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기회소득은 차별하지 않잖아요. 일정한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경기 부천지역을 중심으로 거문고 연주와 교육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은선 씨(가명·20년 차 거문고 연주자)는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립국악중학교와 국립국악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 씨는 경기·서울·인천은 물론 지방과 해외 무대까지 오가며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활동해왔다. 초·중·고등학교에서 국악 교육을 진행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그런 김 씨에게 예술인 기회소득은 기존의 예술 지원 사업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대부분의 예술인 지원사업은 기획서를 써서 경쟁을 해야 하고,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며 “탈락하면 지원금을 못 받은 것보다도 ‘내 예술이 인정받지 못한 건가’라는 생각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반면 예술인 기회소득은 일정 소득 기준과 활동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다. 김 씨는 “몇십 장의 서류를 준비하거나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없다”며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기획서 작성이나 말로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예술인들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편의성뿐 아니라 책임감도 함께 따라왔다. 그는 “도민들 입장에서는 특정 직군에만 주는 혜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공연이든 교육이든 더 성실하게 해서 거문고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지원은 결국 도민의 세금이니까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기회소득은 적지 않은 힘이 된다. 김 씨는 “예술인들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월세나 관리비가 부담될 때가 많다”며 “금액이 크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지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회소득 이후 달라진 분위기도 있다. 김 씨는 “기존 지원사업에서는 모두가 경쟁자였지만, 예술인 기회소득은 서로 독려하고 챙겨주는 문화가 생겼다”며 “마감일을 알려주고 ‘빨리 신청하라’고 서로 연락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웃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김 씨는 “금액이 조금 더 늘어나거나, 일시 지급과 분할 지급 중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가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사회가 예술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주변 예술인들도 지치지 않고 계속 예술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은 예술 활동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시작됐다. 2023년 7252명, 2024년 9172명, 2025년 1만 731명 등 3년간 총 2만 7155명이 혜택을 받았다.
지원 대상은 도내 28개 시군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예술활동증명 유효자 가운데 개인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이다. 연 150만 원이 지급되며, 내년에도 약 7000명을 목표로 사업은 계속된다.
경기도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예술인의 활동 무대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기회소득 예술인 페스티벌’과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를 운영해 도민과 예술인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설무대는 매주 주말 수원과 의정부에서 소규모 음악회 형식으로 열리며,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계속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응원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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