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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로드러너'가 라이더 수입을 올려준다? 팩트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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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로드러너'가 라이더 수입을 올려준다? 팩트는 이렇다

[李 정부도 외면한 노동자] ③ '불투명한 등급제'로 통제·착취를 고도화한 배민과 라이더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도 프리랜서, 특수고용,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이들을 '노동자'로 추정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관련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 노동계는 정부가 준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도 노동자 추정제는 담기지 않거나 의미없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 중이다. 또 차별을 조장하는 이상한 특별법 말고,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길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진지한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노동자라는 이름을 빼앗겨 권리까지 박탈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편집자

배민 로드러너는 배달앱의 횡포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하나 개선되기는 커녕, 도리어 '개악'되는 것들만 무성하다. 앱 디자인, 최적화정도, 성능에 있어서도 현재 시스템보다 뒤떨어져 있다. 이런 시스템을 연간 1천억 원이 넘는 이용료를 내가며 들여오겠다니,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배민은 라이더유니온의 비판에 대해 "로드러너는 라이더 수익 증대와 고객 서비스 수준 향상을 실현한 글로벌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래 글에서는 로드러너의 실상을 통해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살펴본다.

등급으로 라이더 생계를 좌우하는 로드러너

로드러너 시스템에서 라이더는 최대 8단계의 등급으로 나뉘어 관리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배차 우선권과 스케줄 선택권이 주어져 사실상 상위 등급 라이더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로드러너가 시범운영되는 경기 화성·오산에서는 여러 라이더들이 "일하고 싶어도 스케쥴이 잡히지 않는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등급 산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당 배달 완료 건수, 노쇼 여부, 수락률 등이 반영된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계산 방식은 공개되지 않는다. 등급을 올리려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배달을 해야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속도 경쟁과 위험한 주행을 부추긴다. 배민은 4년 연속 차지한 산재 1위라는 오명을 앞으로 40년은 더 유지하려는 듯 보인다.

게다가 등급이 떨어지는 이유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라이더는 "언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는 불안정성" 속에서 배민의 정책에 절대적으로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노동법상 근로자에게도 요구하지 않는 수준의 통제다.

매일 다른 배달료…투명성 전무한 정산 구조

라이더들은 로드러너 도입 이후 배달료가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호소한다. 이를 테면 똑같이 5km를 달려도 하루는 4000원, 다음 날은 3000원이 나오는 식이다. 콜 수락 시점의 금액과 콜 완료 후 정산 금액이 다르게 표시되는 사례도 반복된다.

콜 수락 시점의 금액과 콜 완료 후 정산 금액이 다르게 표시되는 사례, 배달료 산정거리가 과소측정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배달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알 수 없고, 오류도 반복되며 모든 것이 사측 마음대로인 것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보수를 예측할 방법이 없다.

로드러너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정산 구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국 업데이트의 목적은 사측의 수익 확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수입이 올랐다면, 그것은 조작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수입이 오른 라이더가 있다해도, 그것은 '오늘'의 측정값일 뿐, '내일'부터는 알 수 없다. 라이더마다 등급을 정하는 기준도, 어떤 라이더에게 어떤 스케쥴을 띄워줄지도, 지금 배달료를 얼마 줄지도, 어떤 콜을 줄지도, 패널티를 줄지도 말지도 모든 것을 배민이 결정하는 상황이니, 배민이 원한다면 특정 라이더에게 특정 시기의 수입을 올려줄수도 있다. 배민이 '조작'하면 무엇이든 의도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사측이 조작하지 않았더라도, 라이더 스스로 자신을 '조작'한 결과일 수도 있다. 끝없는 충성을 요구하는 로드러너에 맞춰 자기 몸을 과도하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평소보다 더 길게, 더 빠르게 일했다면, 그리고 로드러너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콜 거절없이, 시간당 가장 많은 건 수를 달성하며, 모든 스케쥴을 완수했다면 수입이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작은 오래갈 수 없다. 과로로 쓰러지거나, 사고로 쓰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측이 공개하는 자사 홍보성 데이터들은 무슨 기준으로 추출해 무슨 기준으로 정렬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과정은 가려있고 결과만 공개된다. 이 과정에 어떤 조작이 있었는지 알 수 없고, 이걸 제대로 검증해보자고 달려드는 언론도 없다. 이리가나 저리가나 '조작'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상점주도 통제 대상이 된다

로드러너 체제에서 상점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로드러너는 사전 고지 없이 상점의 '주문 거리'를 수시로 조정한다. 실제로 4km 반경이 1km로, 심하면 500m까지 줄어드는 사례가 나타났고, 이는 주문 범위가 64분의 1로 축소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거리 제한이 걸렸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장님 가게가 앱에 안 떠요"라는 고객 연락을 받고서야 상점주는 자신에게 거리제한이 걸렸음을 알게 된다. 주문 반경 축소는 즉각적인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상점주는 자신의 영업권이 아닌 배민의 통제에 따라 하루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가게를 차리기 위해 빚을 내고, 하루 종일 불 앞에서 노동을 해도, 최종 매출은 플랫폼의 임의적인 조정에 따라 좌우된다면, 상점주는 더 이상 '사장'이 아니다. 로드러너에서 점주는 사실상 배민 하청직원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로드러너, 바닥을 향한 경쟁

배달앱 알고리즘이 라이더에게 과로·위험 운행을 유도한다는 지적, '미션'과 '등급제'를 통한 사실상의 지휘감독, 상점주에게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광고비·수수료 구조, 거리제한 문제까지, 플랫폼 불공정은 이미 업계 전반에서 누적되고 있다.

로드러너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통제와 착취를 한 단계 더 고도화하는 시스템이다. 배민은 라이더와 상점주를 착취해 더 많은 이익을 거두고, 이를 로드러너 이용료로 딜리버리히어로에 송금하려는 생각만 가진 것으로 보인다. 로드러너 프로젝트의 유일한 승자는 한국배달업계 최상단에 있는 글로벌 플랫폼사 '딜리버리히어로'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로드러너를 계기로 바닥을 향한 경쟁이 가속화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경쟁사인 쿠팡은 배민에 비해 더욱 악랄하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수익창출을 해 왔다. 쿠팡은 배달료도 먼저 삭감했고, 하청구조도 먼저 확립했으며, 라이더 보험 확인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도입한 사례가 없다.

결국 로드러너가 도입된다면 쿠팡은 더 강도높은 착취시스템을 들여오는 계기가 될 것이 자명하다. 배민 쿠팡이 점유율 80%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라이더와 상점주는 빠져나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규제가 없으니 폭주가 계속된다

현재 한국에는 배달앱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더가 산재로 사망해도, 상점주가 수수료·광고비로 매출의 20~30%가 빠져나가도, 플랫폼은 어떠한 제재도 책임도 지지 않는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이 규제 없이 시장을 좌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수많은 산업에서 확인해왔다. 배달 산업도 다르지 않다.

지금 국회에 계류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법 확대 적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들이다. 플랫폼의 자의적 운영을 막고,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생존을 지킬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우리의 투쟁은 생명과 생존을 위한 요구다.

▲2025 산재사망 배달노동자 추모 행진에 참가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을 비롯한 배달 노동자들이 지난 8월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산재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약식 추모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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