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구립 치매요양원 건립사업이 예산 전액 삭감으로 좌초된 가운데 조병길 사상구청장이 구의회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를 예고하며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예산 편성과 집행의 최종 책임자인 단체장이 정책실패의 책임을 의회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구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조 청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구의회가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과 2026년도 본예산에서 요양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을 두고 "의회의 예산 승인권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이미 집행된 설계비 약 3억원과 국·시비로 확보한 28억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구상권 청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 구의회의 예산 삭감을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예산 삭감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정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 역시 행정 책임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조 청장은 정책 판단의 책임을 회피한 채 의회를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의회는 해당 사업에 대해 총사업비 증가와 향후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혀왔다. 결과적으로 설계비는 매몰 비용으로 남게 됐지만 이 역시 사업 추진의 타당성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행정 판단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의 화살을 의회로만 돌리는 것은 구민 눈높이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조 청장을 둘러싼 재개발 정비사업 부지 주택 매입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조 청장은 과거 재개발 예정 지역 내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됐고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법적 결론과 별개로 도시정비 정책을 총괄하는 단체장의 이해충돌 가능성은 구정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지속적인 의문을 남겨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요양원 사업 무산, 의회와의 정면 충돌, 개인 의혹이 동시에 불거지며 사상구 행정은 사실상 '책임 공방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현실을 감안하면 치매요양원 건립 중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예산 갈등이 아니다. 조병길 구청장이 구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책 실패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반복되는 의혹과 불신 앞에서 어떤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핵심이다. 구상권이라는 강경 카드보다 행정 판단의 오류와 공직자로서의 이해충돌 논란에 대해 먼저 답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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