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 혼잡과 지역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철도 중심 광역교통체계 전환’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광역버스 증차와 도로 확장에 의존해 온 기존 방식으로는 출퇴근 부담과 수도권 내부 불균형을 더 이상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정책 논의의 전면에 등장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파주시을)은 12월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기 광역교통망 개선–철도망 중심」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 의원이 기획한 ‘경기도민 부자되세요’ 연속토론회의 세 번째 순서로, 윤후덕·권칠승·김승원·김성회 의원 등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맹성규 국회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김대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비롯해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앞둔 경기도 광역교통 전략과 재정 구조 개편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
박정 “철도는 교통 정책이 아니라 국가 공간 전략”
박정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향후 10년이 아니라 100년 뒤 대한민국의 공간 구조와 삶의 방식을 좌우할 시점”이라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철도 정책의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이 계획에 반영돼야만 사전·예비타당성조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전국적으로 약 360조 원 규모의 철도 사업이 건의된 반면, 실제 투입 가능한 재원은 120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기존 사업을 제외하면 수도권 광역철도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GTX를 포함한 광역철도망은 단순 SOC가 아니라 국토 균형발전과 경제 구조를 바꾸는 국가 전략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장재민 “광역버스 중심 체계, 이미 구조적 한계”
주제발표를 맡은 장재민 단국대학교 교수는 수도권 광역교통이 이미 버스 중심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출근 통행 기준 하루 약 560만 명이 광역교통을 이용하고 있으나, 신도시 확산과 서울 집중 고용 구조로 이동 거리와 시간은 늘고 있는 반면 철도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광역버스 증차와 도로 확장은 혼잡을 반복할 뿐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며 “이제는 교통 수단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교통 구조 자체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 건설에 통상 15~20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철도 전략으로는 ▲KTX·SRT 북부 연장 ▲GTX A·B·C 노선의 안정적 구축과 D·F·G·H 노선 확충 ▲경기남부 동서횡단선(반도체선) ▲도시철도 및 지선 연장 등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신규 사업에 반영 가능한 예산이 전체의 5% 남짓에 불과하다며, 구조적 예산 확대와 재정 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들 “GTX 확대, 제도·재정 틀부터 바꿔야”
고태호 경기도 철도정책과장은 “GTX A·B·C 노선만으로는 외곽 신도시와 접경지역의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경기도는 GTX-G·H 노선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GTX 확충은 서울 접근성 향상뿐 아니라 서울 집중 완화와 자족 도시 기반을 만드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이 이미 ‘집중 광역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며 “서울 중심 접근성 개선에서 벗어나 수도권 내부의 균형 발전을 목표로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GTX 2기 노선이 정부 정책으로 확정된 만큼, 기존 예산 체계와는 별도의 재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선교통 후개발’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광역교통 문제는 교통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계획과 행정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 투자가 자가용 의존도를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준 시흥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GTX 요금 체계와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GTX-G·H 노선은 단계적 추진과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철도 외에도 BRT·SBRT, MaaS(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병행 강화해야 교통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정 “교통 격차는 곧 삶의 격차”
토론을 마무리하며 박정 의원은 철도망 확충을 단편적 교통 개선이 아닌 국가 공간 구조 재편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김포·파주·고양·마곡을 잇는 ‘쿼드라 클러스터’와 수원·성남·용인·화성·안산을 연결하는 ‘펜타 커넥티브 시티’ 구상을 제시하며, 철도 중심 초광역 네트워크를 통한 분산형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GTX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교통수단을 넘어 도민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인프라”라며 “누구나 같은 시간 안에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과 재정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철도망이 단순한 편의 인프라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균형 발전의 핵심 동력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GTX 확충과 재정 구조 개편 논의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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