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2차 이전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운수노조는 연속기고를 통해 1차 지방이전의 경험을 되짚고, 일·가정 양립과 노동자의 삶, 공공기관의 기능과 공공성, 지역균형발전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지역발전과 공공성 강화가 함께 실현될 수 있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이번 기고가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공공운수노조
'5극3특', 행정수도 완성 등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됐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국가 자산인 공공기관을 지역 성장거점 마련의 매개체로 활용하겠다는 취지 아래 노무현 정부 이후 추진돼온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서, 지역 균형발전과 공공기관의 존립 가치(=공공성)가 결합된 매우 의미있는 국가발전 전략이다. 다만 1차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성과와 한계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1차 지방이전은 "공공기관의 기능적 특성과 지역전략산업 및 혁신클러스터를 연계시켜 자립적 지역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에 의거, 2005년 176개 이전기관 및 혁신도시 지역 선정과 함께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이전 공공기관이 자리할 '혁신도시'는 "산·학·연간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혁신여건과 수준 높은 주거·교육·문화 등의 정주여건을 갖춘 미래형 도시"로 기획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혁신도시 계획 변경 및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추진을 통해 지방이전의 정책 틀을 왜곡시키면서 '궤도 이탈'이 시작됐다. 이전 공공기관 축소(153개)와 함께 수도권 기능 잔류가 확대됐고, 이전 완료 역시 애당초 계획(2012년 완료)보다 7년 지연됐다. 2019년 1차 이전이 완료될 당시 초기 설정했던 혁신도시 구상은 실종되고 지방이전의 기본 바탕이었던 국가 균형발전의 틀도 대부분 후퇴한 상황이었다. 이전 공공기관들만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는 혁신도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혁신도시 시즌2' 구상과 함께 종합발전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이전부터 뒤틀렸던 지방이전 정책 틀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의 성과와 한계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결과는 어떠한가? 관련 정부 자료나 조사·연구 결과들이 제대로 발표되지 않은 한계 속에서, 크게 △혁신도시의 인구 변동 △공공기관 직원의 이주 현황 △정주여건 △산·학·연 클러스터 등을 통해 정책 성과 및 한계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혁신도시 지역의 인구 변동 상황을 보자. 국토연구원의 관련 연구 결과를 보면, 10개 혁신도시 소재지(읍·면·동 지역) 인구는 2004년 43만 명에서 2024년 73만 명으로 증가(70.7%의 증가율)했다. 그런데, 정부 행정통계를 기준으로 이 기간 혁신도시가 위치한 시·군·구 지역의 인구 증가율은 4% 수준에도 못 미침으로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 증가율(5.9%)에도 미달하고 있다. 혁신도시 인구만 증가하고, 주변 지역의 인구 증가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 직원의 혁신도시 이주 현황을 보자. 2022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이주율은 93.8%로 나타나지만, 기혼자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59.8%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족 동반 이주의 상당수가 지방이전 완료 전후 입사했던 신입 직원이라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아직도 지방이전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혁신도시의 핵심 요소인 정주여건을 보자. 2022년 정부는 공동주택, 초중등 교육기관, 복합혁신센터 건립 등으로 혁신도시 정주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신도시'형 혁신도시(강원·충북·경북·경남·제주 등)의 경우 공공의료·고등교육기관의 설립 및 대중교통은 이용자 수·경제성 중심의 '시장 논리'에 갇혀 매우 취약하다. 이를 반영하듯 혁신도시 정주여건에 대한 공공기관 직원의 만족도는 매우 낮고, 가족의 의료·교육서비스 수요로 인해 누구든 기회만 닿으면 수도권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게 현실이다.
넷째,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현황을 보자. 지난 20년 간 혁신도시 정책의 굴절이 계속되면서 이전 공공기관과 산·학·연 클러스터와의 기능적 연계를 통한 혁신도시 발전은 그 전망이 불투명하다. 혁신도시 소재 지역의 특화산업이 중복되거나(에너지·지식산업 등), 일부 지역 특화산업(대구 첨단의료, 경남 항공우주 등)은 이전 공공기관의 기능과 연계없이 기획되고 있다. 클러스터 용지의 입주율은 2024년 기준 56.6%에 불과하고, 학(대학)·연(연구소) 관련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데, 정부·지자체 지원 역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공을 위해 해야 할 일
이 같은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운영의 '불편한 진실'은 이미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종합적인 진단 및 대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관련 국정 토론 역시 별로 없는 가운데 지역 균형성장의 당위성을 앞세운 2차 지방이전이 구체화되고 있다. 따라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의 성과·한계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2차 지방이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정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함께,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상시적 정책조정기구를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운영한 '혁신도시위원회'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이후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이전기관 종사자 대표와 시민사회운동 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만능의 정책 기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공공기관의 인력·기능·재정 감축을 전제로 한 경영 효율화 정책은 공공기관의 존립 가치를 지역에 확대시키는 지방이전 정책 취지와 배치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지방이전을 왜곡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탈탄소·AI 전환 등 산업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의 사회·경제적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것이 지방이전의 기본 취지일 것이다.
셋째, 혁신도시 정책의 핵심 요소인 정부여건 개선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기존의 이용자수·경제성 중심의'시장 논리'가 아닌, 의료·교육·교통·문화 등의 인프라 확충을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초기 구상 중심으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 중심의 의료·교육서비스 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혁신도시가 가장 선도적인 정책 추진 대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넷째, 혁신도시 정책의 또다른 핵심 요소인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과 관련, 공공기관의 기능 및 지역 특화산업의 기능적 연계 확대를 위한 정부의 명확한 정책 비전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단지·도심융합특구·기업혁신파크 육성 등의 지역 균형성장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정작 혁신도시 발전에 대한 정책은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고, 5극3특 및 광역행정 통합의 하위 정책과제로 지방이전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혁신도시 중심의 지역 특화산업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전하는 공공기관과의 기능적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들이 신속히 구체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전 공공기관노조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공공기관노조는 이전기관 직원을 대표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지역 공동체 기반 구축을 심도있게 논의·실천할 수 있는 유력한 책임 주체이다. 따라서, 정부의 2차 이전 정책 수립에서부터 혁신도시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공공기관노조 대표의 참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공공기관노조와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부처 책임하에 노정협의회를 운영했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과거 '궤도 이탈'했던 1차 지방이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발전 거점 형성과 공공기관의 존립 가치가 선순환적으로 결합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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