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으로 검찰에 기소된 양우식(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지난 19일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은 성희롱 논란의 장본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 감사를 받을 수 없다며 도의회 운영위 감사 불출석을 선언했다. 그러자 운영위는 되레 이를 문제 삼아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양우식 위원장은 지난 5월 9일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남성 사무처 직원에게 "남자랑 가? 여자랑 가? 쓰○○이나 스○○ 하는 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 테고…"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는 뒤늦게 익명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후 피해 직원은 양 위원장을 고소했고 경찰 조사에서 성희롱으로 판단, 지난 10월28일 검찰은 양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간 도의회에 여러 차례 양 위원장 교체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익명 게시판 등으로 당시 양 위원장의 성희롱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경기도청 공무원노조는 양 위원장의 사퇴 및 국민의힘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으나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비공개 윤리위원회를 열고, 양 위원장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및 당직 해임 처분만을 내렸다. 면죄부인 셈이다. 양 위원장은 이 처분으로 도의회 운영위원장직을 유지하고 내년 지방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이 '솜방망이 처분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심지어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를 넘어, 검찰 기소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피해자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뿐만아니라 운영위원장직은 물론 의원직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경기도청 공무원노조와 언론을 향해 법적 대응 운운했다.
경기도지사 조혜진 비서실장과 안정곤 정책수석 등 보좌진 6명은 그런 양 위원장에게 '도덕적 원칙'을 이유로 감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갑자기 양 위원장을 반대한 건 아니다. 이들은 "행정사무감사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양 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주재나 참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는데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도의회에 여러 차례 양 위원장을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양 위원장은 2021년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고문을 지냈고, 20대 대선을 앞두고는 윤석열 후보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 기획실장으로 일했다. 그런 그의 경력이 일각에서는 이렇게 사과도 없이 버티는 이유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의문이다. 현재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는 양 위원장을 포함해 도의원 8명에 대한 11건의 안건이 회부돼 있다. 여기에는 여(與)도 야(野)도 없다. 그래서인지 수개월째 안건이 단 한 건도 심의되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윤리특위는 징계요구안 관련, 회부일로부터 3개월 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지만 11건 중 10건은 올해 2~6월 접수돼 이미 기한을 초과했다. 더구나 윤리특위는 회의 정족수 미달을 이유로 회의를 여러 차례 무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징계 여부조차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에는 양 위원장 건도 포함돼 있다.
제 식구 감싸기? 민주당 경기도당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동료 감싸기인 셈이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책임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간 민주당 경기도당 지도부는 양 위원장 사건 관련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되레 징계를 방해를 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대표적으로 양 위원장의 성희롱 건은 지난 6월 10일 경기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됐으나 다른 건과 마찬가지로 윤리특위는 개회조차 못했다. 그나마 지난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윤리특위는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당시 12명(민주당, 국민의힘 각 6명) 중 5명만 윤리특위에 참석해 개회 정족수 7명을 채우지 못했다. 민주당에서조차도 최소 1명 이상이 참석하지 않은 셈이다. 최종현 경기도의회 민주당 대표가 이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의원 징계요구안은 회부된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심사를 끝내야 하지만 지난 4월에 회부된 양 위원장 건은 7개월이나 지났지만 결론은커녕 논의조차도 못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도부들은 지금의 논란에서 절차를 이유로 사실상 양 위원장 편에 선 형국이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민주당)은 19일 입장문에서 "특정 위원의 발언이나 의사진행에 이견이 있다면 의회 내부의 절차와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피감기관이 스스로 행정사무감사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출석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정치적 행위"라고 비서실장의 불출석의 질타했다.
장한별 운영위원회 부위원장도 20일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도의회 의장님의 성명에 따른 경기도지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공직자로서 신분을 망각한 조혜진 비서실장이 스스로 사퇴해서 그 책임을 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양우식 위원장의 '성비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주당 중앙당은 경기도당과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김연 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양우식 경기도의원은 도의회 직원에게 입에 담기도 거북한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라며 "그런데도 양 의원은 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행정사무감사 주재를 강행하려 했고, 도 집행부와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 '기소된 위원장이 감사를 주재하는 것은 도민 신뢰 파괴'라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선임부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권과 존엄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굳건히 지키며 책임 있는 정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중앙당만이 아니라 공직사회와 시민단체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양우식 위원장의 성비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여성단체연합 등 33개 여성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에서 "그동안 많은 곳에서 공식적인 사과와 사안에 합당한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을 도의회에 요구해 왔으나 뭉개고 있던 와중에 도의회 운영위원장직 유지, 더구나 행정 사무감사 의사진행까지 하겠다고 하니 이 무슨 염치없는 행태인가"라고 반문하며 "더욱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날려버렸으면서 역으로 도의회 공직자들과 노조 반발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2, 3차 가해임을 모르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기도의회 운영위는 성희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외면한 채, 도덕적 원칙을 내세워 출석을 거부한 여성 비서실장에게 화근을 돌리는 형국이다.
게다가 의회 불출석이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압박한다. 과연 누가 도민을 우롱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성희롱을 두둔한 의원들도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곧 지방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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