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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복 소장 "제주, 연방제 선도모델 가능... 선거 제도 개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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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성복 소장 "제주, 연방제 선도모델 가능... 선거 제도 개헌 필요"

"진정한 의미 주민 자치... 연방제 도입, 선거제도 개혁 선행돼야"

제주도의 자주적인 도민 자치를 위해선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정한 의미의 주민 자치는 연방제이며, 이를 위해선 선거 제도의 개헌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제주 선도 모델, 대한민국 연방제 대전환 : 독일에서 배운다' 특강.ⓒ프레시안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은 3일 오후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대강당에서 '제주 선도 모델, 대한민국 연방제 대전환 : 독일에서 배운다' 특강을 진행했다.

조성복 소장은 연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독일 퀄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주독대사관 전문연구원, 국회 정책 연구원, 중앙대 연구 교수 등을 역임했다.

조 소장은 특강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과 사회적 공정성 부재"라며 "미국식 승자독식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일식 협력적 연방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정부 예산 730조 원을 쓰는 세계 10위권 부자 나라이며, 문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누는 방법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소장은 독일식 협력적 연방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한국은 과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앙집권적 시스템이 효율적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미 잘 살게 됐는데도 1등부터 줄을 세워 승자만 좋은 과실을 따먹게 하는 시스템은 청년들에게 고통만 준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정작 일자리가 없는 것은 승자독식의 결과다.

그는 독일의 '사회적 공정성(Soziale Gerechtigkeit)' 개념에 주목했다.

독일식 연방제의 특징은 미국식 경쟁적 연방제와 달리 '협력적 연방제'다. 연방 정부는 법을 만들고, 각 주 정부는 예산을 집행한다. 입법과 행정이 분리된 구조다. 16개 주는 각각 하나의 국가처럼 독립적으로 행동하지만, 완전히 따로 놀지는 않는다. 잘 사는 주에서 못 사는 주로 재정을 이전해 어느 곳에 살든 지 최소한의 평균적 삶이 유지되도록 조정한다.

조 소장은 "정치적 연계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이나 복지 같은 핵심 정책 영역에서는 각 주 장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협의한다"며 "예를 들어 교육 정책의 경우, 16개 주 교육부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 수준을 논의하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각 주가 독자적으로 교육을 운영하지만, 공식적인 기준점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조 소장은 "이러한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행정 연방제' 개념이며, 독일에는 연방 상원(Bundesrat)이 있어서 각 주 정부 대표들이 직접 참여해 연방 법률에 대한 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처럼 완전히 분리된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중앙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아닌, 자율성과 협력이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이라면서 "이는 같은 민족인 독일이 선택한 방식으로, 한국에도 적합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독일에서는 모든 정책과 법안을 만들 때 사회적 공정성에 적합한지를 따진다. 반면 한국은 어떻게 이기느냐, 어떻게 승리하느냐만 따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독일 모델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예산 편성에서 독일과 한국은 극명하게 다른 권력 구조를 지녔다.

조 소장은 한국의 지방자치 문제점에 관해 "경북 도지사가 경북 예산을 따기 위해 서울 기재부 국장에게 사정해야 하고, 제주도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기재부 사무관이 제주도 예산을 편성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는 제주도민이 가장 잘 아는데, 중앙 부처 공무원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한국의 권력 구조가 아직도 덜 성숙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해 국세청에서 80%를 걷어 지자체로 나눠 주는 한국의 세금 징수 단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법인세의 50%는 연방이, 나머지 50%는 각 주가 직접 거두며, 소득세는 연방 42.5%, 주 42.5%, 읍면 15%로 배분된다. 읍면 단위도 독자적으로 세금을 걷어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독일의 극명한 차이는 교육 시스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 소장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한날한시에 50~60만 명이 동시에 수능 시험을 보는 나라가 지구상에 얼마나 있겠느냐, 이는 한국 교육의 획일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각 주별로, 심지어 학교별로 다른 시기에 대학입학 자격시험(아비투어)을 치른다. 입학시험 없이 아비투어 증서만 있으면 언제든 대학에 갈 수 있다"며 "대학 간 서열도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행정의 차이도 두드러진다.

조 소장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이름만 특별자치도일 뿐 실제 권한은 다른 광역단체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 또한 "말만 자치경찰이지 중앙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각 주가 독자적으로 경찰을 운영한다. 경찰차 색깔도 다르고, 경찰복도 다르며, 경찰 인력 규모도 주가 필요에 따라 결정한다. 그는 "범죄가 적어 경찰이 필요 없다면 경찰을 줄이고, 더 필요하면 늘리는 것이 자치"라고 강조했다.

중앙 정부의 간섭으로 인한 예산 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 소장은 지방정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국 곳곳에 똑같은 인형들과 출렁다리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특정 사업에만 예산을 배정하기 때문에, 사회적 취약 계층에 예산을 쓰고 싶어도 "출렁다리를 만들었다"고 보고해야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읍면 단위는 강아지세마저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한 지역은 100유로, 다른 지역은 500유로, 또 다른 곳은 1000유로의 세금을 걷는다. 각 지역 사정에 맞게 세율을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둔 돈은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배설물을 처리하는 등 지역마다 필요한 곳에 지원한다.

한국과 독일의 정치 구조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국회만 입법권을 가지지만, 독일은 16개 주의회가 각각 독자적인 입법권을 갖는다. 조 소장은 "독일 헌법은 연방에 입법권이 있다고 명시하지 않는 한 주가 입법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외교·안보·국방 등 약 14개 항목만 연방이 담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주의 권한"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주의회 의원들은 연방의회 의원과 동등한 면책특권을 가지며, 급여 수준도 비슷하다"며 "주의회 의원이 주 장관이나 원내대표가 되면 급여가 연방의원보다 2배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독일 주의회 의원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왜 연방의원이 되어야 하느냐. 주의원으로서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상향식 권력 구조와 다른 지점이다.

더욱 특이한 점은 연방 상원을 통한 지방의 권한 보장이다. 독일의 연방 상원(분데스라트)은 각 주 정부의 대표자로 구성된다. 주지사와 주 장관들이 직접 참여해 지방 관련 법안을 검토하고 현실과 맞지 않을 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주도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기재부 사무관이 제주도 예산을 편성하는 현실'을 계속 방치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조 소장은 한국의 연방제 선도모델로 제주도를 지목했다.

조 소장은 연방제 도입 방안으로 "최소 4~8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며, 현재 17개 광역단체를 10개로 통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울·부산·인천·경기·충청·전라·경북·경남·강원·제주 등 10개 권역으로 새롭게 재편하자는 것이다.

조 소장은 광역단체 재편에 관해 "연방제가 도입되면 각 광역단체는 하나의 국가처럼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며 "그 이후에는 권한을 절대 내려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통합은 불가능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광역단체장 한두 명의 이해관계에 국한되겠지만, 연방제 이후에는 모든 주민이 권한 축소에 반대할 것이라는 논리다.

조 소장은 "제주도는 물리적 특성상 다른 지역과 통합이 어렵고, 이미 독립된 광역단체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됐다"면서 "유예기간 중 제주도에서 선도적으로 연방제를 시범 실시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연방제가 시행되면 도의회의 독자적 입법권 보유 (조례가 아닌 법률 제정), 도지사와 기획부·외무부·복지부 등 각 부처 장관으로 구성된 내각 구성, 독립적인 사법부 운영 (제주 상급법원, 보통법원), 자체 예산 편성권과 세금 징수권 보장, 2개 자치시와 12개 읍면의 자치권 등이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먼저 연방제를 시행해 성공 모델을 만들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개헌도 연방제도 불가능한 한계점이 있다.

조 소장은 연방제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현재의 정치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연방제를 하려면 개헌이 필수적인데, 개헌은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며 "현재 거대 양당 구조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두 당 모두 '개헌저지선 100석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실제로 개헌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전환 해법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제시했다. 그는 "유권자가 지지하는 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거대 양당 독식을 막고 다양한 정당이 참여하는 다당제가 되어야 여야 합의 개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자치 연방제 도입을 위한 절차로 1단계-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 2단계- 안정적 다당제 구축으로 여야 합의 가능한 정치 환경 조성, 3단계-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의회중심제로 전환하고 연방제 도입, 4단계- 4~8년 유예기간을 두고 광역단체 통합 및 제주도 시범 실시, 5단계- 전국적 연방제 시행을 주문했다.

조 소장은 "연방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연방제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며, 미국·독일·스위스 등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보편적 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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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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