다가 여기에 걸려든 한국인들이 다시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국인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한국인들은 모두 은행계좌를 갖고 있고, 그 계좌가 굉장히 깨끗한 데다가 휴대폰만 있으면 모바일로 돈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또 가상화폐를 통한 사기를 유도할 때도 한국은 가상화폐 시장이 있지만 규제가 약한 국가라서 굉장히 안전하게 사기를 칠 수 있다.
중국은 자국민들이 이렇게 많이 사기를 당하고 피해를 당한다고 하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이 국가들과 공조를 해서 공권력을 동원해 소탕을 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게 쉽지는 않은 구조다. 그러다보니 이제 한국인들이 꽤 많이 걸렸다.
그래서 여러 보고서들을 봐도 공통적으로 한국이 주요 타깃이고, 한국 중심의 피싱팀이 수익성도 좋았다고 나온다. 일본은 몇 년 전부터 경찰력도 많이 가고 조직적으로 대응을 한 것으로 아닌데, 한국은 2-3년전부터 꾸준히 증가했는데 별다른 단속이 없었던 것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한달에 5000만 원 벌 수 있다'는 사기에 걸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프레시안 : 지난 18일 캄보디아에서 60여 명 한국인이 송환됐는데 그분들이 피의자다. 이 구조가 사기를 당해서 캄보디아에 가면 여권을 압수당하고 감금된 채 다른 피해자를 속이는 가해자가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이 범죄 구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종호 :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관련 광고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는데,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전세기 보내고 피의자든, 피해자든, 한국인들은 데리고 오라고 한 것도 잘했다고 본다. 이런 단기적인 조치들도 필요하지만 이제 보다 중장기적,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이 왜 갔는가? 이 범죄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한국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아시아 여러 국가 청년들이 다 걸려들었다. 이건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아시아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은 각 피해자들이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 경제 성장 과정 등을 거쳤는데, 피해자들이 나온 국가들이 현재 맞이하고 있는 도전들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청년들의 경우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더 그렇다. 기후위기, 고령화, 일자리 부족, 민주주의 위기, 자본주의적 모순 등 모든 게 비슷하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심상, 그들이 처한 도전 등도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한 달에 5000만 원 벌 수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기에 걸리는 거다. 일각에서는 너무 어리석다, 저런 말에 속느냐고 이야기 하는데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 동아시아 다수의 청년들이 물에 빠진 상태니까 말도 안 되는 지푸라기라도 잡았던 거다.
이들이 왜 이런 지푸라기를 잡았는지 보려면 물에 왜 빠졌는지 봐야죠. 그런 차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이 순환 구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동아시아 청년들이 직면한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 봐야 한다. 다만 이 순환고리를 당장 끊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국경이 무의미한 21세기형 신종 범죄,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이들 범죄가 국가를 넘나들어 작동하기 때문에 범죄 대응도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말씀하시면서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 국제금용 중심지도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한 것 같다.
김종호 : 암호화폐가 1차 세탁 방식이지만, 2차, 3차 세탁은 명백히 글로벌 허브라고 불리는 지역들에서 이뤄졌다. 그 땅에서는 코인으로 전환된 범죄 자금의 출처를 따지기 어렵고, 그냥 그대로 계좌로 들어가게 되면, 그 이후엔 밝혀내기가 불가능해진다.
천즈가 소유한 수천억짜리 부동산이 여전히 싱가포르, 런던, 홍콩 등에 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이런 자산을 어떻게 동결할 것인지를 포함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암호화폐 문제에 있어선 미국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김종호 : 푸젠갱을 포함한 중국계 범죄조직들이 국제화를 시도할 때 가장 먼저 걸려드는 이들이 영어를 할 줄 아는 대졸자 이상 청년들이고, 동남아에는 그런 젊은이들이 좀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이들을 이용해 미국인, 유럽인들도 꽤 많이 걸려들었다.
미국이 천즈 자산을 동결한 게 미국인들도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이다.이 범죄 조직이 가장 선호하는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기 때문에 미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걸 들여다보고 통제할 수 있는 처음이자 끝이 이 코인이기 때문에 미국의 협조가 너무 필수적이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캄보디아 사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적 범죄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나눴는데,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종호 : 무엇보다 특정 민족, 특정 국가, 특정 종교, 특정 종족을 일반화하고 악마화해서 그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오해와 증오를 낳고, 절대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니다.
핵심으로 우리가 가져야될 인식은 여기에 관련된 모든 국가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인데,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해자로 지목해야될 대상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범죄 행위를 한 사람, 그리고 범죄 행위가 가능하도록 도와준 부패한 정치인, 관료들이다.
또 우리가 면밀하게 봐야될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피해자로 왔다가 윤리적 허들이 낮아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람, 혹은 어쩔 수 없이 강요 당해서 가해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법적, 제도적으로 제재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신종 네트워크 수법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무의미하고 국경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새로운 범죄 수법에는 새로운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
한국 정부가 지금 굉장히 요란하게 처리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주변 국가들이 전세기까지 보낸 것에 대해 '한국이라는 나라는 저렇게까지 하는구나'라고 신기하게 본다고 한다. 이왕 이렇게 시끄럽게 하고 한국인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한 만큼 한국 정부, 학계가 이걸 모멘텀으로 삼아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로 보고 국제적인 공조나 공동 대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도하면서 갔으면 좋겠다.
(해당 인터뷰는 '프레시안tv'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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