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안 님이 죽었습니다. 단속반이 공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해 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출입국이 3시간 동안 그녀를 좁은 공간에 가둬놓지 않았다면 오늘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붕어빵을 먹고, 네일아트를 하며, 말차라떼를 마셨을 것입니다. 자유롭게 회사를 구해 일할 수 있었다면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결혼해 아기 낳고 행복한 엄마로 살았을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짧은 25년의 인생을 마감시킨 것은 이재명 정부이고 대구출입국입니다. 25년보다 더 길고 큰 고통을 느꼈을 지난 28일의 3시간 30분이 뚜안 님을 죽였습니다."(김희정 대구경북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고(故) 뚜안 유족 대리인)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려다 사망한 고 뚜안(가명) 씨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사회가 정부를 규탄하며 대통령실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이번 비극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강제단속 중단, 체류권 보장 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등 이주·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단체들에 따르면, 뚜안 씨는 2018년 한국에 입국해 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구의 한 공장에 취업했다. 2주일 가량 일한 뒤인 지난달 28일, 그는 대구출입국 단속반원의 단속을 피하던 중 2층 높이에서 떨어져 추락사했다.
사망 전 뚜안 씨는 친구에게 "무서워", "숨쉬기 힘들어" 등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정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를 명분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2차 합동단속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체들은 "법무부는 단속 과정에서 스스로 정한 인권준칙도 지키지 않는다"며 "단속 계획에 안전조치를 강구해야 하는데 이번 단속에서 추락 방지를 위한 어떤 안전조치를 했나. 단속반에 적법절차 준수·인권 보호·안전사고 예방 교육은 했나"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이어 "(단속반이) 공장 진입하면서 사업주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며 "모든 단속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가 필요로 해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사업장, 농어촌 등 곳곳에서 일하며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다"며 "정부가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단속에만 골몰한다면 계속 인권침해, 부상과 사망이 끊이지 않고 이는 사회와 공동체에 크나큰 상처만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주민 인권 보장을 표방하는 정부라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 대리인인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출입국 단속은 인간사냥이다. 출입국 단속 자체가 인간사냥인데 적법절차, 예방조치는 애당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는 뚜안의 죽음에 사죄해야 한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바로 어제 대구출입국이 뚜안 씨의 6촌 고모에게 전화했다. 유족을 따로 불러 조사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며 "그들은 뚜안의 죽음을 돈으로 덮으려 했다. 뚜안의 명예를 두 번 세 번 짓밟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회견 뒤 단체들은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 비서관을 만나 뚜안 씨 사망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에는 △뚜안 씨 유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 △단속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 사퇴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즉각 중단 및 안정적인 체류권 보장 등 요구를 담았다.
한편 정부 단속으로 이주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는 일은 올해 내내 반복됐다. 3월 26일 경기 파주 제조업체 단속 과정에서 에티오피아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기계장치 안에 몸을 숨겼다가 기계가 작동해 오른쪽 발목이 절단됐다. 2월 26일에는 경기 화성 제조업체 단속 중 카자흐스탄 여성 노동자가 3층에서 추락해 8일 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
경북 경산에서도 2월 정부 단속으로 이주노동자 7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그 중 한 베트남 노동자는 척추가 부러졌다. 1월 31일에는 인천의 한 공장에서 단속을 피하다 목재 야적장에 숨었던 베트남 노동자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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