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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미국 패권'…2030년 '거대한 체스판'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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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미국 패권'…2030년 '거대한 체스판' 뒤집힌다

[프레시안 books] <다극 세계가 온다>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마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통합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불만감에 의해 통합된 '반패권' 동맹이다."(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1997)

20세기 미국의 세계전략을 이끈 브레진스키가 우려했던 디스토피아가 자칭 '연쇄 유목민'이자 '죽어가는 신문 산업의 해외 통신원' 페페 에스코바에겐 목전에 둔 유토피아다.

익살 섞은 자기소개와 달리, 페페는 체스판의 격동을 오랫동안 왕성하게 추적해온 '반서방' 언론인이다.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에서, '글로벌사우스' 곳곳에서.

브레진스키에게도, 페페에게도, 지정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해퍼드 매킨더에게도 체스판의 주전장은 유라시아다. 언제나 세계적 자원과 교역의 중심부이기 때문에.

브레진스키가 내다본 미국과 서방의 악몽은 현실이 되고 있다. 게다가 그가 28년 전에 과소평가했던 중국이 거침없이 굴기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러시아의 군사력이 교차하는 유라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이 흔들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러시아와 중국은 '무제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는 서방의 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재정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과 미사일을 공급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은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의 경제적 결속력 역시 더욱 강해졌다.

<다극 세계가 온다 : 미국 패권 이후, 세계질서 대격변의 장면들>(페페 에스포바 지음, 유강은 옮김. 돌베개)에서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지정학적·지경학적 충돌의 의미를 짚은 페페 에스코바의 결론은 이 표현에 담겼다. "거대한 체스판이 뒤집힌다."

▲ <다극 세계가 온다> ⓒ돌베개

우크라이나 전쟁(저자는 러시아가 표방하는 '특별군사작전', 혹은 '나토의 대리전'이라는 표현을 쓴다)은 지정학적 필연에 가깝다. 저자에 따르면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수호자'를 자칭하는 서방, '괴물들의 시간'이 자초한 일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에 착수한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부터 추적해온 그는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으려는 핵심 목표를 "러시아를 가로지르는 일대일로 회랑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는 되레 러시아와 중국이 급속하게 거리를 좁힌 반작용을 불렀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전쟁과 대러 금융 제제에 중국과 러시아는 '생존과 저항'이라는 공통의 이익 앞에 결속했다. 저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잦은 만남을 "대규모 제조업 기지와 천연자원 공급의 지배권을 하나로 엮는 상황"으로 총평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가 이중 나선으로 얽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브릭스가 가파르게 포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거대한 경제공동체 기구들의 모토는 반전통상(反戰通商), '전쟁이 아니라 무역을 하자'로 요약된다.

이미 브릭스 회원국들의 구매력 평가 기준 GDP가 서방 G7의 그것을 넘어선 마당에, 브릭스가 '탈달러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 의기투합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금융 네트워크'가 현실이 된다면?

저자는 중국 런민비(위안화), 러시아 루블, 인도 루피, 브라질의 레알(헤알), 남아공 랜드 등 브릭스 5개국 통화의 앞글자(R)을 딴 'R5'가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던진 경로를 추적하고 가까운 미래를 설계한다.

각국이 자신들의 통화로 경제교류를 진행하다가 달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결제 수단을 구축하고, 나아가 '언제든지 누구나 무엇이든' 제재하는 미국에 질려버린 글로벌사우스가 결합하면, "다극 세계권에서 달러 패권은 종말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 거대한 기능 부전의 핵 깡패국가가 어떤 유독물을 만들어내든 간에, 브릭스플러스의 경제 지배는 이제 7년 쯤 후에는 현실이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낙관한다. 글을 쓴 시점으로 '7년 후'는 2030년이다.

그는 "푸틴과 김정은이 만나 우호적으로 논의한 군사, 우주 문제의 핵심은 지경학"이라며 북한 움직임도 체스판의 중요한 변화로 주목한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이끄는 다자기구에 북한이 합류할 가능성을 살피며 '유라시아경제연합과 북한의 자유무역협정'을 점친다. 그러면서 "조선(북한)의 산업·군사 복합체에 러시아·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해지면 아시아·태평양의 패러다임 전체가 뒤집히는 상황"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횡포에 치를 떠는 이 브라질 출신 반서방 언론인의 견해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전세계 80억 인구 중 다수가 서방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현실을 해석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망상에 사로잡혀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그토록 추종했던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뻐기는 것보단, 다극화된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우리의 활로를 찾는 게 훨씬 국익에 이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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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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