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중 무역협상에서 유화적 기류가 흐르며 오는 30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미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연기 등 주요 쟁점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고 중국도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틀간 열린 5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회의가 매우 좋았다"며 중국 쪽 상대방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희토류 수출 통제, 무역, 미국산 농산물 구입, 펜타닐 위기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양국 기싸움의 발단이 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종류의 연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유예 기간에 관해선 같은 날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해당 조치를 "재검토"하는 동안 "1년간 유예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CBS에 이달 초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 조치로 위협한 대중 100% 추가 관세 또한 "사라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위협이 미국 쪽에 "상당한 협상 영향력"을 부여했다고 추켜세웠다. 앞서 중국이 12월1일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1일부터 대중 100% 추가 보복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아 트럼프 지지층인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베선트 장관은 ABC에 "농부들의 우려를 해소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과의 합의가 공식 발표되면 대두 농부들은 올해와 향후 몇 년간 일어날 일에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해 CBS에 "중국이 다시 상당한 (미국산 대두) 물량을 구매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CBS에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가들에 매각하는 안에 대해서도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며 "오늘 기준 모든 세부 사항이 조율된 것으로 알고 있고 두 정상이 목요일(30일) 한국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0일씩 연장돼 왔던 미중 관세 휴전 관련해서도 미 당국자가 이번엔 휴전 기간이 더 길게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세계 경제와 미중 관계에 큰 안정감과 확실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최근 긴장 고조를 유발했던 핵심 쟁점들에서 접점을 마련하며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베선트 장관은 26일 회담 뒤 "목요일 정상 간 논의를 위한 매우 성공적인 틀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양쪽이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6일 중국 대표단의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차관)은 취재진에 이날 회담에서 수출 통제, 상호관세, 펜타닐 관세, 중국 조선업에 대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등이 논의됐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양쪽이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지만 중국은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며 협상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허리펑 부총리가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핵심은 호혜 상생"이라며 “중∙미 무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수호하는 것은 양국 및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 사회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것”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중미 경제무역 협상에서 힘겹게 이룬 성과를 지키려면 양쪽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번 협상의 "긍정적 소식"이 "세계에 안도감을 줬다"며 "세계는 중미로부터 더 많은 좋은 소식을 듣길 기대한다"고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분석가들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유화적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매우 우호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근본적으로 미국은 현재 동아시아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은 국내 정치·경제적 문제로 미국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쪽 모두 지금 시점에서 동아시아에서 문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가까운 미래"엔 양국 간 대만을 사이에 둔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로선 중국에 대만을 정복할 군사적 자원이 없고 미국은 지금 시점에선 중국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아 대만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세를 비롯한 미중 무역 전쟁이 이번 기회에 일소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이코노믹스 최고경영자(CEO) 라지브 비스와스는 미중 간 쟁점이 농업, 주요 광물,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는 복잡성 탓에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이후에도 양국이 "방위 산업, 로봇, 첨단 반도체 등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놓고 전략적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제재, 관세, 무역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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