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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무혐의 외압' 모두 부인한 지청장…폭로 검사 "9분간 폭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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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쿠팡 무혐의 외압' 모두 부인한 지청장…폭로 검사 "9분간 폭언 들었다"

민주당, 쿠팡·이화영 술파티 의혹 공세…국민의힘, 민중기·추미애 아들로 반격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불기소 외압'이 있었다고 눈물로 폭로한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전 인천지검 부천지청 부장검사)가 23일 다시 한번 국회 증언대에 섰다.

문 검사는 "최소한 노동청에서 확보한 압수수색 결과는 (대검찰청에 전달될 보고서에) 넣었어야 하지 않냐고 했는데, 신가현 주임검사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엄희준 청장님이 빼라고하셨다'고 말했다. 1차 보고서를 끝냈을 때도, 2차 보고서를 끝냈을 때도 이렇게 들었다"고 밝혔다.

외압 행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문 검사의 증언과 여당의 의혹 제기를 모두 부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수원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정부지방검찰청 등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며 문 검사와 엄 검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앞서 문 검사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이 검찰 상급자인 엄 검사와 김동희 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현 부산고검 검사)의 압력으로 무혐의·불기소 처분된 과정을 고백한 바 있다.

문 검사는 이날도 "저는 이 사건을 기소해야 한다고 수차례 의견 제시했지만 번번이 다 막혔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가 전결로 처리했다는 이유로 공공수사 전결권까지 박탈당했다"고 증언했다.

문 검사는 또 "올해 3월 7일, 엄 당시 지청장이 저한테 폭언하면서 '월요일 출근해서 대검에 감찰 지시를 하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재배당 조치를 취하겠다'고 10분에 가까운, 9분여가 넘는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폭언했다"며 "5월 8일 대검에서 당시 사건과 관련해 감찰 조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검에서 그 조서를 검토하고 싶어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불허가가 났다. 그 조서 말미에 하고 싶은 말을 자필로 쓴 게 있다"며 '총장님 너무 억울합니다. 너무 억울해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누가 이 사건에서 잘못했는지 낱낱이 밝혀 주십시오'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조직을 상대로 이의제기하는 것에 대해 서러움과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문 검사는 이날 발언 중 여러 차례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자리에 선 엄 검사는 쿠팡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사건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주임검사와 연락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엄 검사는 "언론보도 대응으로 한 두 번 정도 통화했다"면서도 '가이드라인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모든 의혹에 선을 긋는 엄 검사에 문 검사는 "위증 혐의를 모면하기 위한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문 검사는 대검 보고용 보고서는 '주임검사가 초안을 작성한 뒤 → 부장검사가 의견을 제시하고 → 차장검사가 검토를 마치면 → 검사장(지청장)의 의견을 거쳐' 완성되는데, 자신의 전결권이 박탈당한 상태에서 어떠한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검사는 "이 사건 1차, 2차 대검 보고서에는 사전에 제 의견이 반영 안 됐다. 주임검사(신가현)는 가이드라인을 받은 상태에서 청장(엄희준)과 차장(김동희)의 의중을 당연히 읽을 것"이라며 자신이 신 검사에게 '노동청에서 확보한 압수수색 결과'는 보고서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엄 청장의 "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신 검사의 난처한 답변만 되돌아왔다고 했다.

문 검사는 "신 검사에게 '청장님이 빼라고 하셨습니다'는 말을 두 번 들었다. 들은 사실이 없는데도 국민들 앞에서, 제가 이 자리에서 거짓말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저를 위증으로 구속영장 청구하라. 저는 실질 심사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문지석 광주고검 검사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트병 술 반입 의혹' 공방…이화영 "박상용 검사실서 마셔"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지시로 술이 담긴 페트병이 반입됐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담당 검사였던 박상용 검사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했고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술을 마신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지사는 '박상용 검사실에서 술을 마셨나'라는 민주당 김기표 의원 질문에 "박상용 검사실, (수원지검) 1313호 영상 녹화실에서 소주를 마셨다. 쌍방울 직원이라는 사람이 술을 페트병 같은 것에 해서 (들고 왔다.) 종이컵에, 저와 박 검사 그리고 수사관 2인"이라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을 가져온 사실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그 횟수는 수백 회다. 100회 이상"이라고 말했다.

구자현 서울고검장은 관련 의혹 감찰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며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일부 수사로 전환된 부분이 있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고검은 정용환 감찰부장을 팀장으로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이 전 부지사 관련 이른바 '술 파티' 의혹을 규명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의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과, 추미애 법사위원장 아들 서모 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재점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추 위원장 아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임은정 검사장에게 관련 진행 상황을 물었고, 임 검사장은 서 씨가 출국 상태라며 "입국 시 통보 요청을 하고 기소 중지된 상태"라고 했다.

이에 곽 의원은 "기소중지 사유가 해외 도피"라며 "다른 사안 같으면 병역법 위반으로 여권을 정지시켜 빨리 데리고 와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임 검사장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민 특검이 미공개 정보 이용과 강압수사 의혹으로 중앙지검에 고발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수사를 할 것이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정 지검장은 "어제 고발장이 접수돼 지금 배당 및 검토 작업 중"이라며 "잘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법사위는 이날 국정감사 전 전체회의를 열어 여당 주도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고발 대상자로 지목된 이들은 채상병 순직 사건, 12.3 비상계엄 등에 관해 법사위에서 진술하면서 여러 차례의 기회에도 '거짓 증언'을 지속한 의혹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이라며 고발 안건 의결에 모두 반대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 중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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