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한미 통상·관세협상 및 안보분야 협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 타결을 직접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지난 10월말 경주 한미정상회담 당시 발표한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부 내 일각에서 회담 결과를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져왔고 그로 인해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이었던 만큼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지난 두 차례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공동 설명자료, '조인트 팩트시트' 작성이 마무리됐다"며 "이로써 우리 경제와 안보에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유권자, 기업인, 공직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특히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있어 다른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한미 협상 최종 타결의 의미에 대해 "내란과 그로 인한 국가적·사회적 혼란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관세협상의 출발선에 섰다"며 "그러나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인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가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확인함으로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불신과 우려 또한 확실하게 불식하게 됐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양국은 앞으로 조선과 원전(핵발전) 같은 전통적 전략산업에서부터,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 미국이 대한민국을 도왔던 것처럼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동맹인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에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안보분야 협의의 핵심 성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한 미국 상선뿐만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도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대한민국과 미국의 조선업이 함께 위대해지는 발판이 구축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도 거듭 확인됐다"며 "국방력 강화와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여러분께서 대체로 짐작하시는 것처럼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 문제,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답변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미 정상회의 때 대체적인 내용이 확정됐다'는 것이면서도 실제적인 세부 문안 작성에 있어서는 매우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제시해 왔다"고 협상 경과가 쉽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우리 역시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소홀히할 수 없었다. 그런 세부내용 정리,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된 소회를 묻는 질문을 받고는 "외교 사안에 대해서 내밀한, 또는 이면에 있었던 과정의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말 중요한 사안임에도 우리의 의사가 제대로 합리적·이성적으로 관철되기보다는 일종의 힘의 관계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어서, 혹여 대한민국의 국익이나 국민의 삶보다 국제적 역관계에 밀려서 국익을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많았다"고 협상에 임한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야당을 겨냥해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좀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서 좀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 하지 못하는 게 무능한 거다',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들어주라' 이런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그런 상황들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그는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국익·대외관계에 관한 한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정부가) 실패하기를 기다려서 공격을 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그런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전면(前面)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걸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서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고 하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웠다"고 재차 언급했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라며 "이게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적극적 협상이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서, 국제질서 재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되는 그런 일종의 비자발적 협상을 해야 되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고 협상 구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 늦었다고 혹여라도 지탄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미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심화될수록 역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중국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한중관계가 개선될 전기가 마련됐다. 저와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시 주석이 "양국 간의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대처해 가자"고 합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와 입장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근거 없이 배척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국내 일각의 반중 정서, 특히 혐중 시위대 문제를 에둘러 지적했다.
그는 "미국도 중국과 다방면에 걸쳐 갈등하고 대립하지만, 또 한편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실사구시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익을 지키려는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그럴수록 우리는 이번 한미 협상 과정에서 보여줬던 담대한 용기와 치밀한 준비, 하나된 힘을 바탕으로 국력을 키우고, 국익을 지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산업 전장의 핵심인 인공지능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 최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하는 등 국정운영 구상의 일단을 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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