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장례 직후 야간배송을 하다 사망한 쿠팡 택배기사 고(故) 오승용 씨가 8일 연속 야간배송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지금껏 쿠팡은 7일 연속 로그인을 막아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해 왔다고 밝혀 왔으나, 실제로는 대리점이 지시한 꼼수에 따라 7일 넘게 근무하는 일이 쿠팡 택배기사 사이에 만연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과로사없는택배만들기시민대행진기획단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씨의 죽음에 대한 3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택배노조는 대리점 근태기록과 오 씨가 대리점 관리자 및 동료 기사들과 나눈 대화 내역을 조사해 오 씨가 연속 8일 야간 근무한 이력을 확인했다.
오 씨와 대리점 관리자가 대화한 메시지 기록을 보면, 지난해 9월 6일 관리자는 오 씨에게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근무하게 했다. 다음날에도 "오늘도 어제 사용했던 아이디"라며 타인의 ID를 사용해 일하게 했다.
쿠팡은 어플리케이션 로그인 제한으로 7일 연속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휴무 중인 택배기사의 ID로 로그인해 업무를 수행한 뒤 대리점에 보고하는 식으로 7일 이상 연속 근무가 이뤄진 것이다.
오씨는 그해 11월 8일에는 관리자에게 "10월 4일 158건, 10월 8일 219건 두 건 입금 안 됐다", "계정 다른 거 개인 톡 드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관리자는 "확인된다. 정산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다"고 답했다.
한 동료 기사는 오 씨에게 "아이디하고 수량 체크 잘 해놓으라"며 타인의 ID를 돌려 쓰는 일을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쿠팡은 지난 1월 국회 청문회에서 과로사 대책으로 격주 5일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택배기사들이 7일 연속 근무하는 일이 빈번했다.
또 택배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오 씨가 근무한 쿠팡 제주1캠프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직접 분류작업(통소분)을 수행했다는 동료 노동자들의 일관된 증언을 확보했다.
지난 2021년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원인인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으나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당시 쿠팡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합의에서 다뤄진 약속은 지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택배노조는 "오 씨와 같은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 중에서는 연속 15일 근무한 기사도 있었다"며 "이러한 과로 노동은 고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닌 대리점 전체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쿠팡CLS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캠프에서, 쿠팡CLS가 직업 운영·관리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라며 " 때문에 쿠팡CLS가 이를 모를 수 없으며 장시간 과로노동과 꼼수를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 씨의 유족들이 참여해 쿠팡과 대리점이 사태의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오 씨의 누나 A 씨는 "내 동생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음에도 하루만 쉬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쿠팡 새벽 물류를 받으러 가는 도중 숨졌다. 그런데도 쿠팡과 하청업체에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근거 없는 음주운전까지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런 억지 주장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동이며 유족으로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쿠팡은 왜곡과 책임 회피를 멈추고 고인과 유족 앞에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오 씨는 지난 10일 새벽 2시 9분경 전신주를 들이받고 숨졌다. 이날은 오 씨가 아버지 장례식을 마친 뒤 하루 쉬고 업무에 복귀한 날이었다.
유족과 택배노조에 따르면 오 씨는 하루 11시간 30분씩 평균 주 6일 근무해 왔다. 이는 법적 과로사 기준인 주 60시간을 훌쩍 넘기는 시간이다. 오 씨가 속한 대리점 관리자는 오 씨가 장례 직후 이틀을 쉬게 해 달라는 요청에 "원하는 대로 하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해야 될 것 같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오 씨 사망 이후 다시 불거진 과로 노동 문제에 대해 쿠팡CLS는 '시스템상 7일 연속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씨가 속한 대리점은 오 씨가 평소 술을 자주 마셨다는 증언이 있다며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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