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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넘기고 피해자 행세한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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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넘기고 피해자 행세한 일당

계좌 지급정지되자 "취업사기 당했다"며 허위신고…SNS 통해 모집

취업사기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처벌을 피하려던 캄보디아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A 조직원 27명,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B 조직원 21명을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가운데 A 조직원 18명, B 조직원 8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A 조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텔레그램 등에 광고를 올려 대포통장과 그 계좌 명의자를 구해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총책, 국내·외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SNS에서 '대포통장을 1000만~2500만 원 상당 수수료를 주고 사겠다'고 홍보했다. 통장을 판매하겠다는 답장이 오면 대포통장과 명의자를 캄보디아로 보냈다.

캄보디아로 향한 명의자들은 캄보디아 내 형제단지, 태자단지 등에서 활동 중인 사기 조직원을 만나 통장과 휴대전화, OTP 카드를 넘겼다. 이렇게 넘겨진 통장과 휴대전화 등은 투자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사용됐다. 현지 범죄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테더코인(USDT)을 구매해 개인 코인 지갑으로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로 대포통장을 넘긴 A 조직의 국내 총책이 검거되는 모습.ⓒ부산경찰청

계좌가 지급 정지되자 명의자들은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뒤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로 출국했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범죄조직에 납치, 감금됐다" "휴대전화까지 뺏겨 사기 범행에 본인 명의 계좌가 이용됐다"며 허위 신고했다. 이는 '입국할 때 취업 사기 등으로 허위신고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현지 조직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모집책을 전원 구속하고 허위 신고한 계좌 명의자 2명은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추가 입건했다. 이 가운데 1명은 모집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조직원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유령법인을 설립해 법인 계좌를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서울, 부산, 대전, 충남 등 전국 각지에 조직원을 두고 총 15개 유령법인을 설립해 통장을 만들었다.

계좌 명의자는 SNS에 '고수익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구인 글을 올려 모집한 뒤 "파인애플 공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하면 1억원을 지급하겠다"며 구했다. 급전이 필요한 20대 초중반의 사회초년생들이 몰려들었고 이들 중 일부는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추가 계좌를 모집하고 현지 범죄조직에 가입하기도 했다.

▲대포통장 명의자와 조직원 간의 대화.ⓒ부산경찰청

이들 일당은 신흥 조직폭력 형태 체계로 운영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총책 C 씨는 조직원들에게 위력 과시를 위해 신체 문신을 강요하거나 '손가락을 잘라 보이라'고 압박했다. 또한 굴신 인사(90도) 등 행동강령을 만들고 이를 어길 시 상급자가 하급자를 순차적으로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도록 했다.

이들 2개 조직의 대포통장 유통에 따른 피해액은 모두 7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납치·감금 등 사건접수 내역을 모니터링하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향후 사기 조직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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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부산울산취재본부 강지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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