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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젠더폭력에 '디지털성폭력·페미니스트 사상검증'까지 겪는 여성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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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젠더폭력에 '디지털성폭력·페미니스트 사상검증'까지 겪는 여성 직장인들

직장갑질119, 직장 내 성폭력 조사결과 4개년 발표

성추행, 스토킹 등 직장 내 젠더폭력(성범죄)에 대한 직장인들의 의식이 4년 사이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실제로는 젠더폭력 경험률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직장에서 디지털성범죄를 겪거나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혀 괴롭힘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더해지고 있어 조직문화 개선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2022년 10월부터 올해까지 매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 및 인식 설문조사'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직장 내 성범죄로부터 본인이 안전하다고 답한 직장인은 65.4%,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은 12.8%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각각 50%대 중반과 10%대 후반을 유지해 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오차범위를 넘겨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직장 내 성범죄를 신고하면 신고자 신원이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한 비율은 같은 기간 44.4%에서 25.9%로 18.5%p 줄었다. 이에 더해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 비율은 35.3%에서 21.3%로, 신고 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1.6%에서 23.1%로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직장 내 성희롱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022년 29%에서 지난 7월 19.3%로 10%p가량 줄었다. 남성에 비해 성희롱을 더 많이 경험하는 여성의 응답률은 37.7%에서 23.7%로 3년 사이 14%p 감소했다.

하지만 직장에서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바뀌지 않았다. 2022년 17.3%에서 2023년 8월 15.1%로 감소한 후 2025년까지 동일한 수치가 이어졌는데, 오차범위 내 감소라 사실상 4년 동안 경험률이 같았다.

직장 내 스토킹 경험률도 4년 내내 10% 안팎을 유지했다. 심지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 수는 80건에서 117건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젠더폭력 전반으로 범위를 확장해도 변화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젠더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올해 37.1%로 전년(37.2%)과 같았다. 특히 여성의 젠더폭력 경험률은 47.6%로 두 명 중 한 명 꼴로 젠더폭력을 피해를 입었다.

젠더폭력 경험 사례는 '연애, 결혼, 출산에 대해 원치 않는 질문을 받았다'가 18.2%로 가장 높았다(올해 7월 기준). 이어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혐오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16.0%),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부적절한 호칭을 들은 적이 있다'(15.5%), '옷차림이나 화장 등 외모를 지적하거나 간섭받았다'(14.8%), '업무에서 특정 고정관념에 기반한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은 적이 있다'(14.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2022년 5월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 행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함에 부딪힌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택한 대응 방식은 4년 동안 꾸준히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와 '회사를 그만뒀다'였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과 젠더폭력은 경우 절반 이상이 침묵을 택했다. 항의하거나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고, 특히 신고했다는 응답은 4년 동안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응 방식에는 성별과 고용 형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를 그만뒀다'를 택한 응답자를 성별로 구분했을 때 매년 남성보다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더 많이 했다. 성별과 고용 형태를 결합하면 여성 비상용직 집단의 응답률이 20.4%로 가장 높았다. 남성 상용직(5.8%)과 비교하면 약 4배 더 많이 그만두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여성 직장인들이 성희롱과 성추행 등 전통적인 직장 내 젠더폭력에 더해 딥페이크, 페미니스트 낙인찍기 등 새로운 유형의 젠더폭력까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진행한 설문에서 여성 응답자 32.8%는 '직장에서 불법촬영물에 의한 피해의 대상이 될까 불안하다'고 답했으며, 34.9%는 '직장에서 딥페이크 피해 대상이 될까 봐 불안하다'고 답했다. 직장을 거쳐 내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유포되거나 사용될까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47.8%에 달하기도 했다.

일터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69.2%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조사 결과가 여자대학을 졸업했다거나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등 단순하고 우연적인 것으로 여성 직장인을 향한 괴롭힘이 가해질 때 기업이 노동자를 보호하기보다 퇴출시키는 방식을 택하는 것과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조사를 진행한 직장갑질119는 젠더폭력을 줄이기 위해 성별, 직급 등 집단적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과 기업·정부의 적극 대응을 통한 불신 해결 등의 대책을 주문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에 관한 모든 항목에서 노동자 집단별 차이가 있었다"며 "직장 내 젠더폭력 예방·대응에 있어 노동자 집단별 특성을 고려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와 조직이 젠더폭력을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신뢰,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더라도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정부 기관의 적극성, 객관성, 투명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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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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