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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 10명 중 7명 반대에도 "2029년부터 공학전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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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 10명 중 7명 반대에도 "2029년부터 공학전환" 결정

동덕여대 학생들 일제 규탄 "학생 꼭두각시 취급…교육기관으로서 존재 가치 없어"

남녀공학 전환과 비민주적 학사운영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벌어진 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10명 중 7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공학전환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학생들은 "학생을 꼭두각시 취급하는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라며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3일 학교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우리 대학은 2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로부터 최종 권고안을 제출받았으며, 그 결과를 존중해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날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논의를 토대로 동덕여대에 공학전환 추진을 권고했다.

김 총장은 "이번 권고안은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 숙의와 토론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대학의 미래 방향에 대한 공동의 판단이자 책임 있는 결론"이라며 "향후 구성원 설명회, 대학발전추진위원회,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의 논의와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방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론화 과정에서 공학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재학생들의 반대와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학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공학전환의 이행 시점을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으로 계획해 여러분이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자대학으로서의 학업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공학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으나,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의 다수 의견은 '여대 유지'였다. 전날 공론화위원회가 공개한 논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학생 2059명(71.3%, 최종조사 기준)은 여대 유지 의견을 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구성원 수가 3176명(학생 2889명, 교원 163명, 직원 124명)임을 고려하면 응답자 3명 중 최소 2명이 여대 존치 의견을 낸 셈이 된다.

온라인 조사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 참여한 타운홀미팅에서도 학생 66%(128명)는 여대 유지 의견을 냈으며, 가장 적은 인원이 참여한 숙의기구에서도 학생 절반(5명)은 여대 존치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숙의기구 토론, 타운홀미팅, 온라인 설문조사 등 각 단계별 공론화 모두 '공학전환' 의견이 '여대 유지'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구성원 수와 관계 없이 단위별 비중을 동일하게 적용해 공학전환 의견이 많은 교직원 및 동문의 목소리가 훨씬 크게 반영된 것이다.

공론화위원회가 단위별 비중을 조절한 뒤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여대 유지 비율은 33.2%로 비중 조절 전의 절반에 불과했다. 반면 공학전환은 51.8%로 나타나 여대 유지를 크게 앞서게 됐으며, 타운홀미팅 결과에서도 공학전환 의견이 57.1%, 여대 유지 의견이 25.2%로 비중 조절 전과 후가 크게 달랐다.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가 2일 발표한 여대 존치 의견 비율ⓒ동덕여대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가 밝힌 논의 결과ⓒ동덕여대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공학전환 결정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동덕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사이렌은 3일 성명을 내고 "동덕여대에서 학사·안전·명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주체는 명백히 학생들"이라며 "학생들의 삶과 학습 환경을 좌우하는 결정에서 교직원의 의견이 학생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당하고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본부는 결과를 미리 정해둔 판에 학생을 꼭두각시처럼 이용하고 기만했다"라며 "비상식적인 행태를 즉시 중단하고 책임 있는 개선과 조치를 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도 "학생들의 우려와 반대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공학전환 추진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라며 "그 어떤 이유로든 학생들의 의견을 형식적으로만 반영하고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 제58대 중앙운영위원회는 다시 한 번 학생 의견을 대학본부에 전달하기 위해 이날부터 5일까지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다. 또한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조정을 요청하는 등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중운위는 입장문을 통해 "학생위원들은 전체 구성 비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보다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나, 의견 반영 비율은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모수가 아니 표본 값을 구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115년간 이어져 온 여성고등교육기관인 동덕여대가 2029년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원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미래 발전이나 구성원 간 화합이라는 추상적 표현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재학생들이 왜 공학전환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깊이 숙고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우리 대학의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연합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 앞에서 열린 동덕여대 재단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동덕여대 교화인 목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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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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