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독일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라이더 배차 앱 '로드러너'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라이더와 점주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로드러너 체계 하에서 라이더 통제 강화, 위험운전 증가, 로열티 국외 유출 등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라이더유니온지부,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 협회(공플협) 등은 25일 서울 송파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민 로드러너 도입 저지 공동투쟁 대회'를 열었다.
로드러너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자체 개발한 라이더 전용 앱이다. 현재 운용 중인 라이더 앱인 배민커넥트는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에 앱을 켜고 콜을 수락하게 하는 반면, 로드러너는 라이더가 사전 등록한 근무시간 동안 인공지능이 배차한 배달을 수행하게 한다.
로드러너 체계에서 라이더는 최대 8등급으로 분류되며, 높은 등급의 라이더는 근무시간을 우선 선택할 수 있다. 등급은 시간당 배달 건수, 배차 수락률, 배달 수행률 등에 따라 인공지능이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산정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배민은 경기 화성·오산에서 로드러너를 시범 도입했다. 지부에 따르면, 시범지역에서는 앱상 라이더 주행거리가 과소측정되거나, 알 수 없는 기준에 따라 같은 거리를 주행해도 날마다 다른 배달료가 책정되는 등 문제가 발생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배민이 내년부터 로드러너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이날 대회에서 "정확한 기준도 모르는 등급에 시간당 배달 건수, 수락률이 반영된다니 무턱대고 과속하며 충성 경쟁만 할 수밖에 없다"며 "배민은 로드러너로 라이더의 수입이 늘었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수입 증가가 일어났다면 그건 라이더가 자기 몸을 갈아넣은 결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드러너가 본격 도입되면 배민이 막대한 앱 사용료를 독일 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지급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로드러너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막대한 로열티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우리의 소중한 일터에서 착취를 강화해 이윤을 빼먹으려는 딜리버리히어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에게서는 최근 배민이 가게 노출거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약관 시정 명령을 받은 데 대한 질타가 나왔다. 이창선 공플협 공동운영위원장은 "배민은 기준도 설명도 없이 주문 반경을 4킬로미터에서 1킬로미터 심하면 500미터까지 줄여버린다"며 "거리제한은 매출제한이자 생존제한"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에 앞서 플랫폼 노동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며 의견수렴을 한 날이었다. 이와 관련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별도 법 제정이 아닌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촉구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를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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