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가 법적 투쟁 끝에 복직했지만 5년째 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러 학교를 전전하는 '떠돌이' 신세가 된 공익제보 교사를 광주시교육청이 특별채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3일 '공익제보자인 손모 교사를 교육감이 특별채용하도록 권고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 공문을 광주시교육청 공익제보위원회에 공식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안건은 오는 11월 말 열리는 광주시교육청공익제보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비리 고발 후 5년간 10개교 '전전'…전공과 무관한 과목까지
광주교사노조에 따르면 광산구 한 사립학고 지리 교사였던 손모 교사는 2017년 교사 채용 과정에서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 5000만원을 요구했던 사실을 교육청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진술했다. 이 제보로 당시 이사장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 후 손 교사에게는 '보복'이 뒤따랐다. 학교 측은 2020년 5월 그를 해임했고 임용까지 취소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그 해 12월 복직했지만 학교 측의 부당한 조치는 계속됐다.
손 교사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무려 10곳의 공·사립 학교를 순회 교사로 떠돌아야 했다. 올해는 중학교 2곳과 고등학교 1곳 등 3개 학교를 돌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과목까지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파견을 보내면 해당 학교의 정원에 포함되기에 '교육공무원법' 제22조의2 제1항에 따라 교원 적정 배치와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원 외의 순회교사가 도입됐다.
광주교사노조는 "이는 명백한 인사상의 심각한 불이익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도 "나가달라" 요청…서울교육청엔 '선례'도
아이러니하게도 손 교사를 내쫓았던 사립학교 측 역시 그의 특별채용을 내심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학교법인 측은 그동안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손모 교사를 교육청이 특별채용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해 왔다.
광주교사노조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특별채용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며 유사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공익제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비리를 고발했다가 학교에서 고통받던 사립학교 안종훈 교사를 지난 2021년 공립학교로 특별채용한 선례가 있다.
광주시교육청 공익제보위원회는 지난해 손 교사에게 공익제보를 이유로 한 소송비용 중 일부인 700만원의 구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광주교사노조는 "공익제보위원회는 공익제보자의 신분 보장을 위해 특별채용이나 교육청 파견근무 등을 권고할 수 있다"며 "오는 11월 위원회에서 손 교사의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손모 교사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공익제보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질 수밖에 없다"면서 "순회근무를 하고는 있지만 복귀하더라도 재징계나 다른 인사적 불이익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라 소속을 달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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