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친청(親정청래)계로 꼽히는 문정복 의원이 내달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친명(親이재명)'을 말해야 한다면 그 맨앞에 문정복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 의원의 이날 출마선언으로,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친명 대 친청' 대전으로 본격 치러지게 됐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친명' 주자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은 문 의원을 겨냥 "자칭 친명"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문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하나로 단단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당 조직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문 의원은 이번 최고위 후보군에서 이성윤·임오경 의원 등과 함께 친청계 인사로 꼽혀왔다.
앞서 친명계 후보군에선 이건태·강득구 의원과 유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친청계에선 이성윤 의원에 이어 이날 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명 3인과 친청 2인의 대진표가 성사된 셈이다. 임오경 의원은 최근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의원은 지난 부산시당위원장 공천 당시 '부당 컷오프'를 주장한 친명계 유 위원장과 직접적인 대립관계에 있는 상태다. 지난 12일엔 문 의원이 출마를 시사하는 과정에서 유 위원장을 겨냥 '천둥벌거숭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등의 발언을 내놨고, 유 위원장 측은 "사과하라"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당 안팎에선 문 의원과 유 위원장의 갈등이 최고위 보선을 둘러싼 '명청 대리전'을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 나선 문 의원이 오히려 '내가 친명'이라고 하고 나선 것이다.
문 의원은 "지금은 원팀 민주당으로 이재명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할 때"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당의 분열을 키우는 주장에는 단호히 선을 긋겠다. 이 대통령을 지키는 일은 당원의 명령이자 민주당의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친명을 말해야 한다면 그 맨앞에 문정복이 있다"며 "분열이 아니라 결집의 방향으로 더 강하고 더 단단한 민주당을 만들겠다",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에는 단호히 선을 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의원은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민주당에 친청, 친명 이렇게 갈라 놓는 것은 없어야 될 일"이라며 "저는 친청으로 분류되지만 당대표랑 그렇게 큰 인연은 뭐가 없다. 오히려 이 대통령과 훨씬 더 깊고 이재명 당대표 시절 가장 앞장서 당대표를 돕고 앞서서 투쟁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문 의원은 '천둥벌거숭이' 등 발언으로 촉발된 유 위원장과의 갈등과 관련해선 "그건 정식 얘기가 아니라 복도에서 우리끼리 웃으면서 한 농담인데 그게 기사화돼서 마음이 아팠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백주대낮에 공개된 자리에서 한 폭언이 농담이었다고 하면 없는 일이 되는 건가", "오늘 문 의원의 발언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해 후보 간 대립은 오히려 심화 양상을 보였다.
유 위원장은 특히 "문 의원이 (천둥벌거숭이 발언) 그 근거로 제가 당에 들어온 지 2년밖에 안 된 것을 내세운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나는) 2년 전 이재명 대통령의 영입 인재로 당에 들어왔다", "이 대통령의 인재 영입을 부정하시는 건가. 그러면서 본인이 친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낯 뜨겁지 않나"라고 문 의원의 '친명' 발언을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친명이라는 단어는 자신을 지키는 부적이 아니다"라며 "'친명'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으시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시길 부탁한다", "자칭 친명 문정복의 선전을 기대한다"는 등 거듭 강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물론 각 후보들은 최고위 선거에 대한 언론의 '명청 대리전' 해석을 부인하며 '민주당은 모두가 친명'이라는 구호를 강조해왔다. 유 위원장 역시 "친청이라는 단어는 정청래 대표와는 사실 상관없이 아니라 당권을 휘두르며 권위주의 폐단을 답습하는 일부의 인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냐"라는 등 단서를 달았지만, 결국 후보 간의 공식 발언에서 친청계로 꼽히는 문 의원의 '친명' 선언을 직접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또 다른 친명계 후보 강득구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지도부 아래 생긴 '당정 간의 간극'을 강조해, 이번 선거에서의 '명청대결' 구도가 점차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 의원은 본인 출마의 변으로 "대통령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당과 대통령실 그리고 정부가 하나가 돼야 된다. 조그마한 간극도 없이 가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서 강득구가 지도부의 일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간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런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친명계, 친청계라는 구도 자체, 프레임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면서도, '현 지도부가 일사분란하게 단합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엔 "정청래 대표는 일사불란하게 가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런 간극은 좀 우리 당원들이 보기에, 국민들이 보기에 그런 시선도 있었잖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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