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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한국 사회, '야동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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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한국 사회, '야동 코리아'

[인권의 바람] 여성의 삶을 포르노로 소비하지 말라

혼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원치 않아도 주변에 있는 사람의 휴대폰, 태블릿PC 등의 화면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때 성관계 묘사가 적나라한 '야설' 혹은 대놓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사진, 영상 그리고 성관계 영상을 보는 사람 남성들을 본 적이 많다.

대학생 때 통학버스 안에서 앞자리에 앉은 중년의 교수가 최소 15폰트 정도 되는 크기로 야설을 읽는 걸 본 적도 있고,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에서 상근자로 일할 때 남성 동료가 일과 시간에 모두가 '야동'이라고 부르는 성관계 내용을 적나라하게 담은 영상 보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나는 동료에게 바로 '야동 좀 그만 보시죠'라고 조직 내부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었다. 동료는 답이 없었다.

그런 미디어를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본 것은 그들인데 왜 부끄러움과 수치는 내 몫이 되어야하는 걸까. 내 경험에만 비추어 보더라도 한국 남성들이 '야동' 문화에 찌들어있음은 연령, 학력의 고하, 경제 수준, 정치 성향을 막론한다.

▲여성의당과 프로젝트 리셋, 이경하법률사무소는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XXXX 운영자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동고발한다고 밝혔다. ⓒ여성의당

한국의 '야동' 문화

여러 면에서 한국 사회와 문화적 토대의 교집합이 많은 일본은 성인 AV 미디어 시장이 매우 크다. 여기서 '성인 AV'라고 함은 주로 전문 배우들이 출연자로서 계약서를 쓰고 연출된 상황에서 성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연출된 성적 상황을 볼 수 있는 AV 대신 '몰카'라고 불리는 불법촬영물인 여성 성적 착취 영상 시장이 커졌다. AV 제작 과정에서도 배우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출연 배우들에게 계약 위반의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 남성들이 주로 소비하고 있는 불법촬영된 성착취물의 방대함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가 없다. 구글 등의 검색 엔진으로 찾아볼 수 있는 화이트웹에만 한국 남성을 소비자로 한 포르노 사이트가 최소 수백, 넓게 보면 천여 개가 넘는다. 딥웹과 다크웹까지 포함하면 수천 개의 성착취물 관련 사이트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불법촬영물뿐 아니라 딥페이크 포르노 미디어까지 많아지고 있다. 이 사이트들에는 광범위한 성착취물이 대량으로 업로드되어 있다. 거의 매일 새로운 성착취물이 업로드된다.

'야동 코리아'라는 성착취물 사이트의 경우 매일 수천 개의 성착취 영상이 업로드된다는 것을 홍보 문구로 사용할 정도였다. 어째서 이런 성착취물 관련 사이트가 이 정도로 많을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트를 오픈하고 소스를 모아 운영하는 일이 어렵지 않고 많은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야동코리아의 운영자는 불법촬영물과 음란물 유포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이다. 그러나 야동 코리아와 같은 불법 성착취 및 음란물 사이트를 고발한다고 해도 다른 대부분의 경우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다, 확실한 성착취의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처벌을 받지 않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수위의 처벌만 받는다.

128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수십만 건의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거래했던 손정우의 경우 나이가 어리고 다른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1년 6개월의 징역을 처벌받았다. 미국의 경우 아동과 관련한 포르노물 제작시 최저 15년의 처벌을 받게 되고 단순 소지자도 최대 10년형에 처해지는 것에 비하면 한국에서 손정우가 받은 1년 6개월은 터무니 없이 낮은 처벌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는 성착취 범죄에 관대하다. 이 정도면 성 착취가 다른 폭력, 착취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일상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삶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또' 탄생한 야동코리아

검색 엔진에 '야동코리아'를 치면 관련한 기사와 함께 야동코리아 대체 합법 사이트 보는 방법, 야동 코리아 사용으로 수사받아야 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로펌 등에 대한 정보도 함께 뜬다. 단순 시청도 처벌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들로 성착취물을 소비한 가해자들을 조력하겠다는 로펌의 광고가 붙어있다.

여성들의 삶을 포르노로 소비한 자들을 '단순 시청자'라고 명명해도 되는 것일까. 사이트 내에는 이미 고인이 된 여성들이 찍힌 성착취물도 많은데 운영자는 물론 사용자들도 이를 '유작'이라고 표현하며 고인이 된 피해자를 능멸한다. 성착취물을 만드는 자,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자들의 욕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에는 경제적 이익이 맞물려 있다.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 각종 도박 사이트 연결, 마약 판매까지 연결된다고 한다. 성착취 사이트는 불법과 폭력의 공급원으로서 작동되고 있는 현실이다.

성착취 범죄 강력처벌과 함께 필요한 것

성착취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관련 미디어를 유통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 중 하나인 '성폭력 처벌법'에 따르면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이에 대해 징역을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전 재산을 몰수하는 등 법정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법에 형량을 높인다고 실제 사법부가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효성이 있을리 없다.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시정할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일상과 삶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여성들의 관계, 일상, 삶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부터 멈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평등'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성평등'은 뜬구름이 아니다. 교육, 정치,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조에 '페미니즘'이 적용되어 작동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 시장 투표에서 '조란 맘다니'가 56년 만에 가장 많은 득표를 받으며 당선되었다. 맘다니는 당선 후 인수위원회 주요 보직을 전원 여성으로 임명하여 화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속히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누군가는 그런 장면과 성착취물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유리천장 지수 OECD 29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여성의 노동참여율, 계속 벌어지는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사회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우리 사회는 새겨야 한다. 여성도 사람이다. 여성도 시민이다. 그러니 여성의 삶을 포르노로 소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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