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가장 낮은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통 통영시협의회가 이번에는 통영시의회로부터 사업비 전액 삭감이라는 사태를 만났다.
민주평통 통영시협의회는 사업비와 보조금을 포함한 ‘2025년 민주평통 경남 시·군 지방보조금’은 3300만 원이다.
이 예산은 경남도내 18개 자치단체 중 단연 꼴지다. 다음으로 낮은 4200만 원의 산청군과도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인근 거제시 8550만 원, 고성군 5890만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가운데 통영시의회는 지난 16일 열린 제240회 제2차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민주평통 보조금 2000만 원을 삭감한 내년 예산안을 표결 끝에 가결했다.
직원 수당 등 운영비만 남겨두고 통일골든벨, 통일강연 등에 필요한 사업비 전액을 삭감하며 평통의 손발을 묶었다.
사업비 0원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민주평통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김정렬 통영시협의회장은 22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비 전액 삭감은 초유의 야만적 의결이다”며 조속한 예산 원상복구와 시의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평통의 내년)사업비 전액 삭감은 통영시협의회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선언과 다름없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관광도시를 자처해 온 통영시가 헌법기관을 향해 초유의 비문명적 결정을 내렸다. 이는 통영시민 모두에게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안긴 행위이다”고 분개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태를 “선출직 공직자들이 법과 제도 그리고 통일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인식 부족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고 규정했다.
그는 통영시와 통영시의회를 향해 부당하고 폭력적인 예산 삭감 결정의 즉각적인 철회와 잘못된 결정에 대한 공식 사과, 통영시협의회 49명의 자문위원과 통영시민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했다.
현재 통영시의회는 국민의힘 9명 더불어민주당 4명의 의원으로 구성돼있다. 이날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8명이 삭감안에 찬성하고 1명은 기권했으며 민주당 의원 4명은 전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급성이 높지 않은 예산은 실효성 있는 사업 계획을 세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 표면적인 삭감이유이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새로 구성된 제22기 평통자문위원에 보수 성향 인사들이 빠지고 진보 성향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데 따른 표적 삭감이다. 연말 시상을 둔 내부갈등이 원인이 됐다”는 설까지 보태지고 있다. 심지어 천영기 시장을 향해서도 '방관자'라는 질책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전체 자문위원 49명 중 절반 가까이 민주당 성향이다. 당연직으로 함께했던 시의원들도 이번에 국민의힘 쪽은 대거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심지어 시장은 발대식에 불참했다.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 아니겠냐”고 전했다.
통영시협의회는 지난 4년 임기 동안 똑같은 사업 내용과 예산 금액을 두고 한 번도 문제 삼지 않다가 이번에 실효성 등을 이유로 삭감한다는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정례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을 당초 예산에서 없애놓고 추경을 거론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통영시의회의 이번 민주평통 예산 삭감사태는 단순한 예산 논란을 넘어 통영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론을 평가하고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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