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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화재 사망자 128명…당국 "불길이 스티로폼 타고 올라가며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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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화재 사망자 128명…당국 "불길이 스티로폼 타고 올라가며 급속 확산"

보수 공사로 각 층 창문에 가연성 스티로폼·열기로 창 깨지며 내부도 '활활'·…당국, 화재경보기 미작동도 확인

28일(현지시간)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 사망자가 128명으로 늘었다. 수색이 종료된 가운데 실종자는 여전히 200명에 달한다. 당국은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보수 공사 과정에서 각 층 창문에 부착한 가연성 높은 스티로폼을 지목했다. 화재 경보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 통신을 보면 28일 오후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틀 전 발생한 타이포 구역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2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79명에 달했다. 화재가 진압되고 생존자 수색이 종료된 가운데 여전히 200명이 실종 상태다. 탕 국장은 건물 내부 온도가 내려가 안전이 확보된 뒤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고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탕 국장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원인으로 보수 공사 중이던 이 아파트 각 층에 붙어 있던 스티로폼을 지목했다. 아파트 한 동 1층에서 시작된 화재가 창문에 부착된 가연성 큰 스티로폼을 타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건물 상층으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타는 스티로폼의 열기로 창문이 깨졌고 이로 인해 화재가 내부로 번지며 "실내와 실외 모두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이 재난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대나무 비계와 안전망에 불이 붙은 것도 스티로폼 온도가 극도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탕 국장은 확산 원인 중 하나로 의심됐던 비계 안전망은 시험 결과 불연성이었다고 덧붙였다.

불이 빠르게 확산했고 이 아파트 주민 3분의 1이 고령층인 데다 화재 경보기까지 울리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시험 결과 웡푹코트 8개 동 건물 모두의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소방 안전 장비 고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앞서 화재 당시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는 주민 증언이 속출했다.

화재 관련해 보수 공사 업체 임원 2명 등 고위직 3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전날 체포된 데 이어 28일 보수 공사 컨설팅을 맡은 업체 임원 2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화재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파트에 살던 언니의 주검을 확인한 50살 여성이 화재 당시 언니가 전화를 걸어 "구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죽고 싶지 않다며 살려 달라고 애걸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화재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언니를 안심시키며 당황하지 말고 소방관을 기다리라고 했는데, 만일 내가 탈출하라고 했으면 언니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자책했다.

지난 26일 오후 2시51분께 약 2000세대, 4600명이 살던 31층 짜리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에 불이나 순식간에 전체 8개 동 중 7개 동을 태웠다. 1983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의 발화 원인이 불분명한 가운데 주민들은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로 진행 중이었던 보수 공사 작업자들의 흡연이 화재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화재의 빠른 확산 원인으론 당국이 지목한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스티로폼 외에도 강풍, 대나무 비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웡푹코트 화재는 1948년 창고 화재로 176명이 숨진 뒤 홍콩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이틀 전 화재가 발생해 이날 오후까지 128명이 숨진 홍콩 타이포 구역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 인근에서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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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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