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치인이 아닌, 교육자입니다."
성기선(61)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19대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성 전 원장은 19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을 정치적 재기와 미래를 위한 디딤돌로 쓸 것인지, 아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묻는 선거"라며 "저는 경기교육의 외부에서 비판해 온 사람이 아닌 경기교육 안에서 결정·실행해 온 내부자이자 교육자로, ‘교육내란’을 끝내고 ‘관계와 신뢰의 교실’을 열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경기교육 정책에 대해 ‘교육내란’으로 규정했다.
지난 6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공개된 자신의 책 ‘교육내란’에 담긴 내용을 인용한 그는 △교사의 방패가 되는 일 △학교를 통제하는 대신 작동하게 만드는 일 △아이를 분리·차별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일 △입시 경쟁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일 등 ‘교육감이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교육을 정치적 자산으로 사용하는 것 △전임 지우기와 보여주기식 정책 △갈등의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 △학교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 등 ‘교육감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전 원장은 "최근 경기도내 여러 학교를 직접 찾아 다니는 과정에서 어디에서도 교육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라며 "교육감이 바뀌어도 학교가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교육감이라는 자리를 정치적 수단으로 바라보고, 선생님을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며, 교육청이 학교를 통제하는 곳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교와 교실, 교사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교육감이 됐을 때 나타나는 후유증이 지금 학교 현장을 깊게 할퀴고 있다"며 "교육청이 오히려 학교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는 교사들의 호소를 들으며 교육자로서 책임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학교의 위기는 제도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관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모든 것을 학교에 떠넘겨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다 보니 어떤 교육개혁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갈등조정회복지원단 설치 △‘세 아이, 한 학교’ 실현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 구축 △행정업무 경감 △수능의 자격고사 전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성 전 원장은 "지금의 교실은 우수한 아이·평범한 아이·느린 아이가 각자도생하는 구조로, 모든 아이를 학교 안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교육인 ‘세 아이, 한 학교’를 경기교육의 기본 원리로 세워 모든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을 만들겠다"며 "초등 1학년 학급당 학생 수 10명 상한제를 도입하고, 태블릿PC 대신 교사를 늘리는 등 하드웨어보다 휴먼웨어에 투자하며,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도 한 학교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앞서 제시한 ‘세 아이, 한 학교’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 도입해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는 공공 온라인 배움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답을 외우는 수업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토론하며 해법을 찾는 수업을 비롯해 협업과 발표 및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조정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을 펼쳐 공교육이 책임지는 수월성 교육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 도입은 지난 2022년 선거에서도 당시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성 전 원장이 제시했던 공약 중 하나로, 당시 성 전 원장은 앞선 민선 1∼4기 김상곤·이재정 전 교육감이 추진해 온 ‘혁신교육’을 계승하고, 그 과정에 ‘경기도형 미네르바 스쿨’을 도입해 다양한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학습관리시스템)와 원격수업의 방법 및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 등 새로운 기술공학의 발전을 활용함으로서 기존 학교의 한계를 보완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또 "도교육청 직속의 ‘갈등조정회복지원단’을 통해 교사 개인에게 생긴 문제를 교육청이 책임질 것"이라며 "동시에 ‘학교교육·수업의 질 영향평가’ 도입으로 교사의 행정업무도 경감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이 밖에도 "대학입시제도와 관련, 수학능력시험을 현재의 선발시험의 성격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하는 자격고사의 성격으로 전환하고, 변별력은 교실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 및 학교 기록의 신뢰로 이동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수능 출제를 관리·운영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경험을 토대로, 교육적이고 정의로운 공정성을 담보하는 새로운 수능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성 전 원장은 "교육의 이름으로 정치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학교는 갈등의 현장이 된다"며 "교육자로서 말이 아니라 구조와 결과로 경기교육의 변화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 전 원장은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박사를 수료했으며, 서울석관고교 교사와 경기도교육청 율곡교육연수원장 및 제10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와 경기교육미래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제18대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그는 △초 1·2학년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제 도입 △유아교육 무상화·유아학교 명칭 변경·어린이집과 상생 프로젝트 추진 △‘에듀테크 활동 특별 대책’ 등 온라인 플랫폼 통한 사교육비 부담 절감 등을 공약했지만, 45.20%(254만1863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54.79%(308만1100표)를 득표한 임태희 교육감과 9.29%p(53만9237표) 차이를 보이며 낙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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