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지옥, 우리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거대한 조작과 사기
우리 모두 기후재난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생각은 일면 사실인 듯 싶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착각'입니다. 그것도 세뇌당한 집단착각입니다. 노동자와 농민, 소상공인을 비롯한 대다수 시민은 결코 기후위기의 가해자가 아닙니다.
저는 기후지옥을 만든 화석연료 체제를 제가 직접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선택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 맺은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고, 태어나보니 이산화탄소 배출의 성장과 개발 체제였고, 어릴 때부터 그런 체제가 당연하다고 교육받고 세뇌당하면서 자랐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 주민등록증을 받고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압축개발과 압축성장의 모범 국가 국민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직 근대화, 산업화만이 살 길이라는 가두리 양식장같은 세계관에 갇혀 있었습니다.
집단착각 전략을 만든 기후위기의 주범은 따로 있습니다. 다름아닌 자본주의 거대 기업들입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거의 90%를 100개 대기업이 내뿜고 있습니다. 포스코, 남동발전,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이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포스코 한 개 기업만 약 13%나 됩니다. 국민 개개인이 아무리 플러그를 뽑고 BMW(자전거, 대중교통, 걷기)를 실천한다고 해도 기후악당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지가 않고 거꾸로 해마다 늘어나기만 합니다.
전세계 100대 글로벌 대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내뿜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125명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소득수준 하위 90%인 전세계 시민의 평균 배출량보다 무려 100만 배가 넘습니다.(옥스팜, 탄소 억만장자 보고서, 2022.)
이들 대기업이야말로 지금도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온실가스를 마구마구 공기 중으로 쏟아내 전세계 시민의 숨통을 조이는 기후재난의 주범들입니다.
환경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기업의 교묘하고도 노회한 전략은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입니다.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겨라! '미국을 아름답게'(KAB)의 전략
1953년 미국의 버몬트 주 의회는 일회용품 판매 금지를 의결했습니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캠페인이 성공을 거둔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낙농업자들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버몬트 주 의회 의원의 1/3이 농민이었습니다. 당시 암소들이 마른 풀 위에 떨어져 있던 일회용기를 건초와 함께 먹고 죽는 사례들이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미국의 전체 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신속하게 포장업계를 중심으로 코카콜라와 딕시 컵 등의 대기업, 전미생산자협회 등 거대 기업이 풍부한 재정의 비영리단체 '미국을 아름답게'(KAB, Keep America Beautiful)를 만들었습니다.
KAB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최고의 광고 전문가들을 동원, 미국 전역에서 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쓰레기는 개개인의 나쁜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쓰레기 반대 캠페인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 추진 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1957년 버몬트 법은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산업국가에서는 일회용품과 쓰레기 관련 거대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하는 법안 대신에 개인을 규제하는 법과 캠페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해더 로저스, 이수영 옮김, <사라진 내일>, 삼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KAB이 1971년 두 번째 '지구의 날'에 만든 텔레비전 광고는 지금까지도 '감동'을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슴가죽을 걸친 늙은 인디언이 카누를 타고 포장재와 캔으로 뒤범벅된 강물에서 노를 저어 갑니다. 저 멀리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아주 희미하게 잠깐 배경으로 보이긴 합니다. 인디언은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강둑에 카누를 댑니다. 차들로 꽉 찬 고속도로 옆으로 걸어온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발에 금발의 백인이 차창 밖으로 던진 패스트푸드 봉지가 떨어집니다. 그러자 원주민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눈물 한 방울을 흘립니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흐르고 엄숙한 목소리가 겹쳐집니다.
"한때 이 나라에 깃들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언제까지나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이 광고는 젊은이건 노인이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미국인 개개인의 죄책감을 절묘하게 건드렸습니다. 일회용품과 포장재 생산업체들이 쓰레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쓰레기를 만든다고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략은 이렇게 대기업들이 만든 '회피와 혐오' 프레임의 본보기 사례입니다.
KAB은 지금도 미국에서 막강한 로비력을 자랑하는 조직입니다.
쓰레기 문제와 기후재난을 비롯한 숱한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단순명쾌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명체를 죽음으로 이끄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규제 또는 금지하면 됩니다.
2017년 8월 케냐 정부는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사용자뿐만 아니라 제조회사, 수입업자, 판매자까지 최고 4년의 징역형 또는 4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발표했습니다. 지금 케냐에서는 비닐봉지를 아예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기후감옥에 갇혀야 할 사람은 박승옥이 아니라 김정관 두산 에너빌리티 사장입니다
저는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성공해야만 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명예를 높이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초지능의 등장, 극단의 기후지옥과 불평등이라는 복합위기의 시대에 이재명 정부의 AI 대전환과 재생에너지 대전환이 성공해야만 주권자 국민들이 그나마 생존의 구명보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말로만 주권자의 머슴이라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주권자를 모시고 섬겨야 성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발의-국민소환제 제7공화국 개헌을 주권자와 함께 확실하게 추진해나가면 됩니다.
2023년 삼척 포스코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던 두산 에너빌리티 사장은 김정관이었습니다. 현재는 이재명 정부의 산업자원부 장관입니다.
저는 기업인이 지금 당장 생태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재벌이 협동조합주의의자로 변신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세계관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른바 '태극기'와 '개딸'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세계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개인의 세계관이란 그 속에서는 개개인이 아주 익숙하고도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인 AI 대전환과 재생에너지 대전환은 패러다임의 대전환, 세계관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과제입니다. 세계관의 대전환 없이 AI 대전환과 재생에너지 대전환은 불가능합니다. 대전환이라는 말이 그냥 구호로 끝나고 만다면 주권자 국민에게는 그야말로 대재앙입니다.
저는 김정관 장관, 전 두산에너빌 사장이 지금 당장 저 대신 기후감옥으로 들어가라고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만들 힘도 제게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다만 기후 범죄자는 제가 아니라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 사장이며, 이를 조금이라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그리고 성장과 개발, 기업의 환경보전 의무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을 성찰하는 하나의 자그마한 계기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도 더욱 더 기후 직접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6공 구체제 조희대-지귀연 내란 사법부에 전면 불복종을 선언하는 시민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더많은 에너지 주권자 국민이 기후내란 사법부에 기후 시민불복종을 선언하길 기도합니다.
기후행동에 나서는 국민이 몇만 명에서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불어나 몇십만 명으로, 이윽고 몇백만 명이 되면 제7공화국 개헌이 가능해지고 기후체제가 바뀌고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참고로 늦었지만 지난 7월 9일 강릉지원 재판정에서 행한 최후진술 일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재생에너지 주권자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권하는 호소인입니다.
나는 왜 이산화탄소 제조 공장에서 비상 싸이렌을 울렸나
국민 가운데는 노동자도 있고 농민도 있고 소상공인도 있고 그리고 당연히 기업주도 있습니다. 기업주도 보호받아야 할 국민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기업들 역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경제활동의 자유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척 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한 포스코이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우리 국민, 나아가 인류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고 저지르고 있는 중입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공동의 주거 공간에 불이 난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런데 이 두 기업은 이 불난 집에 기름을, 아니 석탄을 들이붓고 있습니다. 오직 더 많은 돈벌이라는 탐욕에 눈이 멀어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판사님을 비롯해서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삼척 블루파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국의 기후지옥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유엔이 인정하고 있는 이같은 사실을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 앞에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1개월도 더 지난 2025년 5월, 지구 기후변화 역사상 또 하나의 기록이 깨졌습니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5월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값이 최초로 430ppm을 돌파한 430.51ppm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저에게 정말 소름이 끼치고, 두려움과 새까만 절망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듭니다.
저희들은 절박합니다. 기후지옥으로 질주하고 있는 고속열차의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의 직접행동은 비상 싸이렌을 울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 모두 다함께 브레이크를 밟자는 다급한 호소였습니다. 비폭력 평화의 방식으로 설득과 대화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정당한 비명이었습니다.
저는 이 피고인의 자리에 저와 황인철이 서 있는 것 자체에 대해 더할 수 없이 깊은 슬픔과 비통함을 느낍니다. 저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거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거꾸로 이 자리에 서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밈춰야 합니다.
제 어깨에 메고 있던 핸드마이크에서 왜애앵 왜애앵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갑자기 모두 저희들 5명에게 쏠렸습니다. 경고음의 효과는 충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2023년 9월 12일, 강력한 경고 싸이렌을 울리기 위해 직접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미 그 이전에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단체에서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이 사업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국회에 입법 청원도 했습니다. 기자회견도 하고 수많은 항의 서한을 기업들에 전달했습니다.
높은 데시벨의 경고 싸이렌이 울리면 사람들은 싸이렌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것이 경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119 구급차가 요란한 싸이렌 경보를 울리며 다른 차들을 밀어내는 것은 범죄행위가 아니라 비상사태 시의 긴급 인명구조 행동입니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조할 때는 누구나 앞뒤를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분초를 다투는 게 사람의 목숨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의 직접행동은 아무리 "사람살려"라고 아우성쳐도 구급차가 오지 않고 있을 때 다급하게 직접 나선 긴급 인명구조 행동과 다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른바 저항의 사회참여 문학이 아니라 순수시를 써왔던 시인 이문재는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비상한 현실에 60+기후행동의 출범 선언문을 썼습니다. 그냥 선언문이 아니라 심금을 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선언문 시를 썼습니다. 이문재 시인의 출범 선언문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청년들에게 꿈이 있느냐고 묻지도 못하겠습니다.
어르신들께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건네기도 어렵습니다. 어린아이와 청년의 미래는 물론이고 노인들의 내일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군 이래, 아니 호모사피엔스 탄생 이래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어쩌다 미래가 사라지게 된 것일까요. 어쩌다가 물려받은 것조차 그대로 물려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요.
- 60+ 기후행동 선언문 중 일부
우리는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앞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멈춰야 합니다.
우리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초록별, 이 지구 행성에 기후폭탄이 터지고 있습니다.
멈춰야 합니다.
더이상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를 지어서는 안됩니다.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도 조속히 폐쇄해야 합니다.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는 포스코이앤씨의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다시말해 거대한 기후 폭탄 제조 공장 입구입니다. 우리 앞에는 1.5km에 달하는 거대한 터널이 아가리를 벌린 채 석탄 운송차량을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 임직원과 노동자들에게 호소합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진심을 다해 호소합니다. 포스코이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삼척 주민을 비롯해 전 국민과 뭇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를 즉각 멈춰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전쟁을 하러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죽고 죽이는 전투를 하러 이 자리에 온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저 괴물같은 터널과 굴뚝에다 대고 메아리없는 대답을 듣고자 소리치러 온 것도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과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자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모두 공존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함께 손을 맞잡자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나 자신과 우리의 이웃, 내 딸아들과 손녀손자들의 생존을 위해, 풀과 나무, 새와 물고기를 위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모든 생명을 위해, 어머니 지구를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손을 번쩍 들며 구호를 외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구호를 외치겠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하지는 맙시다.
저 멀리 서울까지, 포항까지 들릴 수 있도록 우렁차게 소리칩시다.
포스코앤씨와 두산에너빌리티 임직원과 노동자들은
삼척 주민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목조르는
이산화탄소 독가스
삼척 석탄화력 블루파워를
즉각 중단하라
그렇습니다. 저희가 직접행동을 하면서 호소한 것은 우리들부터 먼저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하자는 촉구였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모든 깨어있는 주권자 국민들이 먼저 멈춰야 한다고 적색 비상 싸이렌을 울린 것입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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