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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산 대통령실 이전' 관리로 이태원 참사 대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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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산 대통령실 이전' 관리로 이태원 참사 대비 안 했다

용산구청 재난관리담당자는 참사 당시 담벼락 전단지 제거, 내근자는 압사 사고 전화 방치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이태원 일대에 경비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은 배경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영향을 줬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용산구청 또한 참사 당시 재난관리담당자가 담벼락 전단지를 제거하고 내근자가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방치하는 등 부적절한 대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23일부터 경찰청(본부,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및 서울시청·용산구청에 대한 합동감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3일 밝혔다.

감사 결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2022년 10월 29일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를 위해 경비 인력을 집중 배치한 반면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 인력을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경찰서 경비 수요가 대폭 증가했는데, 이를 두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가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용산경찰서는 2020년과 2021년 핼러윈 행사에 대비한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또한 참사 3일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실무자의 핼더윈 행사 정보관 배치 건의에 대해 '집중관리에 집중하라'며 묵살했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다수의 112 신고 등 참사 발생 징후에도 경찰은 부적절하게 대처했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발생 전후 압사 위험 신고 11건에 대해 현장 출동 명령을 받았으나, 단 1회만 현장 출동했고 시스템에는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 입력했다.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가 끝나고 두 시간 지난 뒤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고, 도착 후에도 참사 현장 확인 없이 파출소에 머물러 현장 지휘 공백을 야기했다.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발생을 뒤늦게 인지했으며, 다음 날 새벽 1시 19분경까지 경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특별감찰과 후속 징계 과정도 엉망이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용산경찰서장 등 8명을 수사의뢰한 것 외에는 공식적인 감찰활동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다. 특감팀과 후속조치를 추진해야 할 감찰담당관실 사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참사에 책임 있는 공직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는 일도 발생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연주 씨의 아버지 유형우 ⓒ프레시안(이명선)

국무조정실은 용산구청의 재난대응체계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사 당시 용산구청 당직자 5명 중 2명은 전쟁기념관 인근 담벼락 전단지 제거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2명 중 1명은 재난관리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 상황실 내근자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압사사고 관련 전화를 수신했지만 방치했다. 40여 분 뒤 행정안전부의 사고 전파 메시지를 수신하고 나서야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 참사 발생을 보고했으며, 안전재난과장은 참사 당일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다음날 아침에 출근했다.

서울시 또한 경찰과 마찬가지로 책임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부적절하게 처리했다. 시는 용산구가 징계 요구한 재난대응 책임자에 대해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 보류를 결정했다. 결국 해당 책임자는 징계 없이 정년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감사 TF는 이번 감사를 통해 이번 감사를 통해 참사 대응 책임자 및 후속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관련자 62명(경찰청 51명, 서울시청·용산구청 11명)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재판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청사를 빠져나간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 측은 이번 합동 감사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단초를 열었다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참사의 진상규명 일환으로 감사를 실시해 참사 당시 경찰과 지자체의 불합리한 행정과 문제점들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참사의 원인과 지자체의 대응에 대해서만 감사가 이뤄졌을 뿐 피해자 구조와 수습, 대응 전반의 과정에 대한 감사는 이번 합동 감사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가족들은 참사 당시 왜 구조와 수습 과정이 지연되었고 적시에 생명을 구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난 대응 지휘체계의 상부인 행정안전부가 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는지, 또한 소방의 구조구급 활동에서 미흡함은 없었는지 등 재난 대응 및 사후 수습 과정에 대한 감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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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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