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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카이치, 아베 '시즌2'?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 모른척하며 약속 안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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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카이치, 아베 '시즌2'?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 모른척하며 약속 안지켜

조선인 강제노역 언급 없는 일본 이행보고서에 정부 "유산위 권고 충실히 이행한 보고서 아냐"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윤석열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밝혔던 노동자 추도식은 2년째 파행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등재 당시 약속을 명확하게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일본은 지난해 7월 사도광산 등재 이후 1년 반이 지난 올해 12월 1일 일본 사도광산 보존현황(SOC : State of Conservation)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사도광산 등재를 결정했던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에 요구한 사항이었다.

당시 위원회는 8개의 권고사항을 발표했는데 그 중 '해석·전시 전략 및 시설 개발' 분야가 한국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었다.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이른바 '강제성' 문제를 일본이 인정했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일본에 "광산개발 모든 기간에 걸쳐 유산의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해석·전시 전략 및 시설 개발"을 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이 '전체 역사'에서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 강제 동원의 역사에 대한 기술이나 설명"이 없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한 보고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 및 그에 따른 약속이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7월 27일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을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했는데 여기에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는 것과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bearing in mind)할 것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도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 이 부분의 이행 여부가 모두 빠져있었다. 이 당국자는 "두 차례의 추도식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 대표나 관계자들이 발언을 했던 것을 보더라도 일본이 이런 결정이나 자신들의 약속을 명심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고, 또 일부 시설물 일부 개선 외에는 해석 전략이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설명대로 지난해와 올해 모두 사도광산에서 강제 노역한 조선인을 위한 추도식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 정부는 추도식 이틀 전인 11월 22일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외무성 정무관을 참석시키기로 결정했는데,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우익의 전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같은 인물을 사도광산 추도식에 보내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한일 간 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일본 측은 추도식의 이름도 단순히 '사도광산 추도식'이라고 하여 그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또 한국인 유족들의 참석 비용도 모두 한국 정부에 전가하는 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일본이 애초부터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나 반성 보다는,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만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카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는 지난해 11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관여해 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당시 정부는 22일 오후 추도식 불참을 선언했고 별도로 추도식을 마련했다. 올해도 일본이 강제 노역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추도식이 열리지 못했다.

지난 9월 4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올해 추도식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핵심 쟁점은 추도사 내용 중 강제성에 관한 표현에 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일본 정부 당국자가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는 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근대 산업시설 등재 당시에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해 7월 5일 일본 측 사토 구니(佐藤地) 유네스코 대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의 등재 확정과 함께 "수많은 조선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against their will) 연행되어 가혹한 환경에 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하루가 지난 그해 7월 6일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내용을 번복했지만, 유네스코 대사가 위원회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일본 정부의 이번 이행보고서에 조선인 강제 노역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이에 과거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겠다는 일본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당시 결정했던 권고 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계속 이행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일본 측에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치 △정보센터 설치와 같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이에 2015, 2018, 2021, 2023년 위원회는 일본의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그런데 이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구속력이 일정 부분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3년 결정문에서 위원회는 일본에 '정식 보고서'가 아니라 '업데이트 보고서'를 요구했는데, 정식 보고서의 경우 위원회의 자동 심의 대상이지만, 업데이트 보고서의 경우 자동 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에 정부는 이 문제를 위원회에 정식 심의 대상으로 채택하기 위해 올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 제47차 회의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일본은 이 사안을 유네스코 차원이 아닌 한일 양자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이 안건을 제외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수정안에 한국이 반대하면서 사무국이 표결을 진행했는데, 21개 위원국의 비밀투표 결과 찬성 7, 반대 3, 기권 8, 무효 3표로 일본의 수정안이 채택되면서 '위원회 결정의 이행 상황에 대한 평가'는 정식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이에 사도광산과 관련한 이행보고서 역시 이러한 수순을 따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국의 다수가 일본의 손을 들어준다면 군함도 사례처럼 일본의 이행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이행보고서가 더 이상 발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네스코에서 일본의 지지가 높은 이유로 일본이 한국에 비해 약 3배 정도 많은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 양국 간 사안에 다른 국가들이 관여하는 것이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히고 있는데 이러한 원인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일본이 등재 당시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등재를 취소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국 입장을 관철시키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세계유산 등재 제도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단 세 차례의 등재 취소가 있었는데, 개발 등으로 인한 유산의 파괴가 그 이유였다.

이같은 여건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위원회에서 계속 이행하라는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세계유산위 결정문과 그 결정문의 일부인 일본 정부 대표 발언을 상기코자 하며, 일본이 유산위 결정, 스스로의 약속, 한일 양국 정부간 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해 나가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하고, 한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하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며 "향후 사도광산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현장에서 개최"한다는 일본 정부 대표의 발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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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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