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집행부의 출석 거부로 인해 의회운영위원회의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 파행을 겪으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도의회 여야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행감 파행의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21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경기도 대변인실·홍보기획관·경기도중앙협력본부·의회사무처·소통협치관 등 경기도 집행부를 비롯해 경기도교육청 홍보기획관을 대상으로 지난 19∼20일 진행될 예정이던 운영위 행감은 조혜진 경기도 비서실장 등 경기도 집행부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파행됐다.
경기도 집행부는 ‘직원 성희롱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우식(국민의힘·비례) 의회운영위원장의 자격여부를 문제 삼으며 행감 출석을 거부했다.
이들은 "운영위 행감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양 위원장의 행감 주재나 참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경기도 4000여 명의 공직자를 대변해서 노조가 양 위원장의 사퇴요구를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가 주재하는 감사에 도저히 응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 이후라도 우리의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언제든지 성실하게 행감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도의회 양당은 경기도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도의회 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19일부터 이어진 도의회 운영위 행감은 경기도지사 비서실과 정무라인 등 집행부 핵심부서의 집단 불출석으로 파행됐다"며 "이는 지방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석 요구를 받는 집행부가 사전 협의 또는 정당한 사유없이 감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의회를 존중해야 할 기본적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어떤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감사를 주재하는 운영위원장의 적절성 문제는 의회 내부 절차로 해결할 사안으로, 이를 이유로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감사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배경은 양우식 운영위원장의 ‘성희롱 발언’ 기소 사실이지만, 이 사안이 의회 행정사무감사 출석 거부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김동연 지사는 도민과 의회 앞에 이번 파행의 엄중함을 인식하여 즉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도의회 국민의힘도 "이번 행감 출석 거부는 1420만 도민을 대변하는 도의회의 감사권한을 정면으로 거부한 초유의 사태"라며 "도의회의 고유권한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 기능을 무력화 시킨 것은 김동연 지사의 핵심 정무라인의 의회 경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김동연 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사를 거부한 공무원을 해임하는 것은 물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힘은 이 밖에도 경기도 예산안 의결에 대한 불참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각 상임위원회별로 진행하는 내년도 본예산안 및 올해 마지막 추경예산안 심사만 참여하고 의결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집행부가 제출한 조례안과 동의안에 대해서도 심사만 참여할 계획이다.
현재 도의회 13개 상임위원회는 민주당과 국힘이 동수로 배치돼 국힘의 의결 불참이 실현될 경우 안건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양당은 행감 파행의 원인을 서로 다르게 지목하고 있어 사태의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민주당은 행감 파행의 원인으로 양 위원장을 지목했다.
민주당은 "행감 파행의 직접적 배경이 양 위원장의 기소사실인 만큼, 도의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양 위원장은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는 의회 기능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역설했다.
반면, 국힘은 "이번 집단행동을 주도한 조 비서실장은 도정의 핵심부서로서 도와 도의회 간 소통에 힘써야 함에도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것도 모자라 공직자의 기본 책무와 공무원 윤리를 무참히 짓밟은 채 어떤 사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감사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며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렸다"며 "김 지사는 즉각 조 비서실장을 해임해 도와 도의회 기강을 무너뜨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의회와 양 위원장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운영위 행감 파행의 원인은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된 양 의원이 여전히 의회운영위원장 직위를 유지한 채 회의를 주재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시민사회는 물론, 공무원노조와 경기도 직원들의 지속적인 의원직 사퇴 및 징계 요구에도 양 의원은 의원직과 운영위원장직 사퇴를 거부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더 심각한 사안은 도의회가 각종 핑계로 양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미뤄왔다는 것"이라며 "성희롱 의원을 제대로 징계하지 못하는 도의회의 모습이야 말로, 도민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대표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조차 방기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김진경 의장과 도의회 양당은 행감 출석 거부에 대해 ‘지방의회의 감사권 부정’과 ‘도의회 권위 실추’를 주장하며 비서실장 사퇴 및 도지사 사과를 요구하는 등 성희롱 도의원을 두둔하고 있다"며 "사퇴 및 사과를 해야 할 주체는 양 위원장을 비롯해 성희롱 기소 의원을 징계하지 않은 의장과 양당 교섭단체로, 도의회가 ‘성희롱 의회’라는 오명을 벗고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즉각 양 위원장의 제명과 도민에 대한 사과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노동단체연대회의도 "양 의원은 의회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해 불구속기소된 상태로, 인간의 보편적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일 뿐 아니라 직장에서 행복하게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반노동적 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럼에도 양 의원은 여전히 도의회 운영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며 ‘패기’를 부렸고, 결국 운영위 행감 파행을 유발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양 의원의 진정 어린 사과 및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다"며 "진정 어린 사과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고, 의원직 사퇴는 정치인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의무이자 그동안 자신이 몸담고 있던 의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