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입국 금지 및 제한국 20곳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전세계 20% 국가가 미국 입국 금지·제한국이 됐다. 이들 국가가 아프리카와 중동에 집중돼 20세기 초 미국의 이민 할당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을 통해 시리아, 남수단,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5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발급한 여행 문서를 소지한 개인의 입국도 전면 제한된다. 기존 부분 제한국 7곳 중 라오스와 시에라리온도 이번 조치를 통해 전면 금지국으로 지정됐다. 이번에 확대된 입국 제한 조치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입국이 전면 금지된 이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12개국에 대한 조치도 유지돼 입국 전면 제한국이 총 19곳으로 늘었다.
포고문은 이에 더해 앙골라, 앤티가 바부다, 베냉, 코트디부아르, 도미니카, 가봉, 감비아, 말라위, 모리타니, 나이지리아, 세네갈, 탄자니아, 통가, 잠비아, 짐바브웨 등 15개국을 입국 부분 제한국으로 추가 지정했다.
기존 부분 제한국 중 브룬디, 쿠바, 토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조치는 유지되고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비이민 비자에 대한 금지는 해제됐지만 이민자에 대한 제한 조치는 유지돼 부분 제한국도 20곳에 달하게 됐다.
유엔(UN) 회원국 기준 전세계 193곳 국가 중 약 20%에 미국 입국 금지·제한령을 내린 셈이다.
입국 금지·제한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집중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및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이민 정책 고문을 지낸 안드레아 플로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인종 할당제를 시행하던 시대로 이민 제도를 되돌리려 한다는 것에 놀랄 필요는 없다"며 "그는 특정 국적자들을 일관되게 희생양으로 삼아왔고 이민법은 그가 선호대로 차별할 수 있게 너무 많은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부터 강화된 일련의 이민 규제를 통해 이민자 상한선 설정, 아시아계 이민 제한, 북유럽 및 서유럽 출신에 유리한 국가별 할당제를 시행한 바 있다. 국가별 할당제는 민권 운동이 힘을 얻은 1960년대 폐지됐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소말리아를 "재앙이 닥친 곳", "더럽고, 역겹고, 범죄가 만연한 곳"이라고 묘사하며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대해 불만을 표하고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이민자에 대한 선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추가된 입국 금지국엔 지난해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축출하고 새 정부를 세운 시리아가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알카에다 연계 조직 출신인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로 지목된 공격으로 미군 2명과 미국인 민간인 통역사 1명이 숨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16일 포고문은 "시리아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권 및 시민 서류를 발급할 적절한 중앙기관이 부족하고 적절한 심사 및 검증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시리아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입국 금지 관련해선 "몇몇 미국 지정 테러 단체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미국 시민을 살해했다. 또 최근 전쟁으로 이들 지역에서 심사와 검증 능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포고문에서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입국 금지국 명단에서 팔레스타인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서류"로 애매하게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포고문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말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용의자가 주방위군에 총격을 가해 1명이 사망한 뒤 '우려국' 출신자에 대한 영주권 재조사, 아프간 국적자 이민 신청 절차 무기한 중단 등 반이민 정책 고삐를 당기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영구 중단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