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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은 어렵다, 논쟁은 남았다”…용인 반도체 논쟁, 해법은 '분산'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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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은 어렵다, 논쟁은 남았다”…용인 반도체 논쟁, 해법은 '분산'에 있나

착공 단계 국책사업 전면 이전은 현실성 낮아…전력·송전망 한계 드러내며 산업·에너지 전략 재검토 요구 확산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총 6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이전 논쟁’이 단순한 찬반 공방을 넘어 국가 산업·전력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착공 단계에 들어간 국책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수도권에 초대형 전력 소비형 산업을 계속 집중시키는 전략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치권과 지역 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쟁의 계기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모두 입주할 경우 전력 수요가 약 15GW, 원전 15기 분량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전기를 끌어오는 방식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까지의 사업 진행 상황을 고려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면 이전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올해 착공에 들어갔고, 삼성전자 역시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부지 매입과 토지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년간의 행정 절차와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집행된 상황에서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전력·용수·인재라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요건 역시 용인 중심 전략의 근거로 제시된다. 수도권에는 반도체 관련 기업과 연구 인프라가 밀집해 있고, 하천과 댐을 기반으로 한 공업용수 공급 체계도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력 문제만으로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산업 생태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논쟁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도권 전력 수급 구조의 한계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상시적으로 요구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송전망 포화와 주민 반발로 전력 인프라 확충이 반복적으로 지연돼 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전력 공급 문제가 주요 과제로 지적돼 온 사업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전북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전면 이전’이 아닌 산업 입지와 전력 전략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집적지로 조성 중인 새만금이 대안 입지로 거론되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과 정당 조직은 공식 입장이나 개인 SNS를 통해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 전략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전북 지역에서는 특히 새만금이 거론되는 배경에 전력과 에너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새만금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장기적으로는 전력 집약형 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당장 용인 클러스터를 옮기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반도체 산업 확장 과정에서 입지와 전력 전략을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지난달 3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안호영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송전탑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를 바꾸려면 산업 입지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미 정해진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논의를 닫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 수급과 송전망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사업”이라며, 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과제를 함께 놓고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전북 전주시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에서 열린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양승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있지만, 이 사안을 단순한 이전 공방이나 님비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며 “전력 시스템과 산업 입지, 지역 균형발전을 함께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논쟁은 ‘이전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확장과 전력 수급을 어떤 구조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면 이전은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수도권 집중 구조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여전히 답이 정해지지 않은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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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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