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신상발언을 통해 최근 본인을 둘러싼 갑질·특혜 의혹 등을 언급하며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사과하고 곧 사퇴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며 "제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증폭되어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며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사퇴'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고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원내대표직에서 사표하되 전 보좌진 등 의혹 제보자들과의 '진실공방'은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김 원내대표는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발언을 마쳤고, 이후 원내대표단 전원과 함께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별도의 회의 발언이나 언론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은 채 회의를 산회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에 대해선 이달 '쿠팡 박대준 대표와 회동해 쿠팡에 재직 중인 전직 보좌진에 대한 거취를 압박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며 연쇄적인 갑질·특혜 의혹이 일었다.
항공 의전 논란, 호텔 숙박권 수수 의혹에 이어 본인 지역구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의 병원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국정원에 재직 중인 아들의 국정원 업무 관련 사항을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지시했다는 제보가 나오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부분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과거 의원실에서 면직한 전직 보좌진들이 악의를 가지고 의혹을 왜곡 제보하고 있다'는 취지로 대응했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보좌진들의 텔레그램 대화방 '불법입수' 논란이 다시 번지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김병기 추가 의혹…이번엔 '아들이 보좌진에 국정원 업무 지시' 논란)
이후에도 전직 보좌진들의 제보를 중심으로 △보좌진에 아들 예비군 훈련 연기를 지시했다는 의혹 △배우자가 보좌진 및 동작구의원 등에게 정치현안을 보고받는 등 업무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 등이 추가로 터져나왔다.
급기야 전날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보좌관이 서울시의원 김경 후보자로부터 금품 1억 원을 전달받은 정황을 당시 공천관리위 간사였던 김 원내대표에게 토로하는 녹취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녹취록에서 김 원내대표는 강 의원을 질책하며 "어마어마한 문제", "일단 돈부터 돌려줘야 한다"는 조언을 했지만, 이 대화가 오간 다음날인 2022년 4월 22일 민주당은 김경 시의원을 강서구 시의원 후보로 단수공천해 야권에선 공세가 이어졌다. (☞ 관련 기사 : '1억 거래 알고도 공천'?…"저 좀 살려주세요" 강선우-김병기 대화록 유출)
연속되는 의혹 제기와 함께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당내 우려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등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김 원내대표의 이번 거취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가 임기 1년을 남기고 사퇴하면서, 민주당 당헌·당규상 김 원내대표의 공백은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인 문진석 수석부대표가 맡게 될 예정이다. 당은 1개월 내에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현재 정치권에선 당내 3선 의원들인 박정·백혜련·한병도 의원, 지난 원내대표 선거 당시 하마평에 올랐던 3선 조승래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 당시 김 원내대표 상대 후보였던 서영교 의원 또한 지방선거(서울시장) 출마에서 원내대표 출마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가오는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이른바 '명청 대전'으로 흐르고 있는 만큼 새 원내대표 선출에서의 계파 분화에도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현 지도부 내에서 정청래 대표는 친청(親정청래)계 수장, 김 원내대표는 친명(親이재명)계 좌장 격이었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김 원내대표 사퇴를 두고 "원내대표 사퇴를 떠나서 의원직 사퇴까지 (해야) 당연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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