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자연스럽게 나이 듦과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건강의 기준이 단순히 질병의 유무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근육’이다. 근육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조직일 뿐 아니라 전신 대사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노년기에 근육량이 감소하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혈당 조절 능력의 저하다. 근육은 포도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어들수록 혈당이 쉽게 상승하고, 당뇨병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이로 인해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 만성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근육량과 근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상태를 ‘근감소증’이라 한다. 이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신체 기능 저하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 근육 감소는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시작되지만 대부분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50대 이후에는 호르몬 변화와 함께 근육 감소 속도가 빨라지며, 60대에 접어들면 실제 근력 저하로 인해 계단 오르기나 의자에서 일어나기 같은 일상 동작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70대 이후에는 활동량 감소와 만성질환, 식욕 저하와 소화 기능 약화가 겹치면서 근육 감소가 보행 장애와 낙상 위험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의 근감소증은 독립적인 생활 유지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근감소증 관리에서 흔히 운동과 영양 섭취가 강조되지만, 노년기에는 같은 운동과 같은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몸이 이를 회복과 근육 유지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단순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반복되는 데 문제가 있다. 또한 노년기에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더라도 소화와 흡수 능력이 떨어져 실제 근육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노년의 근감소증은 양적인 접근보다, 몸이 힘을 받아들이고 유지할 수 있는 내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근감소증을 근육 자체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기혈 순환과 장부 기능 저하, 특히 비위와 신장의 기능 약화와 연관지어 살핀다. 예를 들어 쉽게 피로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며 오래 걷기 힘든 경우에는 기허 양상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의 처방은 소화 기능과 전신 기력을 보강해, 근육을 직접 키우기보다는 몸이 힘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을 돕는 데 활용된다. 이는 노년의 근력 저하를 ‘근육 부족’이 아닌 ‘기력 소모와 회복력 저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또한 노년의 근감소증은 하체에서 먼저 체감되는 경우가 많다. 보폭이 짧아지고 발이 쉽게 끌리며, 계단이나 경사로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은 신장의 기능 저하와 연관지어 해석된다. 이때 우차신기환(牛車腎氣丸)과 같은 처방은 하체 근력과 보행 안정성, 수족냉증이나 야간뇨를 동반하는 전반적인 하초(下焦) 기능 저하를 함께 고려해 사용된다. 이는 단순히 근력을 올리기보다는, 노년기 신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을 보강하는 접근이다.
침 치료 역시 근육량 증가보다는 신경과 근육의 연결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 자체보다 ‘신경-근육 연결’이 약해지며, 이로 인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거나 균형을 잃기 쉬워진다. 침 치료는 이러한 연결을 자극해 근육의 활성도를 높이고, 보행과 균형 유지에 필요한 감각 입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낙상 예방과 일상 동작의 안정성 향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치료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근육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속도와 정도는 어떻게 몸을 돌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살을 더 먹는 이 시점에 체중이나 수치보다 ‘내 몸이 여전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지’를 한 번쯤 점검해보면 좋겠다. 천천히 걷고, 잠시 쉬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노년의 삶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근육은 단순한 힘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도 일상을 스스로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삶의 독립성과 직결된 중요한 건강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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