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대상으로 의료·생활·심리 지원을 크게 확대하면서 일상회복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국가폭력 사건의 배상 책임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부담하도록 한 현 체계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부산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피해자 지정 병원을 기존 9곳에서 23곳으로 늘리고 의료비 지원뿐 아니라 건강검진·예방접종 등 기초 의료영역까지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트라우마 완화와 정서 회복을 위한 자연치유·심리상담 프로그램도 강화해 피해자들의 장기적 회복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절기 생활밀착형 지원과 민·관 협력 프로그램도 병행하며 제도 개선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과는 별개로 배상 책임 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기관과 지방행정이 수용·관리 과정에 개입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한 대표적 국가폭력 사건이다.
현재 993명의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며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국가가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1조7천억원, 총 배상 규모는 최대 3조원으로 추산된다. 부산시가 분담해야 할 금액이 1조5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지방재정에 미치는 충격도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배상 분담 논란의 핵심을 "지방자치제 이전 시점의 국가폭력 사건을 현행 분담구조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제도적 한계"로 지적한다. 사건 발생 당시 행정권을 행사한 주체는 사실상 국가였다는 점에서 지방정부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가 국가상고 전략을 마련하면서도 지자체 분담 논리를 유지하는 상황은 책임회피로 비춰질 수 있으며 피해자 단체 역시 "국가폭력의 본질을 흐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원사업을 확대한 만큼 피해자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폭력 사건의 배상·치유 체계를 중앙정부 책임 아래 일원화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3만8천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단위 정책만으로는 구조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자 명예회복 조례와 개별 지원사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속적 재정 투입과 통합치유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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