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세상이 참으로 이상하게 돌아간다. 과거 필자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녀석들은 있었어도, 그런 아이들로 인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정도까지 이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근자에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 필자의 주변에서 벌써 두 달 사이에 한 아이는 자퇴를 했고, 한 아이는 고통스러워하며 상담을 청해 왔다. 둘 다 필자와 잘 아는 아이들이라 걱정이 많다. 참하고 열심히 공부하고자 했고, 발랄한 아이들이었는데, 한 녀석은 벌써 학교를 떠나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 왕따를 시키고, 억지로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넷북을 훔쳐보고, 자기들이 보는 이상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놀림감으로 만들어 버렸다.(참으로 화가 난다. 가해자는 학교에 다니고 피해자가 자퇴해야 하는 현실)
한 아이는 남녀 공학인데, 남자 친구(?)들이 ‘멧돼지, 찐따’라고 하면서 놀린다는 것이다. 이 ‘찐따’라는 말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이 말은 필자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소아마비로 한 쪽 발을 저는 친구에게 붙였던 별명이다. 그때는 의미도 모르면서 그렇게 놀렸다. 물론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기 때문에, 필자도 이름 대신 그렇게 지칭한 적이 있다. 찐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절름발이의 방언’(전라도에서는 절름발이를 ‘찐따’라고 하는 모양이다)이라고 나타나 있다.
필자는 ‘찐따’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본다. ‘절름발이, 짝짝이를 뜻하는 일본어인 찐빠(跛ちんば)로부터 유래했다는 설’에 관심이 간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일본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 중 ‘진빠’를 장난스럽게 표현하여 ‘찐따’라고 한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불량품이나 부분적으로 하자가 있는 물건’을 흔히 '찐빠났다'고 했다. 어른들이 ‘찐빠났다’고 하니 아이들을 그것을 본받아(?) 절름발이를 ‘찐따’라고 했다. ‘찜빠먹었다’는 표현도 많이 있다. 어른들한테 혼나고 와서는 “꼰대한테 찜빠 먹었어.”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찜빠’라는 말을 써 왔다. 이것도 ‘찐빠’의 변형된 형태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소아마비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나이를 먹고 나니 뭔가 모르게 그 친구에게 엄청 미안한 감이 든다. 같은 반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많은 친구들이 그를 ‘찐따’라고 놀렸을 때 엄청 상처를 받았을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단어가 아직도 살아서 펄펄 뛰어다니는 것이 이상하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남녀 공학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멧돼지 찐따’라고 부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수시로 그렇게 부르면서 놀렸다는 것이다. 키 160cm 정도에 50kg 나가는 아이를 멧돼지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모인 특수학교에서 ‘찐따’라로 부를 만큼 어수룩하거나 찌질한 아이가 아니다.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남학생 몇 명이 말되 되지 않는 별명을 붙여서 놀리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이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 가기 싫다고 소리친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아이들의 용어로 ‘찐따’라고 하면 ‘영어로는 Loser’에 해당된다. ‘루저’는 ‘말이나 행동, 외모가 볼품없고 능력과 재력도 부족하여 어디를 가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아직 규범 표기는 없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찐따’는 주로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을 비하할 때 사용했다.
학교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요즘 대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의 전력이 있는 입학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 예방법에 의하면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법과 전혀 다르다. 가해학생들은 떳떳하게 학교에 다니고, 피해학생은 자퇴를 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학교폭력의 정의에는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되어 있는데, 피해학생이 증거를 모두 갖추어야 하고, 피해학생의 SNS계정을 다 뒤져 보면서 개인정보를 함부로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남자들은 잠재적 성폭력 피의자라는 말이 있다. 여성이 “저 남자가 음휴안 눈으로 봤어요”라고 하면 남자는 성폭행범이 될 수 있다. 남녀 공학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을 학교에 다니기 싫도록 괴롭혔는데 학교폭력이 아닌가 의문이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집학을 앞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조용히 마무리하길 바라는 눈치다.
한동안 잊었던 ‘찐따’라는 단어를 다시 들음에 감개가 무량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제발 학교폭력없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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