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세상에 제일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호칭법이라는 말도 있다. ‘여자 선생님의 남편’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처남댁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안사돈을 부르는 말은 무엇인가?’ 등등 상당히 많은 호칭어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과거에 “처남댁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처남댁을 부르는 단어가 없었다. 서로 내외하는 사이라 부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이 고모보다는 이모를 더 따르는 시대가 되었다.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처남댁과 해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하는 것은 예삿일이 되고 말았다.
또한 요즘은 다문화가족이 많아 나이 차이가 많은 부부도 참으로 많다. 친정 부모보다 남편의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고, 연상녀 커플이 많이 생기면서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겨났다. 바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아내의 오빠’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형님’이라고 부르자니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처남’이라고 부르자니 호칭이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없이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오늘은 이러한 나보다 나이 어린 손위 처남‘에 대한 호칭을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처남의 개념을 먼자 살펴 보자.(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외국인 제자가 많은 까닭으로 조금 자세히 쓰고 있음을 혜량하소서!)
처남(妻男) : 아내의 남자 형제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
그러므로 처남이라는 말은 지칭(指稱 : 가리켜 일컫다)이면서 호칭(呼稱 : 이름을 지어 불러 일컬음)이 된다. 회사에서 “김 과장!”이라고 할 때 지칭도 되고 호칭도 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말은 지칭과 호칭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을 부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손위 처남, 즉 아내의 오빠에 대한 호칭어는 ‘형님’ 또는 ‘처남’이다. 아내의 오빠에 대한 전통적인 호칭어는 ‘처남’인데, 처가 쪽의 서열에 관계없이 자기와 처남의 나이를 기준으로 위•아래가 정해졌다. 그리고 아내의 오빠와 나의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서로 벗삼아 지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객지 벗은 10년’이라고 해서 열 살 이내의 친분 관계에서는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가 있다. 다만 아버지와도 친하고 본인과도 친한 열 살 내외의 친구는 아버지의 서열에 두어야 한다. 옛말에 “몇 섬 주고 친구를 샀느냐?”는 말이 있듯이 친구를 귀하게 여겼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아는 친구는 아버지에게 양보(?)해야 했다. 일반적인 경우에 아내의 오빠가 본인보다 나이가 많으면 당연히 ‘형님’이라고 하지만, 아내의 오빠에게 무조건 ‘형님’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내의 오빠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시집을 가면 나이에 상관없이 남편 쪽의 서열에 따라 남편 동기의 배우자에 대한 호칭과 경어 사용이 정해지는데, 아내의 동기들에게는 여자의 서열에 관계없이 남자들의 나이에 따랐다. 이것이 지나친 남성 위주의 사고라는 지적이 있었고, 게다가 요즈음은 처남과 매부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는 일이 많고, 남에게도 ‘형님’이라고 하는데 손위 처남을 ‘형님’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낡은 생각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황경수, <친숙하짐 나 틀리기 쉬운 우리말>) 그래서 표준화법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존중하여 아내의 오빠에 대한 호칭어를 ‘형님’으로 정하고, 손위 처남의 나이가 자기보다 어릴 경우에는 옛날처럼 ‘처남’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연상의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데, 이에 따라 아내의 남동생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호칭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아내의 남동생이기 때문에 ‘형님’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그냥 ‘처남’이라고 해야 합니다. 아내의 동생에게 ‘형님’이라고 하면 집안의 서열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처남’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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