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종전 후속협상을 가진 미국과 이란이 핵사찰, 동결자금 관련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삐걱댔다. 합의 관련 부정적 여론을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서둘러 지지층 등에 성과 홍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60일간 해제했다. 주요 협상패를 조기에 잃었다는 지적이다.
핵사찰 관련 미국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재개할 거라고 밝혔지만 이란 쪽에선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22일(이하 현지시간)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란과의 1차 고위급 협상 마무리 뒤 스위스 루체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입국을 다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이란의 영구적 비핵화 혹은 영구적 핵무기 프로그램의 종결의 첫 단계"라며 이번 회담에서 핵 관련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의 핵시설 폭격 뒤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 중단을 발표했고 이번 전쟁 발발 뒤 이란 내 이 기구 모든 사찰 활동이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이 "핵 정직성"을 보장 받기 위해 사찰에 동의할 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외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이 "기존 절차"에 따라 이뤄질 거라고 밝혔다. 그는 밴스 부통령 발언 관련 "이란은 기존 절차에 따라 기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의회(마즐리스)가 제정한 법률과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결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21~22일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의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18시간에 걸친 협상 과정에서 핵문제 관련 어떤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어떤 새 약속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폭격을 재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거나 제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제 동결자금 관련 밴스 부통령은 미국 농산물 구매에 사용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란 쪽은 그런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밴스 부통령은 22일 회견에서 동결자금이 "테러 자금"으로 사용되는 걸 막기 위해 미국 쪽이 콩, 옥수수, 밀 등 미국 농산물 구입에 해당 자금을 사용하는 걸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자금이 동결 해제된다면 이는 미국 농부들을 부유하게 하고 이란 국민에 식량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전형적 트럼프식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취재진에 "우리가 해제한 돈은 우리 농부들에게 갈 것"이라고 주했다. 농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다.
그러나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해각서에 따르면 이란에 미국 농산물을 구매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타국산에 비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면 미국산 농산물을 살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차단하진 않았다.
여론조사서 합의안 미국에 유리하다는 평가 22% 불과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말이 맞지 않더라도 성과를 서둘러 홍보하는 배경엔 종전 양해각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19일 미국 성인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돼 21일 공개된 미 CBS-유고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응답자(78%)가 전쟁 즉시 종식에 찬성했지만 합의안이 미국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37%가 이란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41%는 양쪽에 똑같다고 답했다. 공화당원 중에서도 이번 합의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답한 비율은 39%에 그쳤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대부분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봤다. 69%의 응답자는 미국이 이란 핵프로그램을 영구히 중단시키지 못했다고 봤다. 68%는 미국이 타국에 대한 이란 위협을 멈추지 못했다고 봤고 79%는 미국 친화적인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고 봤다. 응답자 69%가 미국이 이란 전쟁에 들인 비용은 감수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밴스 부통령은 22일 회견에서 스위스 회담을 통해 "성공적 최종 합의를 위한 매우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은 이란이 조기에 확보한 경제적 이득으로 꼽히는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임시 면제를 단행했다. 22일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미 동부시간 기준 8월21일 0시1분까지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 제품 및 석유 제품의 생산, 인도, 판매를 승인하는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 수출 대금의 달러화 결제도 허용했다. 단 북한, 쿠바, 크림반도, 러시아가 점령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 등과의 거래는 이번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위스에서 진행 중인 "생산적 회담"에 따라 60일간의 임시 면허를 발급했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개방적이 통행과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입국 허용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제재 면제 기한 동안 석유 생산 및 수출을 얼마나 복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이 조기에 주요 협상패를 내던졌다는 지적은 유효해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선임 연구원 대니얼 태너바움이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땐 "제재 완화가 즉시 이뤄지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가 핵 관련 약속이 이행됐다고 확인한 뒤 6달 뒤"에 실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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