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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의' 이름 빌린 차별… 서울시의희 '외국인 복지 제한 조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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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의' 이름 빌린 차별… 서울시의희 '외국인 복지 제한 조례' 논란

국민의힘 공동발의…"국제 기준 어긋나, 외국인 내쫓는 자해적 조치" 비판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상호주의'를 명분으로 국적에 따라 외국인 복지 지원을 제한하자는 조례를 발의해 논란이다. '형평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제 인권 규범은 '보편주의'를 강조한다.

해당 조례가 복지제도가 취약하기 쉬운 빈국 출신 외국인에게 불리하다는 점과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에 기대 상호주의 논리를 편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문제로 지적했다. 차별적 정책의 강화가 외국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서울시의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33명은 지난달 20일 '서울특별시 외국인 지원정책의 상호주의 원칙 적용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도시계획운영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라 조례안이 상임위 심사를 통과하면 본회의 가결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의 골자는 해당 외국인의 본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동일한 지원을 받지 않거나, 불리한 차별을 받는 경우 시가 제공하는 금융·교육·주거·교통 등 복지를 제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큰 조항도 있다. "기타 국제적 형평성 및 정책적 판단에 의해 지원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조례안은 "서울시가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복지 및 경제·사회적 지원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나 일부 국가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유사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이 조례안의 바탕인 상호주의는 상대국이 한 것과 동일한 행동을 한다는 외교적 원리로, 주로는 관세, 안보 등에 관한 국가 간 관계에 적용된다.

▲6일 오후 부산 남구 동명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글로벌채용박람회(TU Global Job Fair 2025)가 열려 참가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사지원서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인권 규약은 '복지 차별 말라' 권고…"인간 존엄에 상호주의 적용은 어불성설"

서울시 조례안과 달리 국제 인권 규약은 복지 등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한국이 1990년 가입한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는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고 돼 있다.

1978년 가입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도 "공중보건 의료, 사회보장 및 사회봉사에 대한 권리"에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폐지할 의무"를 당사국에 부여한다.

그러나 사회보장기본법, 국민연금법 등에 상호주의가 명시된 것은 사실이다. 상반된 국가적 입장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주민 사건을 다수 다뤄온 최정규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에 대해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런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른바 'K-문화'가 좋은 것이라고 하려면 우리가 먼저 인간의 존엄이나 복지 등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며 "복지나 인권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장도 "상호주의는 거시적인 국가 차원에서 사용하는 외교적 용어지, 주민들에게까지 적용하자는 것은 '갈라치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음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부터 지난 7월까지 외국인 신용카드 소비 건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전통적인 한식과 함께 라면, 김밥, 길거리 간식 등 '일상 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서울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간식거리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빈국에 특히 가혹…세금 낼 의무는 부여하면서 권리는 왜 안 주나"

상호주의가 특히 부국에서 온 외국인에 비해 빈국에서 온 외국인에게 타격을 가해 한국사회가 약자에게 더 가혹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복지 영역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면 "사회보장제도가 부실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은 정책 대상이 되지 않고 돈 많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은 정책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도 "복지 영역에서 한국이 나아간 것만큼 못 나간 국가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한국에 온 그 국가의 국민에게 복지를 잘 갖춘 나라 국민보다 못하게 대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에게 세금을 낼 의무는 부과하면서 이를 기초로 한 권리인 복지는 제공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제도들은 (한국에) 세금을 내는 외국인을 기준으로 한다. 또 외국인은 평균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고 세액공제 혜택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며 "외국인이 국내에 거주하면서 사실상 내국인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데도 '기여 없이 (내국인에게) 편승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장 또한 "외국인 자영업자가 한국에서 영업해 얻은 수익을 본국에 납세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납세하는데 지원금을 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반중 집회에 대해 "필요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왜 매번 중국만 꺼내나…외국인 떠나 발생할 불이익 더 클 것"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에 편승하려 하려는 정치적 시도를 상호주의로 포장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번 조례안의 발의자 중 한 명인 이상욱 서울시의원은 지난 2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임승차 상호주의'를 주장할 때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게 중국 분들"이라며 "저희가 중국에 나가면 그런 혜택을 볼 수 있나"라고 중국을 겨냥했다.

국회 차원에서는 김은혜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부동산·건강보험·지방선거 투표권 등을 소재로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박동찬 소장은 "국민의힘이 상호주의를 언급할 때마다 중국인을 붙여 말하고, 국회에서도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시기와 (발의 시점이) 겹친다"며 "중국인을 겨냥한 조례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 또한 "한국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인 중국 국적자를 겨냥한 조례안으로 보인다"며 "상호주의를 언급하니 공평해 보이지만 실상은 차별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조례안이 저출생 고령화 앞에서 한국사회가 '닫힌 사회'로 가는 자해적 조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이주민에게 차별과 불이익을 줬을 때 얻는 이익보다 그 사람들이 한국을 떠남으로써 얻는 불이익이 우리에게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소장도 "국가적 차원에서 이주노동자 유입을 강조한 정책 비전은 물론 최근 외국인 인재 유치를 언급하고 있는 서울시 정책과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조례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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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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